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납 중독 사고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4.06.19
lead_poisoning_305 납에 중독된 중국 어린이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FP PHOTO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중국의 납 중독 사고를 들여다봅니다.

중국의 한 페인트 공장 주변 지역에서 몇 년 새 어린이 300여 명이 납 중독 증세를 보여 중국 당국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납 중독은 납을 원료로 쓰는 작업장에서 납 증기를 흡입함으로써 주로 발생하지만, 페인트, 그릇 등 납을 사용한 생활용품을 통해 어린이를 포함한 일반인에게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국 관영 CCTV는 지난 2012년 이후 후난성 허둥현 다푸마을에서 300명 이상의 어린이가 납에 중독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이들 어린이의 혈중 납 농도는 안전 기준치의 5배에 달하는 500㎎/㎗ 수준으로 이들은 복통과 발육 지연 등의 증세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참고로, 1데시리터는 1리터의 10분의 1입니다. CCTV 방송 앵커의 말입니다.

(CCTV 앵커) 이 어린이의 경우 또래보다 6cm나 작고 몸무게도 10kg이나 덜 나갑니다.

현지 주민들은 집단 납 중독에 대해 현지의 한 페인트 공장이 강에 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푸마을의 쑤건린 촌장은 CCTV에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다푸마을 촌장)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연필을 깨물고 다녀서 납 성분이 초과 검출된 것입니다.

쑤건린 촌장의 이런 발언에 비난이 쏟아지자 중국 당국은 쑤 촌장을 처벌하기로 하는 한편, 해당 공장을 폐쇄하고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같은 중국 어린이의 납 중독은 이 마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2009년에는 산시성 바오지 시에서도 납 중독 증세를 호소하는 138명의 어린이가 혈액에서 기준치를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됐었습니다. 당시 바오지 시 펑샹현 주민들은 인근에 있는 납 제련공장의 폐수와 배기가스가 이 같은 납중독의 원인이라며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2006년에는 북서부 간쑤성 마을 두 곳에서 수백여 명의 주민이 납에 중독돼 인근 산시성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당시 중국의 일간지 데일리 메신저는 879명이 입원했다고 보도했고, 일부 현지 언론은 입원자 수가 수천 명에 이른다고 전해 충격을 주었습니다.

중앙대학교 대학병원의 임인석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얼마 전 한국의 인터넷 매체인 ‘헬스데이뉴스’에 어린이에게 납이 더 위험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임인석) 어린이의 납 흡수율이 어른보다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체내로 유입된 납이 잘 흡수되는데, 어린이는 신진대사가 활발하기 때문에 3-7배 정도 잘 되는 것으로 돼있습니다. 또 어린이들은 배출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납이 오래 체내에 머물게 되는데 이로 인해 학습장애와 지능저하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개 납 농도가 1마이크로그램/㎗ 증가할 때마다 지능지수가 1.1 씩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납에 중독된 어린이의 지능지수가 125이상 되는 사례는 드물고 일단 떨어진 지능지수는 정상으로 돌아오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오랫동안 지속되게 되면 빈혈이 생길 수 있고 같은 또래보다 키가 작게 성장하거나 사춘기가 늦어지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인권단체들이 후난과 허난, 윈난 등 중국 중부 지역에 오염물질 공장이 잇달아 세워지면서 2010년 이후 어린이 수십만 명이 납에 중독되었다고 지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2011년에 발표한 ‘내 아이들이 중독됐다: 중국 4개성의 보건위기’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단속을 해야 할 지방정부가 검사결과를 조작하거나 환자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중국의 국제신뢰까지 떨어뜨린다고 비난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보건인권 담당 국장인 조 아몬 박사의 말입니다.

(조 아몬) 중국 당국은 검사 결과 납 중독 위험 수치가 나온 어린이들을 치료하지 않습니다. 이게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물론 중국 정부는 납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예전보다 더 깊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일부 공장이 폐쇄되기도 합니다. 또한 일부 환경 오염문제를 처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납중독으로 종신 장애를 입을 위험에 처한 어린이들을 위한 치료는 전혀 없습니다.

한편, 중국과 이웃한 북한에서 주민들이 납에 중독된 사건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납 중독은 배터리 공장, 제련공장 등 납을 쓰는 시설에서 발생한 분진을 마시거나 오염 물질을 섭취했을 경우 발생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북한은 외화 획득원인 비철금속의 생산 확대를 위해 함경남도 단천시 부근의 검덕광업연합기업소를 비롯해 다수의 광산에서 납, 아연 등의 비철금속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광범위한 지역에 새 광산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검덕광업연합기업소의 모광산인 검덕광산은 1987년 당시 연간 약 25-28만 톤의 납, 아연을 생산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환경오염 문제를 놓고 국제사법재판소에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브라질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은 우루과이의 대형 펄프공장 때문에 양국의 국경을 이루는 '우루과이 강'의 환경이 파괴된다며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방침을 밝혔습니다. 우루과이 정부는 핀란드 회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2007년 '우루과이 강' 근처 프라이 벤토스 시에 대형 펄프공장 UPM을 건설했습니다. 아르헨티나 환경단체들은 UPM 건설 당시부터 "펄프공장에서 폐수가 대규모로 방류되면 '우루과이 강'의 생태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일본 정부가 환경기술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받는 청정개발체제 사업 계약을 인도와 체결할 예정입니다. 청정개발체제는 지난 1997년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세계 184개국이 비준해, 2005년 교토의정서 발효와 함께 도입된 온실가스 감축방안의 하나입니다. 일본의 일간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양국은 실무 차원에서는 비공식 회담을 시작했으며,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간의 정상회담에서 협상 가속화에 합의할 계획입니다.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 11개국과 제도 도입에 확인했습니다.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인도에는 1000개 이상의 일본계 기업이 진출해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