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제네바 인권 정상 회의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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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기수 탈북자 김혜숙 씨가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만든 18호 북창 정치범수용소 모형.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스위스에서 최근 열린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 회의'를 들여다봅니다.

(신동혁) When I was 7 years old...
(더빙) 제가 7살 때였습니다. 간수가 매일 아이들 몸 검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한 여자 아이 호주머니에서 밀 이삭이 몇 개 나왔습니다. 배가 고파 밀 이삭을 땄다가 다 먹지 못하고 호주머니에 넣고 있다가 들킨 것이었습니다. 간수는 아이를 사정없이 때렸습니다. 수용소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땅바닥에 떨어진 곡식도 주워 먹으면 안 되는데, 곡식을 뜯어왔기 때문에 처벌받은 것이었습니다. 너무 맞은 아이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습니다. 그 아이는 곧 죽었습니다.”

올해 31살인 탈북자 신동혁 씨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최근 열린 인권 정상회의에서 1989년 당시 일곱 살짜리 여자 아이가 간수에게 맞아 죽은 일을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해 냈습니다.

'유엔 워치'를 비롯해 전 세계 20여개 비정부기구가 공동 주최한 제 5차 제네바 정상회의에는 현지에 주재하는 수백 명의 유엔 외교관, 인권 운동가, 그리고 언론인들이 대거 참석해, 북한을 비롯한 각국의 인권 유린 실태를 청취했습니다.

북한 관련 증언자로 나선 신 씨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인 평안남도 개천시 제14호 수용소에서 23년간 살면서 고문과 강제노역에 시달린 경험을 전달해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신 씨는 정치범수용소에서 태어나 탈옥한 유일한 사람입니다.

신 씨는 특히 참석자들을 향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가 나치 독일의 히틀러가 만든 강제수용소와 다를 바가 없으며, 지금도 그곳에서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며, 하루속히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동혁) The key solution is...
(더빙) 해결 방안이 여러분의 손에 달렸습니다. 국제사회는 70년 전에 독일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죽어간 수십만 구의 유대인 시체를 보았습니다. 이 비극이 오랜 과거의 일이라고 믿습니까? 40여 년 전에 200만 명의 캄보디아인이 죽은 일이 과거의 일이라고 보십니까? 불행하게도, 유대인이나 캄보디아인의 대학살은 북한에서 지금도 현실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국제사회가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국제사회가 70년 전에, 그리고 40년 전에 그랬듯이 그저 울면서 아픔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어 증언대에 나선 강철환 씨 역시 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나치의 강제수용소로 비유하는 것에 뜻을 같이했습니다. 올해 43살인 강 씨는 9살 때 가족과 함께 함경남도 요덕의 15호 수용소로 끌려가서 10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석방됐으며 이후 중국으로 탈북해 한국으로 건너갔습니다. 강 씨는 사진 자료를 통해 정치범 수용소 이외에도 ‘집결소’와 ‘노동단련대’라는 이름의 수용시설들이 북한에 광범위하게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강철환) 현재 북한에는 6곳의 정치범 수용소에 약 20만 명이 수용돼있습니다. 이 사진을 북한의 주요 수용소와 일반 교화소, 그리고 이 사진은 북한에 각 도별로 집결소, 그러니까 도 단위의 감옥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군 단위로는 노동단련대가 있습니다. 이걸 다 표시하면, 북한 전 지역이 하나의 거대한 감옥입니다. 감옥이 없는 데가 없습니다. 전 세계에 이런 나라가 존재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온 나라가 완벽하게 감옥 체제가 잡혀서 주민들의 인권과 자유가 전혀 보장될 수 없는 사회, 이곳이 바로 북한입니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강 씨는 북한 정부가 핵실험장의 기초를 세우는데 수용소의 정치범들을 동원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강철환) 이 사진은 북한이 최근에 핵실험을 했던 풍계리에 위치한 수용소입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장소가 이 지역쯤 되니까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핵실험의 지하 갱도 작업에 화성수용소, 청진 회령 수용소의 정치범 수감자들을 동원했다는 증언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위해서 엄청난 규모의 지하 핵실험 공사를 했는데 그 비밀이 완벽히 보장됐다는 겁니다. 그 이유가 수만 명의 정치범을 동원해서 지하 굴을 파고, 이들을 몰살시켰다는 내부 증언들이 있습니다.

한편, 최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산하 '강제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은 강 씨의 여동생 가족과 신 씨의 아버지가 북한 당국에 의해 수용소에 강제 구금돼 있다는 판정을 내렸으며, 북한 당국에 이들에 대한 인도적 처우를 요구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