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사라지는 두루미 서식지를 들여다봅니다.
(두루미)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목청껏 노래 부르는 두루미
이맘때면 한국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일대에는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울음소리가 가득하곤 합니다. 두루미의 울음소리는 매우 커서 3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도 들립니다. 다른 새에 비해 유난히 긴 두루미의 기관이 가슴뼈 속에 감겨져 있으면서 나팔의 울림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두루미는 전 세계적으로 3천여 마리만 생존하는 희귀조류인데요, 시베리아와 중국 동북부에서 번식하다가 겨울이 되면 한반도로 날아와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서식합니다. 연천은 한국 내 5군데 서식지 가운데 철원에 이어 두 번째 큰 규모입니다.
하지만 내년부터 이 지역을 찾는 두루미의 울음소리가 아예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홍수조절과 농업용수 담수 기능을 하는 '군남댐'의 본격 가동으로 내년 장마철 이후 겨울철 보금자리인 임진강 도래지가 수몰되기 때문입니다. 임진강 연천 두루미 서식지는 군남댐으로부터 상류 약 500m 떨어진 곳으로, 면적은 12㏊(정보)에 달합니다. 수년째 임진강 기슭에서 두루미를 관찰하고 있는 '한국야생조류협회'의 윤순영 이사장의 말입니다.
윤순영
: 임진강을 볼 때 작년에는 돌아오는 두루미가 200마리가 됐거든요. 그런데 올해 이상하게 담수가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한 100여 개체 밖에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확 줄었습니다.
담수는 내년부터지만 이번 겨울부터 임진강 서식지를 찾은 두루미는 이미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군남댐 공사로 인한 소음 뿐 아니라 연평도 포격 이후 늘어난 사격 훈련 소음 등이 두루미가 임진강으로 오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북한의 댐 무단 방류로 임진강 참사가 발생한 뒤 계획된 군남댐은 현재 도로와 부대시설 마무리 공사가 한창입니다. 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이 공사가 끝난 내년부터 갈수기에 담수를 시작해 농업용수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이와 관련해 군남댐 관계자는 한국 언론에 “북한 황강댐에서 임진강 상류의 물길을 개성공단 쪽으로 돌릴 경우를 대비해 비홍수기 때 수자원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한국수자원공사가 경기도 최대 두루미 서식지가 사라지는 데 대해 나 몰라라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대체 서식지 3군데도 마련했습니다. 인공섬 형식과 경작지 형식 등 여울과 유사한 서식환경을 조성하고 두루미들이 즐겨 먹는 식물을 심어 놓았습니다. 율무와 겨 500~600㎏을 일주일에 한 번씩 뿌려 먹이도 공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야생조류협회 측은 대체 서식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윤순영 이사장의 말입니다.
윤순영
: 대체서식지를 담수가 되면 두루미들의 잠자리가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여울에서 먹이도 먹지만, 잠도 잡니다. 그런데 담수가 되면 물이 차오르기 때문에 잠자리가 사라지잖아요? 예를 들어 대체서식지를 만들더라도 그 담수 된 위쪽에 만들어지는데, 거긴 물의 흐름도 없고 대체서식지로서의 가능성이 희박해요. 다시 말하지만 잠자리가 과연 흐르지 않는 물에 물을 담수해놓고 가능하겠느냐는 것이에요.
한국 민간단체인 '한탄강지키기운동본부'의 이석우 이사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이 이사는 특히 두루미가 얼지 않는 물을 찾아서 한반도에 오는 만큼 담수가 이뤄지면 댐 상류의 물 흐름이 느려져 대체 서식지가 얼게 되고 그렇다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우려합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담수기가 되면 유속이 느려져 결빙기가 길어지고 얼음도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습니다.
한국물새네크워크의 대표인 이기섭 박사는 “얼음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철원에서 두루미들이 얼음 위에서 잠을 자는 경우도 종종 관찰됐다”며 “군남댐이 담수하는 1~2월이 되면 그 실효성을 확인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이에 대해 윤 이사장은 조만간 한국수자원공사 측과 만나 댐도 이용하고, 두루미 서식지도 살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순영
: 그 댐 자체가 홍수 조절용이란 말입니다. 장마철에는 댐 조절용으로 이용하고, 겨울철에는 기존과 똑같이 여울물이 계속 흐르게 해줌으로서 자연적으로 그들의 서식지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홍수조절용으로서의 댐의 기능을 하고, 겨울철이면 두루미의 서식지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소식입니다.
-- 태평양 전역에 서식하는 향유고래의 피부와 지방층에서 독성 오염물질에 노출된 증거가 포착됐으며 이런 증거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고래들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미국 텍사스 공대 연구진은 태평양 열대와 아열대 5개 지역에서 향유고래 234마리의 조직 표본을 채취해 유해 오염물질인 방향족탄화수소를 분해하는 효소 수치를 측정한 결과 모든 고래에서 이 효소를 발견했다고 환경보건전망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습니다. 향유고래는 오징어와 물고기, 문어 등을 먹고 살며 수컷은 몸길이가 최고 18m나 되는데 이처럼 몸집이 크고 70살까지 장수하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체지방 내에 축적됩니다. 추적 대상인 방향족탄화수소에는 유해물질인 다이옥신과 PCB, PAH 등이 포함되는데 PAH는 석탄이나 석유, 가스, 기타 유기물의 불완전 연소 때 생기는 물질로 암과 생식, 피부, 면역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진은 모든 향유고래에서 효소가 발견됐지만 갈라파고스 제도 일대의 고래에서 가장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고 밝히고 그러나 이는 갈라파고스 일대의 오염수치가 높다기보다는 경고적인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은 "바다의 건강을 생각할 때 오염물질이 대기의 흐름과 해류를 타고 동시에 운반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면서 "지구상에 청정 지역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 지난 12세기 이래로 나타나지 않았던 최악의 더위와 가뭄이 60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왔습니다. 애리조나대학 연구팀은 과거 1천200년간 이 지역의 기후와 가뭄 관련 연구 자료를 검토한 결과, 최악의 기후변화는 건기의 도래였다면서 앞으로도 비슷한 재앙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논문 대표저자인 코니 우드하우스 부교수는 "중세에는 혹서가 장기간의 건기와 동시에 발생했으나 20세기에는 이러한 가뭄이 과거에 비해 적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런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12세기 중반 미국 서부와 멕시코 북부에서는 고온 현상과 건기가 60년간 이어진 바 있습니다. 특히 이 중 25년 동안은 콜로라도 강이 정상 수위보다 15%나 낮은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콜로라도 강은 현재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거스, 피닉스 등 미국 7개 주의 식수원으로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콜로라도 강은 또한 1906년 측정을 시작한 이래 현재 가장 낮은 수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역사적으로 발생한 심각한 가뭄은 예견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현재 기온이 과거 기록보다 높은데다 겨울 강수량도 감소할 것으로 보여 미래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닥칠 수 있는 가뭄이 고온 상태에서 중세를 덮쳤던 당시와 비슷한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