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발 유독물 감시체계 강화’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5.08.27
toxic_material_b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첫날인 17일 국회에서 119특수구조대 대원들이 유독물 제거훈련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중국의 잇따른 폭발사고와 한국에서 강화되는 유독물 감시체계를 살펴봅니다.

(시민 1) 화학 공장 폭발이에요, 폭발.

중국 산둥성 쯔보시의 한 시민이 근처 화학 공장에서 지난 22일 밤 폭발과 함께 큰 화재가 발생하자 내뱉는 말입니다. 중국 톈진항의 물류창고에서 대규모 폭발 사고가 난 지 열흘 만의 사고입니다.

공장 근처 반경 5㎞까지 진동을 느낄 만큼의 대폭발에 1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습니다. 화재 현장에는 소방대원 150명과 함께 무장 경찰 병력까지 총동원됐습니다. 중국 현지 방송에 나온 시민의 말입니다.

(시민 2) 특경이야. 와! 모든 차에 특경대원들이 탔어요.

룬싱화학공업과기가 운영하는 사고 공장에서는 ‘아디포나이트릴’이라는 물질을 생산해왔습니다. 이 물질은 열을 받으면 분해하면서 유독가스를 배출할 수 있어 2차 피해까지 우려됩니다. 불은 5시간 만에 진화됐습니다. 산둥시 위성방송의 관련 보도 내용입니다.

(산둥 위성방송) 쯔보시 환경 당국은 특정한 오염물은 검출되지 않았다면서 현재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12일 발생한 톈진항 폭발사고로 26일 현재 139명이 사망하고, 34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입니다. 21일에는 폭발 참사가 발생한 톈진항으로부터 6킬로미터나 떨어진 하이허 강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청산가리 때문이란 의심이 확산되자 당국이 조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청산가리는 시안화수소산의 수소 대신 칼륨이 치환된 시안화칼륨으로 유독물질입니다.

중국 언론은 웅덩이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평균적으로 기준치의 40배가 넘는 청산가리가 나왔고 최대 800배가 검출된 것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5만 톤에 이르는 폐수를 정화하기 위해 중국은 화생방부대까지 동원했지만 상황은 녹녹치 않습니다. 화학방제 전문가인 류멍 씨가 중국 CCTV에 나와 한 말입니다.

(류멍) 뭐가 있는지 모르니 물을 피해가고 있습니다. 부식성 또는 독성 물질이 있을 수 있어서요.

이렇게 중국 내 폭발 사고로 주변국의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톈진항과 상대적으로 가깝게 인접한 한국의 충남도민들은 폭발사고로 인한 유독물질이 도내로 유입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텐진시 앞바다는 보하이를 통해 한국의 서해와 이어져있습니다.

이에 따라 충남도는 텐진항 유독물 감시체계를 부쩍 강화하고 있습니다. 충남도는 현재까지 환경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안전성 검사를 지속해서 실시하는 한편, 충남도 내 수출, 입항 소방안전 대책 추진, 유독물업체 관리 강화, 사고 대응 설명서 정비 등 안전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습니다.

당장 충남도는 중국 텐진항 유해 화학물질 저장창고 폭발사고 발생 직후 도 보건환경연구원과 서해기후환경연구소를 통해 대기와 바닷물, 농산물과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검사 등을 실시했습니다.

우선 서해기후환경연구소는 대기흐름을 분석했는데요, 중국 톈진이 충남 북서쪽으로 900㎞가량 떨어져 있는 데다, 폭발사고 이후 톈진 주변에서 남서풍이 불어 오염물질 대부분은 만주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서해기후환경연구소의 윤종주 책임연구원이 이번 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밝힌 말입니다.

(윤종주) 중국 톈진항의 폭발사고로 인한 오염물질 ‘시안화나트륨’은 폭발 과정에서 대기로 날아가거나 지표면으로 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려스러운 상황은 대기로 날아간 오염물질 성분이 대류에 의한 이동 확산으로 일부 전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고에서는 시안화나트륨이라는 독극물이 문제였는데, 이 물질의 특성이 공기보다 무거운 매질로 대기를 통한 원거리 확산의 가능성은 낮다는 점이 다행입니다. 대기로 날아간 시안화나트륨은 공기 중 수증기와 만나 시안화수소가 발생되는데, 이것이 인체에 치명적인 독극물 비가 되어 내릴 수 있어 (중국) 현지의 피해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한국에서는 지속적으로 대기 질에 대한 감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충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서산 독곳리에 설치된 대기오염측정망을 통해 사고 이후 5일 연속해서 대기질을 분석한 결과, 시안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음을 확인했습니다. 바닷물은 태안과 서산, 당진 등 8개 지점에서 채취해 검사를 실시했으나 역시 시안 성분은 검출돼지 않았습니다.

또 농작물에 대해선 서산 독곳리에서 재배되고 있는 깻잎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수산물은 서해 항구 위판장에서 오징어를 포함한 7종에 대해 검사를 실시해,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텐진항 폭발사고가 도내에 미친 환경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추후 상황 변화에 대비해 추가 감시 (모니터링)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서해기후환경연구소의 윤종주 책임연구원의 말입니다.

(윤종주) 중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환경오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발생 가능한 각종 환경사고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예컨대 한국과 가까운 산둥반도에서 오염사고가 났다고 가정했을 때, 바람 등의 대기권으로의 오염물질 유입은 2~3일 이내, 해류를 통한 바닷물의 오염 영향은 2~10일 정도 이내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서해에 위치한 중국 내의 수많은 정유시설 등의 화학공장, 원자력발전소 등은 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대규모 환경사고에 대해 언론의 노출을 적극 통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고 발생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난 후에 한국에 알려지는 일이 많습니다.

중국 정부가 그동안 환경오염과 관련해서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과 정보공유를 꺼려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지난 2011년 서해와 접해 있는 보하이만 원유유출 사고 당시 서울의 1.4배에 이르는 해역이 오염됐지만 한국 정부 측에는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게 단적인 사례입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이번 톈진항과 산둥성의 폭발사고를 계기로 중국과의 환경과 원자력 분야의 정보 공유나 안전사고에 대한 공동대응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환경 긴급 직통전화(핫라인)를 비롯한 정보 공유체제를 만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고가 난 뒤 대처하려 하다가는 너무 늦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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