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만리가 또 있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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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배급을 타는 북한주민들의 모습.
식량배급을 타는 북한주민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사회주의의 만성적인 궁핍을 묘사한 이런 구소련 유모도 있네요.

‘어떤 사나이가 총살형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총살형이 교수형으로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형수 하나가 말했다. 과연 소련다워. 실탄이 다 떨어진 모양이야.

그렇게 총살형에서 교수형으로 바뀐 사형수가, 이번엔 형 집행 전날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형수 하나가 말했다. 과연 소련다워. 밧줄도 다 떨어진 모양이야.

그렇게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죄수가, 갑자기 또 사면이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간수에게 어찌된 영문인지 물어보려는 찰나, 또 다른 간수가 문을 열며 말했다. 과연 소련다워. 당신을 먹여 살릴 식량도 다 떨어진 모양이야.’

이 유머는 소련에서는 유머였을지는 몰라도 북한에서는 현실이 됐었죠.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고 가족이 파괴되고 있을 때 생존을 위한 강도, 범죄도 같이 범람하게 되었죠.

자전거 한 대, TV 한 대 때문에 살인이 일어났고, 평양시 만경대구역 장마당에서는 사람의 고기를 파는 인륙사건도 발생했습니다. 구류장, 교화소들에 사람들이 넘쳐났고, 어느 날 웃지 못 할 일이 일어났죠.

수감자들이 자체로 식량을 조달해야 교화소에서 먹고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식량사정 때문에 일부 경범죄자들은 풀려나기도 했었죠.

폴란드에는 이런 유머도 있었더군요.

‘폴란드인 얀이 죽어서 지옥에 갔다. 지옥 입구에는 2가지 간판이 붙어 있었다. 자본주의 지옥과 사회주의 지옥. 그런데 사회주의 지옥 입구에만 긴 행렬이 늘어서 있었다. 얀도 그 끝에 가 서서 앞사람에게 물어 보았다.

이곳 지옥은 어떤가요?

석탄불 속에다 집어넣었다가 거기서 나오면 다시 면도날 위를 맨발로 걷게 한다는군요. 그런데 왜 이쪽 사회주의 지옥에만 사람들이 몰려 있나요?

사회주의 지옥이라면 틀림없이 석탄도 귀하고 면도날도 구하기 어려울 테니까, 아무래도 고생이 덜할 것 같지 않소?’

유머 제목은 ‘사회주의 지옥의 이점’인데요, 사회주의의 지독한 가난을 비꼬는 유머입니다.

북한의 경제난과 어려움에 비하면 사실 구소련이나 폴란드의 결핍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당시 소련에 유학 갔던 학생들에 따르면 아무리 가난해도 학교식당에는 흘레브(빵)가 넘쳐났고 버터와 우유 식단도 보통이었다죠. 북한에서 버터와 우유는 자본주의 부유의 상징입니다.

이렇게 지독하게 가난한 북한에서는 아직도 가난에서 벗어날 생각은 하지 않고 핵미사일 개발과 그에 대한 국가자원 낭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무려 한 대에 3천만 달러까지 한다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계속 쏘아대고 있고, 김정은은 직접 나서 핵무력 완성의 종착점에 거의 다다랐으며 미국지도부의 입에서 군사공격과 같은 잡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하였습니다.

미국은 군사적 선택 가능성을 언급하며 대북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고요.

북한주민들은 요즘 이렇게 당국을 비꼰다죠. ‘고난의 천리를 가면 고난의 만리가 또 있다.’ 원래는 ‘행복의 만리가 온다’입니다. 과연 이번 미북대결이 북한주민들의 고난의 만리를 단축시켜 줄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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