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권의 ‘대량학살 범죄’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4.06.24
shindonghyuk_holocaust-305.jpg 지난해 11월 미국 일리노이 홀로코스트박물관(IHMEC)에서 개최한 북한 인권 세미나에 토론 패널로 참석한 북한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씨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미국 하원이 주최한 북한 청문회에서 나온 북한 정권의 ‘대량학살 범죄’를 들여다봅니다.

(이정훈) 국제법률회사인 ‘호간 로벨스’의 최신 보고서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올 봄에 공개한 보고서의 조사결과와 권고안을 명백히 지지합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호간 로벨스는 북한 정권이 대량학살 범죄를 범했을 수 있다는 점을 숙고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의 이정훈 인권대사가 얼마 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아프리카, 세계보건 국제인권, 국제기구'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호간 로벨스의 보고서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장면입니다. 대량학살 범죄란 “어느 한 국가·민족·인종·종교집단 전체나 일부를 의도적으로 죽이고자 하는 행위”입니다.

앞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지난 2월 펴낸 보고서를 통해 유엔 기구로는 처음으로 북한에서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고 결론내리고,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을 가해 책임자로 지목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여기서 반인도적 범죄란 살인, 고문, 강간, 정치적, 인종적 박해 등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국가나 정권의 폭력 행위를 말합니다.

하지만,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는 북한 정권에 대량학살 범죄는 묻지 않았습니다. 이정훈 인권대사는 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정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대량학살‘이란 용어의 엄격하고 좁은 의미를 고려해서 북한 정권을 대량학살 범죄로 고발하는데 주저했습니다. 대신 ’정치적 대량학살‘이란 용어가 더 적절하다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호간 로벨스의 보고서는 북한에서 대량학살이 진행되고 있다는 결론짓는 충분한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96쪽 분량의 보고서를 보면, 증거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북한 정권이 소위 ‘적대계층’ 일부, 기독교인을 포함한 종교인, 그리고 민족적으로 북한인이 아닌 사람들을 대량으로 학살했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북한 정권은 출신 성분에 따라 특권계층에게만 식량을 공급하고 적대계층에는 차별을 가해 굶겨죽이고, 주체사상을 제외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 특히 기독교인들을 탄압하고 처형하는데다, 강제낙태나 영아살해를 통해 생물학적으로 북한인이 아닌 사람을 의도적으로 말살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를 작성한 호간 로벨스의 폴 데이컴 선임변호사는 청문회가 열린 날 미국의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북한 정권에 대량학살 범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기 위해 심도 있는 평가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량학살’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경우 국제사회가 훨씬 경각심을 갖게 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행동에 나서도록 압박을 가하기도 쉽다는 설명입니다. 그렇게 되면 안전보장이사회가 나서지 않아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국제형사재판소가 단독으로 사건을 맡을 수 있게 된다고 데이컴 선임변호사는 내다봤습니다.

이어 청문회의 증인으로 나온 앤드류 나치오스 텍사스 A&M 대학 교수는 미국 정부가 지난 20년간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적 협상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면서, 앞으로는 북한과의 대화에서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나치오스 교수는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시절 미국 국제개발처 처장으로 미국 정부의 대북 지원을 총괄했습니다.

(앤드류 나치오스) 미국의 지금까지의 대북 외교정책은 비참한 (abject) 실패작입니다. 북한은 벌써 3번이나 핵실험을 했고, 주변국을 향한 핵무기를 장착할 미사일을 개발 중입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펼친 핵 정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이 심지어 그 지지자들에게조차 명백해지자, 미국 정부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하나의 의제로 제기하려고 하는 경향을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북 핵협상이 재개되면, 북한의 인권문제는 금세 핵문제에 가려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한편, 탈북자 신동혁 씨는 같은 청문회에서 미국과 일본에는 이미 제정된 북한 인권법이 한국에 아직까지도 없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신동혁 씨는 북한의 개천 정치범 수용소에서 태어나 삼엄한 경비를 뚫고 탈출에 성공한 유일한 탈북자입니다.

(신동혁) 제가 이 자리에 앉아 쑥스럽게 느꼈던 점을 한 가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지난 2005년에 북한을 탈출해서 2006년에 한국에 왔으니까 이제 한 8년째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8년이란 시간동안 제가 한국 국회에서 이렇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통과시킨 북한인권법이 한국에서는 단 한건도 없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유엔 인권이사회가 중국에서 머물고 있는 탈북 여성들을 보호하라고 중국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여성 차별 철폐 실무그룹'은 최근 정기회의에 제출한 중국 보고서에서 탈북 여성들이 인신매매와 강제 북송에 희생되고 있다며 이들을 보호하고 인도적으로 대우하라고 전했습니다. 보고서는 여성 차별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이 처한 현재의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으로 넘어가는 탈북 여성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이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강제로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중국이 탈북 여성들을 국제적 보호가 필요한 난민으로 간주하지 않고, 불법 이주자로 분류해 보건, 교육 등 기본적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한국 정부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제이드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를 새 유엔 인권 최고대표로 임명한 것을 환영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최근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제이드 인권 최고대표가 명망 높은 외교관으로서 인권에 대한 식견과 열정을 갖고 특히 국제사법, 평화유지, 그리고 성폭력 방지 등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음을 평가한다”면서 “향후 인권 최고대표의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또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세계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신임유엔 인권 최고대표의 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 총장은 이달 초 제이드 왕자를 새 인권 최고대표로 임명했으며, 유엔 총회는 16일 이를 승인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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