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건물들 내진설계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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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최근 일본 후쿠시마의 지진과 한반도 영향을 들여다봅니다.

(일본 지진 경고음)

일본 후쿠시마 현 일대의 지진 공포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리히터 규모 7.4의 강진 이후 일본 기상청이 대규모 지진의 추가 발생 가능성에 대한 주의를 요구한 데다, 이 일대를 진원으로 하는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11월 24일 후쿠시마 현 앞바다에서 규모 6.1의 지진이 일어나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와 이바라키현 다카하기시 등에서 진도 4의 흔들림이 관측됐습니다. 진도 4는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고 물그릇이 넘쳐흐르는 수준의 '중진'을 뜻합니다.

이에 앞서 후쿠시마 현 앞바다에선 11월 22일 오전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했고, 같은 날 오후에도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번 일본 지진은 한반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안병옥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먼저 22일에 발생한 지진과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비교하면 좋겠습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규모는 9.0이었습니다. 이번 지진은 7.4였으니까 상당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리히터 지진 규모 단위로 보면 이번 지진이 동일본 대지진과 비교했을 때 대략 1/250입니다. 즉 2011년의 지진에 비해서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일본 동부 쪽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일본 국토 자체가 방파제 역할을 하면서, 서쪽에 위치한 한반도까지는 영향이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동쪽이 아닌 동해안 부근인 일본의 서쪽에서 지진이 날 경우 한반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안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일본 서쪽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한반도가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 지진 관측 자료를 보더라도, 1980년대 이후 두 차례 정도 일본 서쪽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동해안에 높은 해일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1983년 일본 아키타 현 해안에서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했는데, 울릉도가 강원도 지역에서 쓰나미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한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실종됐습니다. 또 1993년에는 홋카이도, 즉 북해도 남서외해 쪽에서 규모 7.8정도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울릉도와 삼척 지역에서 영향을 받아서 선박이 파손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2010년 소방방재청 산하 국립방재연구소는 모의실험을 통해 일본 활성단층 지역인 아키타 현 서쪽 100km 해저에서 강진이 발생할 경우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 내륙 200m 지점까지 지진 해일에 잠긴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에 따르면 아키타 현 서쪽 해저에서 규모 8.0의 강진이 발생하면 발생 후 1시간36분에서 1시간42분 사이에 속초해수욕장과 삼척항, 임원항 등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 같은 일본 강진과 함께 태평양 주변에서 지진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안 소장의 설명입니다.

(안병옥) 일본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환태평양지진대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환태평양지진대는 태평양 바다 깊은 곳의 지각판이 움직이면서, 이 지각판이 부딪히는 곳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겁니다. 이를 ‘불의 고리’라고 부르는데요, 21일에도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6.4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고, 뉴질랜드에도 규모 7.8의 강진이 있었습니다. 이게 모두 ‘불의고리’에서 발생하는 지진입니다. 한반도는 직접적으로 불의 고리가 부딪히는 지각판에 있지 않습니다. 일본이 그 영향권 안에 있고, 한반도는 일본 뒤편에 살짝 비켜가 있습니다. 한반도는 일본에 강진이 발생하게 되면, 불의 고리 속에서 강진의 영향을 받게 되면, 그 여파로 한반도에서도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이 같은 가능성을 고려할 때 가장 큰 우려 사항은 한반도 내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입니다. 최근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김익중 위원은 세계 5위의 원자력 발전소 보유국인 한국이 후쿠시마 다음의 원전 폭발지가 될 것이라고까지 우려했습니다. 안 소장도 일각의 우려에 동의합니다.

(안병옥) 지진발생 규모에 따라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모든 건물의 안정성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우려되는 점은 원자력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입니다. 한국의 경우, 상당히 많은 수의 원자력 발전소가 지진발생 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대가 잘 발달된 경상북도와 경상남도에 밀집돼 있습니다. 지난 9월에 발생한 경주 대지진때도 주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정성 때문에 국민의 우려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과거에는 한반도에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은 절대로 발생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최근 경주 지진 규모가 5.8이었는데요, 지진학자들은 5.8 규모의 지진도 천 년에 한번 정도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해왔습니다. 그러다 실제로 이번에 발생했기 때문에 사실상 과거의 예측과는 다른 현실을 경험한 셈이죠. 따라서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북한의 영변 원자로는 지진의 영향에서는 덜 위험하다고 안 소장은 말합니다.

(안병옥) 북한의 영변 원자로 같은 경우는 일본 지진의 영향 측면에서 보면 동해안에 있는 쪽보다는 영향이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원자로의 심각성은 지진보다는 오히려 냉각 시스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핵과 미사일 전문가인 리빈 중국 칭화대학교 교수는 11월 14일 한국언론에 밝혔습니다. 출력이 낮아서 방사능 유출은 적겠으나 사고 유형은 후쿠시마 원전과 같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남북한의 건물들은 앞으로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해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내진설계를 해야 한다고 안 소장은 재차 강조했습니다.

(안병옥) 그 동안 대규모 지진이라는 것을 변수로 고려하지 않고 도시계획을 하고 건물을 지어오고,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해왔습니다. 경주 대지진도 있었고,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일본이 하는 것처럼 ‘지진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건물의 안정성 강화, 특히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원자력발전소의 내진 설계도 지금보다 훨씬 더 상향 조정해야 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