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탄소배출권의 한국 시장 허용 여부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5.03.12
pusan_carbon_exchange-305.jpg 지난 1월 12일 개장한 부산시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 내 한국거래소 본사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개장식이 열렸다. 시장운영실에서 직원들이 거래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 탄소배출권의 한국 배출권 시장에서 허용 여부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한국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를 시행한 지 3개월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우선 청취자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가 뭔지 간략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정부에서 기업들이 배출할 수 있는 배출 허용량을 할당해 주고, 할당된 배출량 이하로 배출량을 줄일 경우 남는 배출량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2013년 관련 법률이 만들어진 후 올해 1월부터 처음 시행됐습니다.

양윤정: 제도 시행 두 달을 훌쩍 넘었는데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현황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개장일인 1월 12일에는 다섯 번에 걸쳐 모두 1190톤이 거래됐습니다. 거래 금액은 974만원으로 지금껏 최고 기록입니다. 한국 돈 974만원은 미국 돈으로 대략 8750달러입니다. 13, 14, 16일 사흘간 평균 63톤이 거래된 이후로는 거래가 별로 없습니다.

양윤정: 왜 그렇습니까?

장명화: 매수 주문을 낸 곳은 있지만 팔겠다는 기관이 없어 거래가 안 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올해부터 2017년까지 할당한 온실가스 배출권은 모두 15억9800만 톤인데 산업계가 신청한 규모에 비해 20% 정도 적습니다. 배출권을 팔 만큼 할당량이 남아도는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에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기가 힘든 셈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유럽과 중국 시장도 제도 시행 초기에는 거래량이 많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할당량 준수 여부를 기업에서 보고받는 기간인 내년부터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양윤정: 최근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북한 탄소배출권을 한국 내 배출권거래 시장에서 허용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잇달아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북한의 온실가스 배출수준은 1990년에 한국의 55%에서 2000년의 14%로 격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0년에 6570만 톤으로 1990년의 1억9,350만 톤의 34%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 한국 정부가 북한의 탄소배출권도 한국 배출권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지 법률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실제 이뤄지면 북한 기관이나 기업이 한국에서 거래활동이 이뤄지는 최초의 사례가 됩니다. 한국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1월말 경제일간지 파이낸셜뉴스에 "2020년까지 청정개발체제(CDM)에 등록된 한국 기업만 적용되는데 북한도 해당되는지 법률 자문을 받을 예정"이라며 "내부 법률검토와 별도로 소관부처인 총리실에 유권해석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양윤정: 환경부 관계자가 언급한 청정개발체제가 뭡니까?

장명화: 청정개발체제는 배출권 거래제 중 하나로 국가나 기업이 특정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투자해, 감축실적을 자국의 의무이행에 활용하고 남는 감축 실적은 타국이나 다른 기업에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UNFCC)에 등록해야 감축실적으로 인정됩니다.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통해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게 돼 자국의 감축 비용을 최소로 낮출 수 있고, 개발도상국은 친환경 기술에 대한 해외 투자를 받게 돼 자국의 개발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양윤정: 북한이 지금까지 등록한 청정개발체제 사업은 몇 개정도 됩니까?

장명화: 북한은 2012~2013년 사이 예성강 수력발전소 3·4·5호, 함흥 1호 수력발전소, 금야발전소, 백두산 선군청년 2호 발전소 등 6곳을 유엔기후변화협약에 탄소배출권 시설물로 청정개발체제 등록을 신청해, 승인받았습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청정개발체제에 등록된 북한 탄소배출권 사업은 작은 수력발전이나 탄광에서 나오는 매탄을 활용 혹은 파기하는 사업, 산업폐수에서 나오는 매탄을 활용하거나 파기하는 사업 등의 형태입니다.

양윤정: 북한이 유엔을 통해 탄소배출권 확보에 나선 이유는 뭡니까?

장명화: 환경적 이유라기보다는 부족한 외화를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다양한 제재를 받자, 부족해진 외화를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수력발전소를 비롯한 사업을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등록한 뒤 탄소배출권을 확보해,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등록된 사업조차도 사업 진행을 위해 필요한 시설 투자 등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일부는 가동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양윤정: 한국 정부가 북한 탄소배출권의 한국 내 거래를 인정하겠다는 것은 한국에 부족한 탄소배출권의 양을 채우고, 북한에겐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전략으로 보이네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민간단체인 '한국배출권거래협회'의 정정률 회장은 한국의 일간지 매일경제에 한국 정부가 북한의 탄소배출권도 한국 배출권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지에 대해 법률 검토를 착수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정률 회장은 이와 더불어 기존의 수력발전 청정개발체제에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으로의 확대, 에너지 효율이 낮은 낙후된 설비 개선, 그리고 조림 등 다양한 북한 청정개발 사업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윤정: 북한 정부가 관심을 보이면 북한의 탄소배출권이 한국 배출권 시장에서 즉시 거래될 수 있습니까?

장명화: 그건 아닙니다. 청정개발체제에 등록됐다고 해도 유엔기후변화협약으로부터 탄소배출 감축 실적을 최종 인정받아야 국제시장에서 탄소배출권 거래가 가능합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한국의 제도를 그냥 적용하는 것은 어렵고, 청정개발체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기 때문에 활용하는 것"이라며 "탄소배출권 시설이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지도 유엔기후변화협약의 검증과 감시 등을 거쳐 실적 증명서를 통해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윤정: 북한과 하는 경제사업은 늘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데요, 북한서 탄소배출권을 사는 일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습니까?

장명화: 물론입니다. 한국에 있는 연세대학교의 백광열 기후금융연구원장은 최근 일간지 한국경제에 기고한 글에서 "세계적인 탄소 감축 개발회사인 '에코시큐리티즈사'를 지난 2008년 평양으로 불러들여 배출권 제도에 대한 전문교육을 받은 북한과의 배출권 거래는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이 북한에 투자해 배출권을 생성해도 북한은 배출권의 ‘추가성’을 이용해 모든 배출권을 합법적으로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으며, 북한은 이를 이용해 한국의 투자를 볼모로 잡고 끝없이 다른 요구만 할 것이라고 백광열 원장은 경고했습니다. 참고로, 배출권의 추가성이란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한 자금 충당 없이 해당 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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