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RC, 북한에 어린이 차별 및 고문 중단 촉구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7.10.10
nk_bolder_kids-620.jpg 중국 단둥시 외곽 북·중 국경지대에서 북한 어린들이 소달구지를 쫓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 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북한 어린이 인권 상황을 다룬 정례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최근 북한 어린이 인권 상황을 다룬 정례 보고서를 냈는데요,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의해 창설된 유엔 산하 인권 기구입니다.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전 세계의 아동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권리를 규정하는 국제 협약입니다. 북한은 지난 1990년 이 협약에 가입했습니다. 협약 가입국은 협약 이행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위원회에 정기적으로 제출하고 심의를 받고 있습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제76차 회의는 지난달 11일 시작해 29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습니다. 앞서 북한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의 이행보고서를 지난해 5월 제출했고, 이번 심의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중앙재판소, 교육위원회, 보건성, 외무성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꾸려 참여했습니다.

양윤정: 위원회가 정리한 북한 아동 권리 관련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뭡니까?

장명화: 출신에 의한 차별과 어린이에 대한 고문, 모욕 등 처벌을 중단하라는 겁니다. 위원회는 북한 어린이들이 부모의 범죄나 정치적 견해 때문에 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회적 계층, 정치적 견해에 따른 차별을 해소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양윤정: 북한 어린이들은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에 대한 언급도 나왔습니까?

장명화: 네. 물론입니다. 위원회는 영유아, 소아 사망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사회적·경제적 박탈, 불평등, 어린이 영양결핍, 건강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노동을 중단하라고 강력히 권고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제작한 동영상에 나온 젊은 탈북자들의 증언, 잠시 들어보시죠.

(정광선) 학교를 수업을 오전 4교시까지 하고 밥 먹으러 집에 갔다 옵니다. 다들 근처에 집이 있고 하니까요. 학교에서 급식이 안되니까, 점심시간에 집에 밥 먹으러 갔다 와야 해요. 갔다 와서, 오후 내내 작업, 그러니까 노동을 하죠. 작업장에 가면, 강변에 가서 자갈이나 모래를 져 나르고, 물도 퍼옵니다. 농장에 가면, 계절마다 다르기는 한데, 가을이면 가을걷이도 하고…

(김은주) 토끼 가죽을 학교에 가져가야 했어요. 저는 할머니가 토끼를 많이 길러서 괜찮았는데. 다른 친구들은 토끼가죽이 비싼데 그걸 어디서 구할 수도 없고….그냥 맨날 선생님한테 … 못 내면 선생님들이 모이는 사무실에 가서 뭔가 일을 해야 했던 친구들도 있었어요. 토끼가죽은 군대들이 우리를 위해서 일하는데, 겨울에 춥지 않게 해야 한다면서…

이밖에, 강제로 북한에 돌아오게 된 어린이와 길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는 어린이, 수용시설이나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어린이들이 고문과 징벌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강제 사상 교육의 폐지와 자유로운 표현의 보장도 북한 당국에 촉구했습니다.

양윤정: 이 같은 지적에 북한은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장명화: 북한 측은 출신 성분에 의한 차별은 적대 세력들이 지어낸 이야기이며, 오히려 경제 제재 조치 때문에 어린이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한대성 제네바대표부 주재 북한대사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집요하고도 악의적인 제재가 아이들의 권리 보호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살 권리도 위협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회의에서 "북한에 아동 인권 문제가 없다고 믿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한 대사는 "북한엔 그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관련 통계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양윤정: 한국은 지난 달 말 열린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는데요,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도 포함됐습니까?

장명화: 네. 한국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사업은 세계식량계획의 어린이와 임산부 대상 영양강화 식품제공 사업, 그리고 유니세프, 즉 유엔아동기금의 어린이와 임산부 대상 백신과 필수의약품, 영양실조 치료제 지원 사업입니다. 통일부는 “실제 지원 시기와 규모는 남북관계 상황 등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했는데요, 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거듭되면서 대북 여론이 극히 나쁜 것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고 한국 언론은 평가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한국영화 ‘택시운전사’가 톈안먼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중국당국이 상영을 금지시키고, 인터넷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홍콩 빈과일보가 보도했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취재해 전세계로 알린 독일 기자와 그를 태우고 광주까지 간 서울의 택시운전사의 실화를 다뤘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8월 개봉해 1200만 관객을 끌어 모았습니다. 톈안먼 사태는 중국 정부가 1989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 100만여 명을 무력으로 진압해 수많은 시민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말합니다. ‘택시 운전사’는 지난달 중국에서 개봉했고, 인터넷 사이트에선 평점 10점 만점에 9.1을 받을 만큼 호평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택시운전사’가 톈안먼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는 중국 인터넷 사용자들의 지적이 올라오자 이달 초부터 중국 내 상영이 전격 금지됐습니다.

-- 불교가 대다수인 미얀마 내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유혈사태 현장을 방문한 미얀마 주재 외교관들이 미얀마 정부에 유엔의 국제조사단 활동 허용을 촉구했습니다. 미얀마 정부의 주선으로 미얀마 군과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 간 충돌이 발생한 라카인 주를 방문한 20여 명의 외교관들은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구호단체 활동과 인권 탄압 확인을 위한 유엔 조사위원회 활동을 허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촉발한 반군단체의 경찰초소 습격사건과 이어진 정부군의 소탕작전 중 벌어진 폭력 행위를 규탄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유엔이 구성한 조사단 활동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미국의 AP통신이 전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지금까지 5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민간인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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