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여성, 나쁜 에너지 사정으로 위생보건 힘들어

'12월7일공장' 내 위생용품 `분공장'에서 생산하는 여성용 위생용품.
'12월7일공장' 내 위생용품 `분공장'에서 생산하는 여성용 위생용품.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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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생리대 사용에 따른 건강영향조사에 대해 살펴봅니다.

한국 환경부가 생리대 속 유해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본격 조사하기로 해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최근 회의를 열고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청원과 관련된 안건을 심의해 청원을 수용하기로 의결했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뒤늦게나마 청원이 수용돼 다행이라며, 정부가 생리대 건강영향조사에 전격적으로 나서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백명수) 1년전부터 이미 특정 생리대를 사용한 후 생리량이 줄거나 생리통이 심해졌다는 소비자들의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습니다. 한국 환경단체인 ‘여성환경연대’가 미국 비영리단체인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의 생리대 유해성 관련 보고서를 접한 뒤, 지난 10월 강원대 김만구 교수 연구팀에게 국내 유통 중인 생리대 10종에 대한 유해물질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결과가 올 3월에 나왔는데, 10개 제품 모두에서 발암물질을 포함한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습니다. 해당업체와 식품의학품안전처에 알렸지만 별 대응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올 8월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하고 부작용을 겪었다는 소비자들의 주장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사태가 확산됐습니다. 지난 3월 결과를 발표했을 때는 업체명과 상품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유해물질이 가장 많이 나온 제품이 ‘릴리안’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정부의 부실대응까지 겹쳐져 소비자들이 분노했습니다. 이후 피해를 겪은 여성 3,000여명이 제보와 증언에 나서고 생리대 유해성분에 대한 전수조사와 역학조사에 대한 시민들의 청원 서명이 이어지면서 생리대 문제와 여성의 요구가 사회 전면에 부각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앞서, 한국 야당인 정의당 산하 여성위원회는 지난 9월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건강 피해 여부를 규명해 줄 것을 환경부에 청원한 바 있습니다. 정의당의 이정미 의원이 한달 뒤인 10월 중순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생리대 안전대책에 관해 환경부 관리들을 질타하는 부분, 잠시 들어보시죠.

(이정미) 기업이 인체에 안정성을 충분히 입증하게 하고 정부는 그것에 대해 검증하고 그렇게 해서 소비자들에게 믿고 쓸 수 있도록….

하지만, 이 같은 역학조사를 통해 정확한 인과 관계를 밝히는 데는 긴 시일이 걸린다고 백 부소장은 지적합니다.

(백명수) 빠른 시일 내에 나올 수 있는 조사가 아닙니다. 적어도 4년은 넘을 것 같습니다. 환경부 담당자는 연말까지 우선 민간공동조사 협의체를 구성해서 조사내용과 범위, 조사 방법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시범 용역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역학조사를 통한 인과관계를 밝히는 데는 최소 3-4년이상, 혹은 그보다 더 오래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환경부는 식약처나 질병관리본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건강영향조사를 추진할 방침입니다. 생리대 제품 자체에 들어있는 유해성분에 대한 분석과 안전성 검증은 식약처가 담당하고, 환경부는 유해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조사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시간이 조금 더 당겨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예상보다는 많이 걸릴 것입니다. 환경부는 생리대 사용과 건강피해 질환 발병 사이에 관련성을 규명하기 위해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부터 정밀조사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그러면, 북한여성들은 생리대 사용에 있어 안전지대에 있을까요? 올해 41살의 탈북자 이소연 씨는 지난달 말 영국 BBC 방송에 나와 군 생활 중 생리대 지급이 원활치 않아서, 면으로 댄 패드를 재활용해 썼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씨는 지난 1992~2001년 북한에서 여군으로 복무했습니다. 백 부소장의 말, 들어보시죠.

(백명수) 북한여성들은 대부분 광목이나 면으로 된 가제천 등을 생리대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남한의 생리대에서 문제가 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나 발암 물질 등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면과 같은 천 재질이라면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남한에서도 융과 같은 천을 이용한 대안 생리대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리대의 경우, 위생 부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천을 깨끗이 소독해 사용하기 위해서는 물을 끊여야 하는데, 에너지 사정이 매우 어려운 북한의 경우, 위생 관리가 힘들 수 있습니다. 위생사정이 좋지 않으면 열악한 생리대 사용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탈북자들의 일부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서도 면 생리대와 일회용 생리대가 있지만, 일회용 생리대는 가격이 비싸서 화장지를 일회용 생리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장지의 유해성분으로 피부발진 등과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북한의 젊은 여성들은 질이 낮은 중국산 제품보다 조금 더 비싼 북한산 생리대인 ‘대동강’ 제품과 ‘밀화부리’라는 제품을 선호합니다. 고 김정일 노동당 위원장은 2010년 생리대 생산지인 ‘12월 7일’ 공장에 방문해 질 높은 제품을 생산할 것을 지시했고, 김정은 현 노동당위원장도 2016년 3월 같은 곳을 방문해 “인민들에게 질 좋은 위생용품을 더 많이 공급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일부 북한여성들은 밀수된 한국산 생리대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중국 요녕성 심양의 조선족 소식통은 지난 6월 자유아시아방송에 “내가 아는 평양의 한 외화벌이 기관 간부는 얼마 전 한국산 커피믹스와 생리대, 화장품을 컨테이너 6개 분량이나 싣고 돌아갔다”면서 “이는 몇 십만 달러가 훌쩍 넘는 물량”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남한의 생리대와 관련한 논란을 모를 가능성이 높은 북한 여성들에게 조언을 주라는 요청에, 백 부소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백명수) 북한에서 한국산 제품이 거래된다는 것은 합법적인 거래는 아닐 겁니다. 남한의 다양한 생리대 제품에서 유해한 물질이 발견되고 있고, 이로 인한 건강 이상이 발생하는 만큼 북한에서도 한국산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면, 건강 이상을 조금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용 중이나 사용 후, 건강에 대한 영향이 생긴다 해도 공식적으로 이상증상을 호소하기에 어려운 상황일 텐데요, 인체에 대한 영향, 즉 평소보다 생리량이 줄거나 많아지던가, 생리통이 평소보다 심해지는 것에 대해 사용자가 직접 판단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바로 사용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해야 합니다. 한편, 생리대를 선택할 때는 날개형보다는 일자형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면, 날개 부분에 사용되는 접착제에 유해물질이 함유된 경우가 많아 예민한 피부의 경우 발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냄새를 없애기 위해 첨가된 향 자체가 화학물질인 경우가 있어서 무향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가급적이면 일회용 생리대를 자제하는 게 발암직할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는 최근 뉴욕 해양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말아야 할 제품 9가지를 들었는데요, 이 중 일반 생리대가 포함됐습니다. 주간지는 생리대에는 쇼핑백, 즉 장바구니 약 4개에 해당하는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면서, 대다수 여성이 매달 며칠 동안 하루에 여러 개의 생리대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쇼핑백을 상당히 많이 사용하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생분해되는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들고 환경도 위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