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수 및 위생시설 사정 그다지 좋지 않아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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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한 시범농장에서 여성이 물지게로 물을 나르고 있다.
북한의 한 시범농장에서 여성이 물지게로 물을 나르고 있다.
AFP PHOTO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최근 유엔이 펴낸 ‘마시는 물과 위생 상황 2017’ 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브루스 고든) 20억명을 넘는 사람들이 이른바 ‘안전 관리 식수 서비스’의 접근권을 결여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유엔 지속가능개발 목표와 표준을 나타내는 지표인데요, 이에 의해 전 세계가 물 분야에서 어느 정도 진보했나를 측정하게 됩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물과 위생시설 문제를 책임진 브루스 고든 조정자(coordinator)가 유엔 방송에 나와 밝힌 말입니다.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세계보건기구와 유엔아동기금은 최근 ‘마시는 물과 위생 상황 2017' 보고서를 펴냈는데요, 특히 세계보건기구 측은 “깨끗한 식수와 위생적인 화장실이 부자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특권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이 두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고 모든 나라는 국민에게 이런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전 세계 인구 10명 중 3명에 해당하는 21억 명이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263만명, 한국으로 치면 경상북도 인구에 해당하는데요, 이 263만명이 마시는 물을 구하기 위해 30분 이상 걸어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세계 인구 10명 중 6명, 즉 45억 명은 위생적인 화장실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시 밖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더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특히 600만명은 공중화장실을 사용하고 있고, 892만명은 야외에서 화장실 없이 배변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 2000년 이후 점차 더 많은 사람이 마실 물과 화장실 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받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주택과 병원, 학교에서 비누와 물 부족으로 설사 등 질병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백 부소장은 특히 아동 건강을 우려합니다.

(백명수) 위생적이지 않은 화장실 사용이나 야외 배변은 인간의 배설물이 적절한 처리 없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때 인간의 배변 속에 섞여있는 대장균이나 여러 병원균이 인근에 있는 물로 유입되기가 쉽습니다. 그렇게 되면 적절한 정수처리를 거치지 않은 오염된 물을 마시면 수인성 질병이 쉽게 발생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콜레라, 이질, 장티푸스, 혹은 A형 간염 등의 질병들이 자주 발생합니다. 유엔 보고서에 의하면, 5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 오염된 물로 해마다 36만 1천여명이 설사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이는 매시간마다 41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고 있는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 북한과 관련된 최신 자료나 통계는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운데요, 백명수 부소장은 마시는 물과 관련해 한국의 민간연구경제기관인 ‘현대경제연구원’의 2014년 보고서와 북한 당국이 2001년 유엔에 보고한 자료를 인용해, 북한의 식수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백명수)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014년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 전체가구의 약 85%가 주택 내 물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수원의 상수도 보급체계는 갖춰진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수도 보급이 1960년대 공급 이후 지속적으로 노후화됐기 때문에 실제로는 매우 열악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북한 당국이 지난 2001년에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상수도를 통한 물 공급이 1994년 86%에서 1996년에 63%로 감소됐습니다. 2년만에 33%가 감소한 수치입니다. 현재는 더 어려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1960년대에 설치된 상수도는 이미 상당히 노후화됐고 관리체계는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왜냐면 정수과정에서 필요한 원자재나 부품 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도 전력부족이나 누수 등으로 수도가 설치됐다 하더라도 불규칙하거나 물 공급이 중단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는 재래식 우물로 식수를 보충하는 사례가 보통입니다. 그만큼 오염물질이 지하로 유입돼서 수인성 질병을 야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위생적인 화장실 시설에 대한 접근권은 제대로 보장받고 있을까요? 이 질문에 백 부소장은 부정적인 대답을 건넵니다.

(백명수) 북한 주민들은 실제로 위생적인 화장실 시설을 적절히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008년도 기준으로 단독 및 공동주택 모두를 포함한 북한 전체 가구의 약 40.5%, 즉 10가구 가운데 4가구가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재래식 화장실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세식 화장실의 보급률은 평양시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지역이 모두 평균 이하로 알려져 있습니다. 평양시에서는 10가구 중 7가구만이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외 지역은 절반 이하로 수세식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양 시내 주택단지의 화장실 시설도 굉장히 열악하고 공중화장실의 관리는 더더욱 관리되고 있지 않아서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활한 물 공급이 되지 않는 북한의 실정을 감안하면 위생적인 화장실 시설은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이 2008년 실시한 인구조사 결과, 북한가구의 55%는 수세식 화장실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수세식 화장실이 있어도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상수도 사정이 나쁘고, 고층에서는 수압이 낮아 물을 공급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평양 출신 탈북자가 2015년 한국 내 북한 전문 매체인 ‘배나TV’에 나와 밝힌 말, 잠시 들어보시죠.

(탈북자) 평양이니까 집에 화장실이 있는데, 전기가 없으니까 밑 펌프장에서 물을 퍼 올리지 못하는 거예요. 고난의 행군 때에는 광복거리, 통일 거리 같은 데는 엄청나게 층수가 높은데 물이 안 나와요. 아이들은 비닐 봉지에 변을 보고 들고 내려가요. 아침에요.

한국의 경우, 올해 초 공개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결과에 따르면, 전체 1911만2000가구 가운데 필수 주거시설을 모두 다 갖춘 가구는 96%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 2010년 실시한 조사 결과인 93%보다 증가한 수치입니다. 필수 주거시설은 전용 입식 부엌, 전용 수세식 화장실, 전용 목욕시설, 상수도 등을 말합니다. 한국에서 이 가운데 하나라도 갖추지 못한 가구는8%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앞서 세계보건기구의 고든 조정자가 언급한 유엔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가운데 하나는 오는 2030년까지 야외에서 배변하는 사례가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북한을 포함해 이런 목표가 그때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 백 부소장에게 물었습니다.

(백명수) 안타깝게도 조금 어려워 보입니다. 위생적인 화장실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집중된 투자와 관리역량이 필요합니다. 화장실 시설 공급을 위해서는 예산을 우선해서 배정하고 실제로 사업을 집행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선진국의 원조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해당국가는 자국 내 유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즉 관련법을 만들거나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법을 만들어야 안정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데요, 대부분의 국가들이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지속적인 노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제로 90여개 국가에서 투자의 어려움을 이유로 2030년까지 목표달성, 즉 위생적인 화장실 시설을 공급해서 야외에서 배변하는 사람을 없애겠다고 하는 목표가 달성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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