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판명시 인권문제 부각될 것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7.02.21
hospital_guard-620.jpg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북한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푸트라자야 병원을 지키고 있는 현지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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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피살된 김정남과 북한 인권 전망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최근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피살돼,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장명화 기자, 우선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김정남이 누군지 소개해주시죠.

장명화: 네. 김정남은 1971년 김정일이 고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낳은 장남입니다. 성혜림은 김정일의 동거녀이자 두 번째 아내입니다. 성혜림은 경상남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 아버지와 함께 1948년 북한으로 올라가 유명 영화배우로 활동했습니다. 성혜림은 전 조선작가동매위원장인 이기영의 장남 이평과 결혼해 딸까지 두었습니다. 그러다 김정일과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동거한 지 3년만에 김정남을 낳았습니다. 이후 김정남은 스위스 유학 후 대학을 졸업하고, 1998년에 국가보위부 2인자로 지목되며 후계자로 인정받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2001년 일본에서 밀입국을 시도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김정일의 눈 밖에 났습니다. 김정남은 2009년 이복동생인 김정은이 후계자로 낙점되자 중국과 말레이시아, 마카오를 전전하며 도피생활을 이어왔습니다.

양윤정: 북한 주민들이 이번 김정남 피살 사건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겠죠?

장명화: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탈북자 장해성 씨는 16일 SBS의 한 프로그램에 나와 북한 주민들은 김정남 자체를 모른다며 전혀 놀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장해성 씨는1976∼1996년 조선중앙통신에서 일하다 탈북했습니다. 장해성 씨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장해성) 전혀 알 수가 없죠. 왜 모르게 했는가, 김정남의 어머니가 성혜림이잖아요. 성혜림이라면 북한에서 제 나이 또래 된 사람은 다 알고 있습니다. 이 성혜림이 갑자기 어느 날 없어졌다 말입니다. 리기영 선생의 아들 이평하고 결혼해서 옥돌이라는 아이까지 낳았는데 거기에서 뺏어서 자기가 데리고 살았죠. 이게 다 드러나면 무슨 망신이냐라는 겁니다. 김정남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는 그런 거예요. 이거는 극비 중의 극비입니다.

양윤정: 피살된 김정남 씨는 이례적으로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지 않았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김정남 씨와의 인터뷰를 모아 지난 2012년 일본에서 출간된 책 ‘아버지 김정일과 나’를 보면, 김 씨는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며 권력 세습은 희대의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거론하며 “부친도 3대 세습에 부정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김정남 씨는 조용한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책을 낸 고미 요지 도쿄신문 편집위원은 “김정남이 가족의 안전을 위해 최근 정치적인 발언을 피해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프랑스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졸업하면 다시 정치적인 발언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양윤정: 김정남의 아들, 그러니까 김정일의 손자가 김한솔 군, 맞죠?

장명화: 네. 올해 22살의 김한솔 군은 2013년 가을프랑스 파리 7구의 파리정치대학에 입학해 지난해 여름 학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김 군은 2016년 여름 3년간의 학사 과정을 마치고 졸업한 뒤 가족이 있는 마카오로 이동했습니다. 앞서, 김한솔 군은 지난 2012년 핀란드TV에 나와 유엔 사무차장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인권 특별보고관을 지낸 엘리자베스 렌 씨의 “장래 희망이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김한솔) 저는 언젠가 북한에 돌아가서 북한 주민들의 상황을 좀 더 낫게 만들기를 항상 꿈꿔왔습니다. (중략) 사실, 제가 북한에서 자랄 당시,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충분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북한에 있을 때 외가에 머물렀습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처럼, 평범한 주택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할아버지가 북한의 지도자라는 것도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양윤정: 소위 ‘백두 혈통’인 김정남이 없어졌으니, 김정은의 실질적 권력이 공고화된 셈입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권력층 내부의 불안과 동요를 키워 체제를 위협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북한 정권이 김정남 피살에 실제 관여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인권 문제가 다시 부각되며 국제사회에서 더 고립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강경 목소리와 함께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에 지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미국 측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위원성 씨는 중국 베이징에서 활동하며 인권침해 소송을 주로 맡아온 변호사입니다. 이런 위 씨는 최근 동료 변호사 4명과 함께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방정부들이 극심한 대기오염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현재 중국에서 대기오염 피해가 인권 침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말합니다. 위 변호사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인민을 위해 봉사하라’라는 구호를 내세운 중국 정부가 4억6000만명의 시민들이 대기오염에 질식하도록 방치했다”고 말했습니다. 위 변호사는 “정부의 무능력과 부주의 때문에 시민들이 고통을 겪는다”며 “끊임없이 기침을 해대는 내 가족과 나 자신도 피해자”라고 밝혔습니다. 위 변호사는 2015년 홍콩 민주화 시위 참가자를 변호하다 공공질서 문란죄 위반 혐의로 99일간 구금됐고, 고문도 당했습니다.

--중국의 인권변호사와 민주 활동가들이 구속 인권변호사들에 대한 당국의 고문과 학대를 근절시키기 위한 "중국 반고문연맹"을 결성했습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반고문연맹에는 400명 이상이 실명을 올렸으며 인터넷을 통한 활동에도 나섰습니다. 발기인은 2015년 변호사 구속사건으로 기소된 인권변호사 셰양에 대한 고문을 고발한 천젠강 변호사와 2012년 미국으로 망명한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 노벨 평화상 후보에도 이름이 올랐던 인권운동가 후자 등 12명입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고문은 중국 사법의 병폐로 언론과 사상의 자유를 이유로 한 "양심수"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2015년 이후 장소도 밝히지 않은 채 구금을 계속하는가 하면 변호인조차 면회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고문과 학대가 빈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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