훈장을 팔까?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7.09.11
nuclear_developer_b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6차 핵실험에 참여한 핵 과학자·기술자를 위한 축하연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은 리홍섭 핵무기연구소 소장과 팔짱을 끼고 연회장으로 들어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 김 위원장의 오른쪽은 홍승무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그리고 공산주의와 관련된 ‘실용주의’라는 내용의 이런 유머도 있네요. ‘금강산 발전소 공사에서 큰 공로를 세운 병사가 국기훈장 1급을 받게 됐다. 정치위원이 그 병사를 불러 물었다. 동무, 참 수고했소. 우리가 동무에게 국기훈장 1급을 수여하려 하오.

정말 고맙습니다.

하지만 동무에겐 선택권이 있소. 훈장 대신 상금을 받겠다고 하면 1만원을 줄 수 있소. 제가 받게 되는 훈장은 얼마짜리입니까?

그러자 정치위원이 화를 냈다.

이봐,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훈장이란 명예이지 어찌 돈으로 환산한단 말인가. 굳이 돈으로 따져 보면 천원도 안 돼.

그러자 그 병사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러면 훈장과 9천원을 받을 수는 없을까요?’

이 유머는 원래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경험담에서 유래했다죠. 비스마르크는 정말로 그 소원대로 해주었다고 합니다.

북한은 지난 9월 9일 최근 진행한 수소탄시험 성공을 대대적으로 경축하였습니다. 김정은, 리설주, 김여정까지 총 출동하여 연회를 베풀고 과학자, 기술자들을 격려하였죠. 이번 시험 성공을 김정은은 ‘조선 인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자처하였습니다.

또한 많은 포상과 승진도 시켜주었더군요. 핵실험을 총괄한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홍승무는 상장에서 대장, 리홍섭 핵무기연구소 소장은 중장에서 상장의 별을 달았더군요. 이들은 굳이 유머에 나오는 것처럼 달고 있는 별과 훈장을 돈으로 바꾸지 않아도 되겠죠. 왜냐면 당에서 정기적으로 배급과 온갖 부식물 공급을 따로 해줄 테니까요.

북한에서는 이렇게 요란하게 핵실험을 경축하고 있지만 유엔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매우 심각합니다. 멕시코는 자국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 결정했고, 필리핀은 북한과의 모든 거래를 완전히 단절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미국을 위시로 한 유엔안보리는 가장 최근 채택한 강력한 대북제재를 더 보강하기로 하였습니다.

애초에는 김정은을 처음으로 제재 명단에 올리는 것을 포함해 대북 원유공급 차단, 섬유•의류 수출 금지 등 초강력 제재안을 마련했으나 러시아, 중국의 반대로 좀 완화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북한의 섬유제품 수출을 금지시켰고 석유는 전면금지가 아닌 단계적으로 제재하기로 했습니다.

즉, 연간 상한을 설정해 과거 12개월의 수출량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명기했고 또 북한에 대한 모든 석유 정제품의 공급과 수출을 합쳐 연간 200만 배럴로 제한하기로 했으며, 가맹국에 대한 수출량 등을 매달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합니다. 이외에 각국에 북한으로부터 파견된 노동자의 취업 허가를 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천연가스액과 천연가스 부산물의 경질원유 응축액의 수출도 금지됐습니다. 사실 이정도면 북한의 수출 길은 거의 다 막히게 됐고 석유는 일단 상한선을 그었지만 석탄이나 광석을 팔아야 그 돈으로 사올 수 있을 텐데 이것도 상당히 문제가 있을 것 같네요.

과연 숨통이나 겨우 붙어있을 정도로 압박하는 국제사회의 제재, 북한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요? 좀 있으면 동구권이 붕괴되면서 했던 장마당에서 훈장을 파는 현상이 현실이 되지 않을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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