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홍수, 북한도 장마 대비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6.08.04
EnvironmentEdit.jpg 장맛비가 소강 상태로 접어든 이번달 7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서면의 북한강 지류에 폭우로 떠내려온 각종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중국의 홍수 실태와 북한의 홍수 대비 상황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중국에서 올해 상반기에 최악의 폭우 피해가 발생해서, 국제사회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피해가 어느 정도 됩니까?

장명화: 부분적인 피해 통계만으로도 경제적 손실이 이미 미화로 9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재민은 4,000만 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중부와 동북부에 집중호우가 쏟아진 7월 강우 통계는 아직 나오지도 않은 실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6일까지 베이징을 비롯한 동북부 지역에 또 다시 물 폭탄이 쏟아졌습니다. 중국의 국가 홍수ㆍ가뭄방지 총지휘부에 따르면, 7월 초 기준으로 전국 26개 성ㆍ시의 1,192개 현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따른 이재민은 3,282만 명에 달했고 경제적 손실 추계액은 506억 위안이었습니다.

양윤정: 지난 18일에서 20일까지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허베이성의 피해는 어떻습니까?

장명화: 7월 말 기준으로 904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직접적인 손실액은 163억 위안, 미화로 25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폭우로 인한 사망ㆍ실종자 수도 최소 수백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미 허베이성 한 곳에서만 130명이 사망하고 110명이 실종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양윤정: 7월달 강우 통계는 나오지도 않았다고 했으니, 상반기 통계에 7월 폭우 피해는 포함되지 않았겠네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때문에 7월치까지 포함하면 인적ㆍ물적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7월 중순 이후 베이징과 톈진 등 수도권에서는 몇 차례 유례없는 집중호우가 쏟아졌고, 이로 인해 수백채의 가옥이 침수되고 교통이 마비되는 등 대혼란이 발생했습니다.

양윤정: 7월 폭우 통계가 왜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까?

장명화: 중국 지도부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란 얘기가 적지 않습니다. 폭우가 현재도 계속되는데다 피해지역이 광범위해 당국이 정확한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 지도부가 전체적인 피해 규모 발표를 부담스러워하고 있을 것이란 추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최근 수도권ㆍ동북지역 폭우 상황을 소극적으로 전하고 있고, 7월 폭우로 인한 전국적인 피해상황도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중앙과 지방정부가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해 상황을 축소, 은폐하고 있다는 비판도 상당합니다.

양윤정: 일단 7월은 빼고, 올 상반기 홍수 피해 규모는 근래 들어 가장 큰 것입니까?

장명화: 네. 중국 매체들은 1998년 이래 최악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1998년 당시에는 창장과 쑹화장 등 주요 하천유역에서 광범위한 홍수가 발생해 3,000여명이 사망하고 2억2,3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또 직접적인 경제손실액만 1,660억 위안, 미화로 약 25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중국 언론은 이어 물 폭탄을 몰고 온 장마전선이 동북지역으로 이동해 북한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의 홍수 피해 소식은 아직 없는데요, 이런 관측 때문에라도 비상이 걸렸겠네요?

장명화: 네.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방송은 얼마 전에 북한 전역에서 벌어지는 장마 대비 현황을 소개했는데요, 북한 농업성 석지동 부국장은 방송에 나와 “능력 있는 일꾼들을 전국의 30여개 시ㆍ군들에 파견해 장마철 큰물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한 대책들을 현장에서 실속 있게 세워나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TV의 관련 보도입니다.

(조선중앙TV) 장마철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철저히 세우자!

(조선중앙TV) 배수·양수기를 비롯한 고인 물 빼기 시설들에 대한 정비를 잘해야 한다...

방송은 북한 농업성이 배수ㆍ양수 시설 등을 보수ㆍ정비하고 강이나 하천 주변에서 제방 작업도 분주히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노동신문은 일찌감치 6월 5일자에서 “전당ㆍ전군ㆍ전민이 떨쳐나 장마철 대책을 철저히 세우자”며 사전 준비를 독려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해 분주한 까닭은 지난해 여름에 황해남도와 함경남북도, 라선시 일대에 내린 집중호우로 백여 명이 목숨을 잃고, 이재민이 만5천 명 가까이 나와섭니다.

양윤정: 사실 비는 남한과 비슷하게 오는데, 피해는 북한이 훨씬 큰 이유는 뭡니까?

장명화: 먼저 홍수 예방에 필요한 산림자원의 황폐화가 심각한 상태입니다. 1990년 이후 만성적인 식량난과 에너지 부족으로 무분별한 벌목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김성일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가 자유아시아방송에 한 말입니다.

(김성일) 산림훼손은 식량문제와 직결되고, 이어서 홍수와 가뭄을 낳는 현안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숲을 훼손해서 운명을 유지한 곳이 없다는 것이 북한에서 입증될 겁니다. 북한의 산림황폐는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합니다. 유엔의 공식 자료를 보면 지난 20년 동안 매년 서울시 면적의 2배 정도 규모로 북한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 서울시의 면적이 약 6만 헥타르 정도이니까, 일 년에 13만에서 15만 헥타르의 산림이 북한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시 말하면, 북한은 산에 나무가 부족해 웬만한 비에도 토사 유출이 심하고 산사태나 하천 범람을 낳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깁니다. 이는 고스란히 인명 피해와 농작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부실한 기상관측 체제도 ‘물 폭탄’ 피해를 키우는 요인입니다. 북한의 기상관측소는 180여개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전기 부족으로 제대로 가동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기상예보의 정확도와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연재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정확한 기상예보가 필수인데 북한은 신속하고 정확한 예보 체제가 안 되니까 갑작스런 호우에 무방비 상황일 때가 많다”고 말합니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 황은희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황은희) 북한에서도 일기예보를 해주긴 하는데 잘 안 맞을 때가 많아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갖고 있지 않아서 일기예보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홍수 같은 것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합니다.

설상가상으로, 댐과 수로 등 관개시설도 낙후된 데다, 수리 시설물의 내구성과 안전성도 취약합니다. 북한은 짧은 시간 내 목표달성 위주로 공사를 다그치다 보니 수리 시설물의 부실시공 우려가 끊이지 않는 형편입니다.

양윤정: 국제사회가 이와 관련해 북한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까?

장명화: 네. 마침 유엔아동기금이 장마철 홍수에 대비해 배수용 장비 등을 최근 북한에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아동기금은 유니세프라고도 하는데요, 전쟁 피해 아동과 청소년들의 구호를 위해 설립된 기구입니다. 유엔아동기금은 얼마 전 "배수관 300 개와 양수기 예비부품 20 개, 물탱크 8 개, 양동이 7천여 개를 북한에 보냈다“고 밝혔는데요, "홍수에 대비해 구호물품도 이미 북한에 비축해 놓았다"며 배수관과 양수기 예비부품은 북한 4개 시, 군에 지원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기구는 또 "북한 주민 10만여 명이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의 긴급 보건세트와 영양실조 어린이를 위한 치료용 음식, 비타민제, 영양보충제 등을 비축해 놓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밖에 수질 정화제 320만개와 정수기, 체중계, 학용품 등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용품도 준비된 상황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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