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북한 구제역 조사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4.03.20
foot_mouse_303 경기도 수원 국립축산과학원 본원에서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된 가운데 방역작업이 실시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유엔의 북한 구제역 조사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우선 구제역이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구제역은 소, 돼지, 양, 염소 등 발굽이 갈라진 동물들에 발생하는 무서운 전염병입니다. 동물들에는 치명적이지만 사람에게는 그다지 큰 해를 미치지 않습니다. 구제역에 걸린 동물은 입술, 혀, 잇몸, 콧구멍, 발, 젖꼭지 등에 물집이 생기는 동시에 다리를 절고 침을 흘리며 식욕을 잃고 젖이 나오지 않게 됩니다. 치사율은 감염된 동물의 나이와 종류에 따라 5-75%로 차이가 큽니다. 잠복기가 3-5일로 전파력이 매우 강력한 구제역 병원체는 호흡, 소화, 생식행위를 통해 옮겨집니다. 구제역 병원체는 배설물을 통해서도 옮겨지고 바람을 타고 수십km를 이동하며 사람의 옷이나 신발에 붙어 잠복하고 감염된 사람의 호흡이나 재채기를 통해 전염되기도 합니다.

양윤정: 이 구제역이 북한에서 올해 발생한 겁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OIE, 국제동물보건기구에 따르면, 북한의 구제역 발생 일자는 지난 1월 8일인데요, 북한은 이 같은 사실을 한참 뒤인 지난 2월 19일 국제동물보건기구에 보고했습니다. 북한이 국제동물보건기구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은 O형으로 평양과 황해북도의 돼지농가에서 발견됐습니다.

양윤정: 북한에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처음입니까?

장명화: 아닙니다. 세계동물보건기구는 지난 2010년 말부터 2011년 초까지 북한 평안북도 태천군과 황해북도 상원군, 신평군, 황주군, 강원도 금강군 등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돼지 1만 마리 이상과 소 1000여 마리 이상이 감염됐다고 보고했었습니다. 북한 구제역 발생은 지난 2011년 4월이 마지막으로 33개월 만에 재발된 것입니다. 또한 지난 2007년 구제역 피해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통해 당시 구제역 의심사례 2630마리 모두 살 처분했고, 감염은 없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양윤정: 구제역과 관련해 살처분에 필요한 비용, 소독약 구입, 방역 초소 운영비를 대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 당국이 혹시 국제사회에 구제역 방역과 퇴치 지원을 요청했습니까?

장명화: 북한은 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지난달 23일,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8일 평양 돼지공장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황해북도 중화군 등 17개 지역으로 전파됐고 3200여 마리가 감염돼 이중 2900여 마리가 도살됐습니다. 유엔은 지난 2012년 80만 달러 상당의 구제역 예방 백신을 북한에 제공한 바 있습니다. 물론 한국 정부도 방역 지원을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07년 북한의 구제역 발생 당시 약품과 장비 26억 원, 미화로 약 240만 달러어치를 지원한 적이 있습니다.

양윤정: 북한이 한국 정부가 제의한 구제역 방제 실무접촉에 대해 답변하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장명화: 한국의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 당국이 비료와 농자재 지원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소식통들은 한국 언론에 "북한이 남북 고위급 접촉이나 이산가족상봉 실무회담에서 남측에 별다른 요청을 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농번기를 앞두고 북한이 필요한 것은 비료와 농기계, 비닐판막 등 농자재"라고 말했습니다. 돼지 구제역 방제는 북한이 이미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요청한 상태에서 추가로 남측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거죠.

양윤정: 어쨌거나 구제역은 전염 속도가 빠른 만큼, 식량농업기구가 이른 시일 내에 북한에 실사단을 파견하겠군요.

장명화: 이미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식량농업기구의 후안 루브로스 수의국장은 최근 구제역 조사단이 13일 북한으로 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사단은 식량농업기구 소속의 구제역 전문가 2명과 수의학 분야 역학전문가 1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식량농업기구는 세계동물보건기구에도 조사단 참여를 제안했지만 이번에는 합류하지 않았습니다. 이 조사단은 북한에 주재하는 식량농업기구 관계자들과 함께 구제역 발생 현황을 살펴보고 방역과 퇴치 지원에 관한 권고안을 작성할 예정입니다.

양윤정: 북한에서 구제역 피해가 더 확산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장명화: 일부에서 피해가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상대적으로 양돈 밀도가 그리 높지 않고 주민들의 철저한 이동 통제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권태진 농업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개별 농가들에서 양돈업을 하지만 북한은 국가에서 운영하고 규모도 적어 방역 작업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인이 사육하는 양돈이 많지 않아 전염 확산이 더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들 역시 "북한 당국은 구제역 발생지역에는 여행증명서도 발급해 주지 않고 외부사람도 못 들어가게 하는 조치를 취한다"면서 "북한의 이런 주민 통제가 전염병 확산 문제에서는 다행히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한국 기상청은 지난달 말 개나리와 진달래 등 봄꽃 개화 시기가 평년보다 1~3일 일러, 제주 서귀포에서 개나리는 14일, 진달래는 15일에 꽃이 핀다고 예보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봄꽃은 그날 피지 않았습니다. 기상청은 애초 “2월 기온이 평균보다 높았고 3월 상순과 중순 기온이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여 봄꽃 개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이달 상순 평균 기온은 3.4도로 평년보다 0.4도 낮아 개나리와 진달래의 개화가 예상보다 늦춰진 것으로 보입니다. 기상청은 해마다 봄철에는 두 차례에 걸쳐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의 개화시기를 발표하고 가을철에는 단풍의 시작과 절정 시기를 발표하는 등 ‘식물 계절 예보’를 합니다. 식물 계절은 식물이 그 지역의 기후 환경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기후 변화와 관련한 시민의 관심을 일으키기에 효과적인 지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국 기상대에서는 봄꽃의 발아와 개화를 관측하는 표준목의 지역 대표성이 없거나 개화 시기가 불규칙하고 군락 단지가 멀어 관측이 쉽지 않은 등 정확한 예보에 필요한 자료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오염수 유출이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는 가운데 중국 관영 언론이 이 문제는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일본 정부가 자국민과 국제 사회를 기만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중국 신화통신은 최근 특집 기사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되고 있지만 아베 정부의 오염수 대책에 관련된 정보는 투명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통신은 일본 정부가 작년 8월 원전 용지 안에 설치된 오염수 탱크에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 300톤이 누출돼 후쿠시마 앞바다를 오염시킨 사실을 인정했지만 한 달 뒤인 작년 9월 2020년 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했던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아베 신조 총리는 "오염수가 완전히 차단돼 있다"고 강조한 사실을 상기하면서 아베 정부는 거짓말로 국제사회를 기만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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