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40] 자연재해로 얼룩졌던 2010년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0.12.30
haiti_earthquake-305.jpg 1월14일 아이티 포트-오-프린스의 무너진 건물 위에서 잔해를 걷어내는 주민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올해 환경과 관련한 주요 뉴스를 되돌아봅니다.

올해 지구촌 전역은 유달리 환경 재난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습니다. 지진, 폭염, 홍수 등 올 한해 지구촌을 덮친 자연 재해로 최소 25만 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여기에 미국 멕시코 만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사고는 인명을 앗아간 것은 물론 피해가 생태계로 확산되며 환경에 거대한 재앙을 안겨줬습니다. 하지만 연말에는 여러 환경 재앙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기후변화 협정의 기초를 마련하는 낭보도 있었습니다.

연초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강타한 규모 7.0의 지진은 꼬리에 꼬리를 문 재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포르토프랭스는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고, 수십만 명이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에서 절규와 눈물 속에 숨져갔습니다. 재난 발생 10여일 만에 사망자 20만 명의 시신이 확인됐지만, 정확한 지진 사망자 수는 1년이 다 돼 가도록 여전히 미궁 속에 남아있습니다. 아이티에 이어 비보가 날아든 곳은 칠레였습니다. 2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발생한 규모 8.8의 강진과 지진해일로 600명 가까이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이재민 80만 명이 발생했으며, 300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나며 칠레 역사상 최악의 재난 피해로 기록됐습니다. 재난의 악몽은 칠레를 거쳐 중국을 덮쳤습니다. 4월 14일 중국 칭하이 성 위수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강진으로 2천600여 명이 목숨을 잃고, 270 명이 실종됐습니다.

(영국 텔레비전 방송: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 속보)

4월 같은 날 아이슬란드 남쪽 에이야프얄라요쿨에선 대형 화산이 폭발했습니다. 화산재가 유럽 하늘을 덮쳐 공항 폐쇄가 속출했고 700만 명 이상의 여행객 발이 묶였습니다.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 이후, 한반도에서는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한 이야기가 과학자들의 입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백두산 천지 아래에서 지진이 부쩍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진으로 백두산의 화산 활동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겁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윤수 박사의 말, 들어보시죠.

이윤수
: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천지 일대의 마그마가 활동하는 것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생각되는 지진이 상당히 여러 번에 걸쳐서 나타났습니다. 가장 많이 나타났을 때는 한 달에 한 250회 가까이 됐습니다. 이는 세 시간에 한 번 꼴입니다. 만약에 우리 발밑에서 세 시간에 한 번씩 땅이 흔들린다면, 그건 공포이상일 겁니다. 또 백두산 주변의 나무들이 말라죽고 있습니다. 화산가스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더구나 백두산 주변에 온천수가 상당히 높은 온도로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여름엔 폭염이 지구촌 북반구를 강타했습니다. ‘동토의 땅’ 러시아의 기온은 역사상 최고 기록인 43.8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5명이 열사병에 걸려 사망했고, 2,200여 명이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낮 최고 기온이 45도를 기록하는 등 더위가 이어지자 갑자기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었고, 이 때문에 정전사태가 발생해 많은 사람이 아무 대책 없이 맨몸으로 더위에 직면했습니다. 유럽과 미국도 기록적인 폭염을 겪었습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한국의 매일경제방송이 8월 말에 보도한 내용, 한 번 들어보시죠.

한국 MBN 방송: 이달 들어서만 6명이 폭염으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주 전국에서 폭염으로 87명이 응급진료를 받았으며, 이 가운데 지난 19일 비닐하우스에서 작업하던 88살 여성 한 명이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8월에만 폭염 환자가 325명, 사망자는 6명으로 늘었습니다. 복지부는 감소세를 보였던 폭염 환자가 지난주 후반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며, 야외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비슷한 기간 남쪽 파키스탄에선 거꾸로 폭우가 쏟아져 최악의 홍수사태가 나면서 이재민이 2천만 명에 달했습니다. 7월 말 북서부지역에 집중된 폭우에 따른 홍수로 최소 1천600명의 사망자가 났으며 수십억 달러 상당의 저장식량과 미수확 농작물이 유실됐습니다. 이번 홍수 피해는 408명의 사망자를 낸 1929년 대홍수 당시를 크게 뛰어넘는 것으로 파키스탄 정부는 피해복구에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접국인 인도에서도 홍수가 발생해 라다크 지역 중심도시인 레(Leh)와 그 일대가 잠기면서 110명이 숨지고 3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무방비 상태에서 당하는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사람 탓으로 인한 환경 재난도 이어졌습니다. 4월 미국 멕시코 만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의 원유 유출사고가 그것입니다. 멕시코 만에 있는 영국석유회사 BP의 해상 원유 시추시설이 폭발하면서 불이 나 500만 배럴의 원유가 유출된 겁니다. 이 사고로 새 6천여마리와 바다거북, 고래 등이 직. 간접적 피해에 노출됐으며 새우 잡이와 굴양식, 멕시코만 해안의 호텔과 식당 등 관광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미국 정부는 사고 뒤 수십억 달러의 방제비용을 쏟아 부었으며, 사고 5개월 만인 9월에야 원유를 바다로 뿜어내던 시추시설의 유출 지점을 밀봉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지워싱턴대학교의 환경전문가인 데이비드 레인 박사가 사고 직후 ‘이제는 환경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요, 잠깐 들어보시죠.

David Rain: 멕시코만의 생태계가 완전히 회복하려면 짧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 년이 걸릴 것입니다. 물론 정부와 BP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해안에 상륙한 기름덩어리를 신속히 치우고 있고, 원유 유출도 종국에는 차단되겠지만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 생전에 멕시코만이 사건 이전의 정상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10월에는 멕시코만 기름 유출 피해 면적과 맞먹는 대형 사고가 헝가리에서 터졌습니다. 헝가리 서부 베스프렘 주 여커 시에 있는 알루미늄 공장에서 보크사이트 정제 중 사용한 붉은색 슬러지를 저장한 저수조 한 부분이 터진 겁니다. 헝가리 정부기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헝가리에 비소와 수은 등이 함유된 1억 8000만 갤런 이상의 유독성 슬러지가 유출됐습니다. 그 여파로, 3개 마을이 황폐화되고 집들이 파괴됐으며 다뉴브 강으로 흐르는 강물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슬러지 유출로 7명이 사망하고 150여명이 다쳤습니다. 강에 사는 물고기와 야생 동물들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국제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소속으로 헝가리에 긴급 파견됐던 스자비나 모세스 씨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런 환경재앙이 재발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스자비나 모세스: 이번 사건은 우리로 하여금 매우 힘든 입법 대책으로 눈을 돌리게 하고 있습니다. 보크사이트 광석에서 알루미나를 추출할 때 쓰이는 슬러지는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고 알칼리성이 매우 높은 유해 물질입니다. 피부에 묻으면 화학적 화상과 눈 질환을 유발합니다. 그런데도 유럽연합 폐기물 규정에 따르면 이 슬러지는 해로운 물질이 아닙니다. 이 규정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건이 대도시 주변에서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재난 대책을 마련하고, 기업들에 심각한 환경사고에 대비한 재무적 대책을 준비하도록 강제해야 합니다.

11월 29일부터 2주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진통 끝에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이번 총회의 핵심은 2012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신해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담은 새 협정을 채택하는 것이었습니다. 1997년 합의된 교토의정서는 선진국만 2008∼2012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에 비해 평균 5.2% 줄이도록 했습니다. 물론 당초 예상대로 합의는 낮은 수준이었지만 교토의정서를 대신할 새로운 기후변화 협정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오는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씩 모아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녹색기후기금을 조성하고 긴급자금으로 300억 달러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또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전에 비해 2도 이내로 막기 위한 '긴급 행동'을 촉구했고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낮추기 위한 각국의 기후변화 목표를 감시하는 방안도 합의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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