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국제사회에 의약품 지원을 요청한 북한 사정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북한이 최근 국제사회에 수인성 질병 의약품을 요청했다죠?
장명화: 네. 한국 언론과 주요외신에 따르면, 유엔과 국제 협력기구, 민간단체로 구성된 조사단은 최근 황해남북도를 직접 방문한 후 보고서 초안을 작성했는데요, 조사단은 보고서 초안에서 “북한 당국자가 유엔 공동조사단에 수질정화제와 수인성 질병 예방을 위한 의약품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양윤정: 보고서 초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시죠.
장명화: 네. 조사단은 "지난 18개월 동안 지속된 이례적인 건조한 날씨로 마실 물이 부족한데다 수질도 나빠졌다"며 "수인성 질병이 특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가뜩이나 깨끗한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가뭄이 계속돼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사단은 "북한 당국자들과의 면담에서 설사 증상을 보이는 주민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특히 "여성과 5세 미만 어린이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필수의약품과 수질정화제 등이 부족해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가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양윤정: 북한에서 가뭄으로 인한 곡물 피해는 어느 정도입니까?
장명화: 조사단은 "피해 지역에서의 보리 등 이모작 수확량이 전년에 비해 40~50% 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건조한 날씨가 계속될 경우 올 가을 쌀과 강냉이 수확량도 30~40%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식량계획의 존 아일리에프 아시아 지역 국장이 최근 미국의 CNN 방송에 밝힌 말, 잠시 들어보시죠.
(존 아일리에프) 북한 정부는 모내기를 마친 40% 가량의 논이 바짝 말라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유엔의 인권 분야 수장인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 역시 최근 유엔북한인권사무소 개소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국제사회에 북한을 지원하라고 촉구할 정도입니다.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구호 노력이 없다면 북한에서 엄청난 기아 사태가 발생할 것입니다.
양윤정: 북한이 어느 정도 가뭄을 겪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뭄 정도가 과장됐을 가능성을 지적하는 외신들의 보도도 연일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저희 자유아시아방송도 북한의 가뭄이 북한 당국의 주장처럼 최악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미국의 아시아지역 농업전문가인 렌달 아이어슨 박사의 말을 최근 전해드렸는데요, 잠깐 들어보시죠.
(렌달 아이어슨) 제가 우려하는 점은 북한 내 모든 상황이 나쁠 것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조금 이르다는 것입니다. 올해 기후가 정상이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강우량이 평소보다 적었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거에도 유사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와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 역시 비슷한 때에 여러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과장론'을 폈습니다. 이어 며칠 전에는 심지어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도 '우리가 북한의 가뭄에 대해 걱정해야 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비슷한 시각을 내보였습니다. 포린폴리시는 특히 "가뭄을 포함한 자연재해 이야기는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의 선전에서 흔히 등장하는 주제"라며 2006년과 2007년 홍수, 2012년과 2014년 가뭄을 예로 든 뒤 "가뭄에 대해 보도하기로 한 북한 당국의 결정은 국제 원조 요청을 고려한다는 뜻"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양윤정: 아닌 게 아니라, 북한은 이달 초 이란에 긴급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이란 주재 강삼현 북한 대사는 지난달 말 사예드 아미르 모센 지아에 이란 적신월사 대표를 만나 인도주의적 지원을 부탁했습니다. 강 대사는 "대북 경제 제재와 전례 없는 가뭄 등으로 북한이 식량 공급 등 경제 분야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가뭄 극복과 농업 환경 개선을 위한 장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지아에 대표는 "국제사회의 일원인 이란 적신월사는 모든 국가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책임을 느낀다"며 "상황을 파악한 뒤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윤정: 이미 한국과 중국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장명화: 말씀하신대로, 한국 정부는 수차례 가뭄 지원 용의를 밝혔습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기자단 간담회와 30일 한반도 국제포럼에서 “여러 계기를 통해 북한의 가뭄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 용의가 있다”고 거듭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앞서 중국 정부도 일찌감치 북한의 가뭄에 대한 지원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18일 정례기자회견에서 북한과 북한 주민이 "가뭄과의 전쟁에서 조속히 승리하기를 희망한다"면서 북한에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한국이나 중국의 손길은 뿌리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 한국 내 대북 소식통은 익명을 전제로 6일 한국의 일간지 중앙일보에 “북한은 이미 한국의 현 정부에겐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며 “중국에도 기댈 수 없다는 느낌을 갖고 있어 다른 대체재를 찾아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이 미국에는 지원을 요청했나요? 미국은 지난 1995년 이후 북한에 가장 많은 식량을 지원했다가 2005년부터 북한에 대한 식량 원조를 중단한 나라잖습니까?
장명화: 미국 국무부는 6일 현재 북한이 가뭄으로 인한 피해 복구를 위해 지원 요청을 하지 않았으며, 미국 또한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보낼 계획이 없다고 미국의 주요외신에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북한이 최근 100년만의 가뭄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원조 받을 국가가 얼마나 절실히 지원이 필요한지 확인한 후, 지원이 필요한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며 지원 물자를 공급할 경우 의도대로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여부, 이 세 가지 요인을 고려하여 영양지원을 보낸다고 대변인은 설명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이 이번에 과거처럼 국제사회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장명화: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국제사회는 지난해 11월 북한 측이 미국 영화사 소니 픽쳐스의 컴퓨터 망에 침입한 행위를 비롯한 도발에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무시하고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 때문에 대북지원조차 줄이려는 움직임을 계속 보이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북한 전문 매체들이 실제로 북한 전역에서 가뭄 피해가 심각한지를 위성사진으로 파악 중이어서 북한 측의 '대외 선전'은 잘 먹혀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