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의 매개체 청둥오리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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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 점촌교 인근 태화강 상류에서 겨울철새인 청둥오리, 쇠오리떼와 텃새인 해오라기, 백로 등이 강추위를 피해 햇볕을 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조류독감의 매개체로 알려진 청둥오리의 국가 간 이동경로를 살펴봅니다.

(청둥오리 소리)

겨울철, 한국의 하천과 연안 도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철새의 대명사, 청둥오리의 소리입니다. 광택이 나는 녹색 머리의 노란색 부리는 수컷, 갈색의 평범한 모습은 암컷입니다. 암수 한 쌍이 유유히 물위를 헤엄치는가 싶더니 불쑥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고 먹이를 찾기도 하고, 물장구를 치며 퍼드덕거리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외양과는 달리, 청둥오리는 조류독감을 옮기는 애물단지입니다. 조류독감은 조류에 감염되는 급성 세균성 전염병으로, 감염되면 호흡기 곤란과 설사 등이 나타납니다. 고병원성의 경우 인간에게도 감염돼 1997년 홍콩에서 6명이 사망하였고, 2004년 베트남에서는 16명이 사망했습니다. 한국에서는 1996년에 이어 2003년 조류독감이 발생해 전국적으로 확산됐지만, 약병원성으로 인체에는 전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청둥오리의 이동 경로가 최초로 밝혀져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봄, 충청남도 아산 곡교천에서 포획돼 위치추적기가 부착된 청둥오리가 이번에 한국을 다시 찾으면서 그간의 행적이 고스란히 파악된 것입니다.

조사 결과, 청둥오리는 중간 체류지인 북한 압록강과 중국을 거친 뒤, 모두 천 3백여 km를 날아가 내몽골에서 여름을 보냈습니다. 이후 6개월가량을 머문 뒤에는 다시 중국과 북한 자강도 초산 인근 압록강을 거쳐 출발지인 아산 곡교천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국립환경과학원의 신정화 연구사의 말입니다.

(신정화) 장거리 이동시에는 주로 야간에 출발하는 경향을 보였고, 중간 기착지를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멀리 한 번에 난다는 습성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연구로 조류독감이 해외로부터 한반도로 확산되는 경로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청둥오리가 철마다 국가 사이를 이동하며 조류독감을 퍼뜨리는 주요 매개체로 알려져 왔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전까지 추정만 해왔던 번식지, 체류지 등을 확인한 것도 성과입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한국물새네트워크의 이기섭 대표가 한국 언론에 밝힌 말입니다.

(이기섭) 청둥오리 같은 경우는 어디에서 번식하는지 우리가 잘 몰랐었는데, 그리고 그들이 보통 내려오면 아무 곳이나 돌아다닌다고 생각했었는데, 자기가 월동하던 곳에 다시 되돌아오더라, 이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청둥오리는 그동안 네이멍구를 비롯한 중국 북부, 시베리아 등지에서 번식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방문하는 개체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서 오는 지는 이번에 처음 확인된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조류독감 발생 시 방역 대책을 세우는 자료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윤준헌 팀장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 잠시 들어보시죠.

(윤준헌) 중국이나 몽골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할 경우, 한국의 유입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보건 당국은 한국에 들어온 청둥오리가 지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효과적인 방역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청둥오리는 이번 조사에서 압록강을 제외한 북한 지역은 머무르지 않고 통과만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1년 현재 북한에서는 조류독감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고, 앞서 지난 2008년 북한과 중국 국경지역에서 조류독감과 수족구병 등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무성했을 때, 북한 당국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조류독감이 북한에서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지난 2005년 동아시아에서 조류독감이 창궐했을 때, 북한에서도 조류독감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닭 수십만 마리를 폐사시키는 바람에, 큰 피해까지 입었습니다.

그 이후, 북한 보건성과 세계보건기구는 조류독감 예방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2011년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보건성에 조류독감 경계와 감시를 위한 기술적인 조언과 함께 발병 시 농업성이 보건성에 바로 통지하는 체계를 갖추도록 했고, 조류독감 발생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도록 북한 내 32개 병원을 '조류독감 감시시설'로 지정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북한에서 조류독감의 감염과 발병 여부를 진단하는 '국립 유행성 독감연구소'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으며 연구소의 전문 인력에 세균 표본 검출, 저장, 운송 등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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