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황사, 북 태아에도 영향 가능"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5.10.29
BAEK_mokan_250 연구진의 한명인 백덕례 박사 (오른쪽)가 공동연구자인 나지 모잔 박사와 함께 서있다.
Photo: RFA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중국발 황사가 한국 영, 유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봅니다.

(김소형) 내일 낮부터 모레 새벽 사이에 경기 서해안과 충청남도, 전라남북도, 제주도 일부 지역에 옅은 황사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한국 기상청의 김소형 통보관이 26일 한국 MBC 방송에 나와 이번 주 날씨를 전하고 있습니다. 10월에 섬이 아닌 육지까지 몰려온 황사는, 지난 2009년 단 한 차례 있었습니다. 한반도 북쪽 차가운 저기압이 북서풍을 일으키면서 중국 내몽골 모랫바람까지 한반도로 몰고 오는 겁니다.

황사는 주로 봄철에 중국이나 몽골의 사막에 있는 모래와 먼지가 상승해 편서풍을 타고 멀리 날아가 서서히 가라앉는 현상을 말합니다. 토우, 흙비라고도 합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과 한국, 일본 순으로 봄철에 황사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데, 그 발생 기간이 길어지고 오염물질이 포함되는 등, 매년 심해지는 추세입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발 황사에 자주 노출된 임신부일수록 태아를 품고 있는 기간, 즉 임신 주수가 짧아지고, 그 결과 체중이 더 적은 신생아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의학적 표본 조사를 통해 황사가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드러난 적은 있지만, 전수조사나 다름없는 대규모 통계 분석에서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의 백덕례 박사를 포함한 경제학자 3명은 최근 ‘중국 황사와 한국 영유아 건강’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미국 최대 경제연구 단체인 ‘전미경제연구소’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한국 통계청에서 제공받은 2003~2011년 한국 출생아 155만 명의 출생증명서 정보, 같은 기간 한국 내 130개 지점에서 측정된 황사 농도 자료 등을 분석해, 황사 농도와 신생아의 체중 사이의 연관 관계를 발견했습니다. 백덕례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말입니다.

(백덕례) 태아의 몸무게가 태아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연구가 많이 있습니다. 예컨대 상대적으로 무겁게 태어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기보다 성인이 되었을 때, 키가 크고 지능지수가 높으며 교육수준이 높고, 높은 연봉을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희 연구에서는 이처럼 미래의 중요 결정요소인 태아의 몸무게가 어느 정도 황사의 영향을 받는지를 분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황사는 태아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정부의 황사 경고체제는 태아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임신 중 황사에 노출되는 것은 신생아의 체중과 임신 주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2.5㎏ 미만의 저체중아를 낳을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구체적으로 임신부가 황사에 1㎛/㎥ 더 노출될수록, 신생아의 체중이 0.8g 더 감소한다는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백덕례 박사의 말입니다.

(백덕례) 임신 기간 중에 황사에 오래 노출될수록 태아의 몸무게는 줄고, 조산의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또 태아의 성장률을 낮춘다는 것을 저희는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공기 중에 있는 황사의 양이 10% 증가하면 태아의 몸무게가 약 0.13%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황사의 부정적인 영향을 화폐가치로 환산해봤는데, 공기 중에 있는 황사량의 10% 증가는 예를 들어, 2010년에 태어난 약 47만 명이 평생 벌어들일 수 있는 소득 중 약 110억 원의 손실을 유발합니다.

백덕례 박사가 언급한 한국 돈 110억 원은 미국 돈으로 970만 달러가량입니다. 970만 달러는 정확히 유엔 인구기금이 2011년에서 2015년까지 북한에서 모자보건 사업을 진행하는데 쓰이는 적지 않은 돈입니다.

중국발 황사가 태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방안은 있습니다. 연구진은 황사 경보가 발령된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를 비교해, 당국이 황사 상황을 안내하고 경고하면 신생아 체중과 임신 주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백덕례) 예컨대, 황사주의보로 인해 임산부가 하루 동안 황사노출을 피하게 되면, 태아의 몸무게가 4.4g 늘어나고, 황사경고 발령은 13.6g, 그리고 황사예보 발령은 태아의 몸무게를 약 8.6g 증가시킨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정부의 황사 경고에 따라 임신부가 바깥 활동을 삼가고, 황사에 노출되는 빈도가 낮아지면서 태아 건강이 위협받을 가능성 역시 줄어든다는 이야기인데요, 한국 기상청에서는 3가지의 황사 예보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옅은 황사’는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400㎍/㎥ 정도로 예상될 때, ‘짙은 황사’는 1시간 평균 농도가 400~800㎍/㎥ 정도 예상될 때, ‘매우 짙은 황사’는 1시간 평균 농도가 800㎍/㎥ 이상 예상될 때 발령됩니다.

이와 더불어, 두 종류의 황사 특보가 발령되기도 합니다. ‘황사주의보’는 황사로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 400㎍/㎥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 ‘황사경보’는 황사로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 800㎍/㎥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 발령됩니다.

중국발 황사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국경을 접한 북한의 태아에게도 해롭지 않겠냐는 질문에, 백덕례 박사는 북한의 산모가 호흡기로 들이마신 공기 중의 유해 물질이 탯줄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될 위험이 충분히 있다고 답했습니다.

(백덕례) 지리적인 요건이나 황무화 상태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남한과 비슷한 황사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그 영향이 남한에 비해서 클지 작을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북한 여러 지역에서 측정된 황사 농도나 출생아의 정보 등의 자료는 구할 수 없거나 있다 해도 자료를 신뢰하기 어렵고, 최신성과 체계성을 결여해 사용하는데 부담감을 갖게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다만 북한 어린이의 체중에 관한 자료는 최근 나왔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10월 초에 발표한 세계식량농업백서를 보면, 북한 어린이 4명 중 1명이 영양부족상태인 저체중으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북한 당국이 황사경보를 발령하고 주민들에게 마스크와 눈 보호 안경 등을 착용하라고 당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4월 중순 "고비사막과 내몽골에서 강한 저기압에 의해 발생한 황사가 상층 기류를 타고 남동쪽으로 이동해 함경북도를 제외한 대부분 지방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견된다"며 황사경보를 내린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은 이어 "밖으로 나갈 때 마스크와 눈 보호 안경을 착용하고, 사무실이나 방 안에 들어갈 때에는 옷을 반드시 털고 코 안과 목 안을 3∼5%의 소금물로 함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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