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엘니뇨, 내년 초까지 어이질 것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5.11.05
soyang_upper_part-620.jpg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면서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지역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강력한 엘니뇨의 영향을 살펴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최근 들어 엘니뇨의 영향으로 전 세계가 가뭄과 홍수에 시달리는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가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엘니뇨가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엘니뇨란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평균보다 섭씨 0.5도, 많게는 10도까지 높아지는 기상 현상을 말합니다. 여름에는 이상저온과 폭우, 겨울엔 이상고온과 폭설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남미의 페루 연안에서 최초로 발견됐습니다. 당시가 성탄절 즈음이어서 아기 예수를 상징하는 스페인어 이름인 ‘엘니뇨’로 불리게 됐습니다.

양윤정: 한마디로 이상기후를 초래한다는 건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장명화: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강력한 엘니뇨가 오고 있으며 모든 것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엘니뇨가 이미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말 멕시코에 상륙한 태풍 ‘퍼트리샤’ 역시 엘니뇨로 인해 급속히 초강력 태풍으로 발달했습니다.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는 10여 년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시달려 에티오피아 정부는 긴급 식량지원이 필요한 인원을 820만 명으로 늘렸습니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을 비롯한 열대우림에서는 엘니뇨 영향으로 가뭄과 폭염이 계속되면서 큰 산불이 장기화됐습니다. 이로 인한 대기 오염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주변국에까지 영향을 미쳐 올해 약 50만 명이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양윤정: 이렇게 강력한 엘니뇨가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까?

장명화: 아닙니다. 미국 국립기상연구소는 이번 엘니뇨가 지난 1997~1998년에 발생했던 엘니뇨에 맞먹는 규모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 국립기상연구소는 “대규모 혼란이 예상되며 전 지구적으로 가뭄과 홍수가 폭 넓게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지난 1997~1998년에 엘니뇨로 유발된 홍수, 화재, 가뭄 등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3만 명에 달했습니다. 또 금전적 손실은 1000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양윤정: 엘니뇨의 영향은 언제 극대화될 것으로 보입니까?

장명화: 지구 남반구의 여름철이 10월에서 2월까지인데요, 이때 엘니뇨의 영향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내다봤습니다. 앞으로 콜롬비아의 커피콩 가격에서부터 냉수 어류의 운명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통신은 덧붙였습니다. 미국 농무부는 남부 플로리다 주의 오렌지 생산량이 내년 9월 52년간 최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베트남 국영 농장회사인 커피코코아원멤버는 저수지의 물이 정상보다 67% 하락하면서 다음 추수 기간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양윤정: 이렇게 강력한 엘니뇨에 따른 기상 이변이 농작물 작황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 농산물 시장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지 않겠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엘니뇨의 영향이 농산물 가격에 완전히 반영되기까지는 약 6개월이 걸립니다. 한국의 증권사인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한국 언론에 “1997년 겨울 이후 18년간 발생하지 않았던 강력한 엘니뇨현상이 예상됨에 따라 농산품 값이 지속해서 상승 중”이라며 “팜유와 밀, 그리고 설탕의 가격이 9월1일과 비교해 각각 12%, 2.5%, 34% 상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양윤정: 역대급 엘니뇨는 기업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장명화: 물론입니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는 올 겨울 최악의 엘니뇨로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갈린다며 수혜주와 피해주를 소개했습니다. CNBC방송은 승자로 지붕 시공업체, 스키 휴양지, 전문 청소업체를, 패자로 목공업체, 건설업체 등을 꼽았습니다. 먼저 강력한 폭풍이 오면 오래되고 노후한 지붕을 고치는 일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다수의 지붕업체는 시공 일정이 연말까지 꽉 찼습니다. 또 다른 승자로 스키 휴양지가 꼽혔는데 콜로라도 주의 주요 스키 휴양지에는 벌써 22~42cm의 눈이 쌓였습니다. 전문 청소업체들 역시 엘니뇨로 인한 대형 자연재해 발생 때 바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엘니뇨로 인한 폭우와 침수는 목공업계에는 최대 악재입니다. 폭우로 인해 토양 유실, 도로 침수, 도로 붕괴 등이 발생하면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습니다.

양윤정: 한반도도 이번 엘니뇨의 영향권 안에 듭니까?

장명화: 한반도에서는 올해 유달리 가뭄 피해가 크지만 그 이유에 대한 해석은 분분합니다. 한국의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의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한국의 일간지 중앙일보에 “엘니뇨 영향으로 장마전선을 형성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활발하게 발달하지 못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북으로 움직이며 한반도에 비를 뿌려야 하지만 올해는 동서로 움직여 비가 적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엘니뇨 때문에 심한 가뭄이 생긴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부경대학교의 변희룡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엘니뇨는 태평양을 기준으로 남미에 폭우를, 호주에 가뭄을 가져온다. 넓은 지역에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그런데 서울에서 불과 수백㎞ 거리에 있는 함경북도에서 지난 9월 홍수가 난 것을 보면 이번 가뭄 원인을 엘니뇨로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양윤정: 한반도의 가뭄 상황은 나아질 것 같습니까?

장명화: 안타깝게도 이번 가뭄이 내년 봄까지 이어진다는 것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습니다. 지난여름에 적게 내린 비의 영향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양윤정: 마침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가 “강력한 엘니뇨가 내년 초까지 어이질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한반도의 가뭄이 내년 봄까지 이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맥을 같이 하네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세계기상기구의 엘니뇨 전망은 세계 각국 기상청과 연구기관의 모델 예측 결과와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3개월 주기로 발표되는데요, 세계기상기구는 이번 엘니뇨는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 사이에 최고조로 발달하며, 그 강도는 1950년 이후 역대 4위 안에 들 정도로 강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엘니뇨가 발생하면 세계적으로 이상기상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지역에 따라서도 다양한 형태의 기상재해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양윤정: 엘니뇨를 미리 대비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겁니까?

장명화: 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국립기상연구소의 선임과학자 케빈 트렌버스 씨를 인용해 “엘니뇨는 원칙적으로 미리 대비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트렌버스 씨는 “해당 지식 없이는 온갖 종류의 재앙이 닥칠 것이지만 대비가 돼 있다면 꼭 나쁜 영향만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렌버스 씨는 “가장 중요한 직면 과제는 기관들이 빗물을 저장 관리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가”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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