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서 열린 북한 인권 국제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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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미국 중서부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서 열린 북한 인권 국제회의를 들여다봅니다.

(신동혁) 자유라는 것은 누가 가르쳐줘서 배우는 게 아니라,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이건, 북한에 사는 사람이건, 미국에 사는 사람이건 인간 유전자에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자유에 대한 갈망이 분출하게 됐습니다. 물론 제가 수용소를 탈출할 때까지는 '자유'라는 단어를 전혀 몰랐습니다.

북한 14호 정치범 수용소 출신 신동혁 씨가 시카고에 있는 일리노이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개최한 북한 인권 국제회의에서 한 말입니다. 홀로코스트는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나치 정권이 유대인 수백만 명을 대량 학살한 사건을 말합니다. 유대인은 이를 기억해야 한다며 세계 주요 도시에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세워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신동혁) 유럽이나 미국에 갔을 때 제가 묵은 도시에 홀로코스트 박물관이 있으면 꼭 가서 봅니다. 워싱턴 DC에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벌써 4번이나 가봤습니다. 나치 수용소의 유물이나 영상물을 보면서 북한 수용소 문제를 풀 해답을 찾아보기 위해섭니다. 많은 사람들은 나치 수용소 문제가 다 끝났다, 더 이상 그런 일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끝나기는커녕, 지금도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신 씨는 이어 "나치 수용소 안에서 죽은 사람이나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죽은 사람이나 수용소 안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간 사람들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아무 차이도 없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어둠의 심장부: 북한의 숨겨진 수용소'란 제목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로베르타 코헨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앤드류 나치오스 전 미국 국제개발처장을 비롯해 2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기조 연설자로 나선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북한의 끔찍한 인권 전과(record)에 대해 북한 지도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킹)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한 책임을 계속해서 추궁해야 합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지난달 말 가진 유엔 총회 중간보고에서 중국과 라오스 대표 측이 탈북자 강제북송 정책을 변명하는 등 국제적 압박에 대한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더 많은 지지가 필요합니다.

토론에 앞선 전문가 발표 시간에는 인권단체 연합체인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의 법률고문인 미국의 제러드 겐서, 북한 군사력에 관한 저명한 전문가인 조셉 버뮤데즈, 김태훈 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특위 위원장, 현인애 탈북지식인연대 부대표가 북한 인권의 현주소와 정치 수용소 현황 등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겐서 법률고문은 특히 북한의 인권 유린 사례 가운데 상당수가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된다고 말했습니다. 겐서 법률고문은 과거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의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

(제러드 겐서)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를 만들어 적법한 절차 없이 사형, 고문, 구금 등을 자행했고, 1990년대 대량 아사를 방치한 것은 명백히 주민에 대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반인도적 범죄행위입니다.

청진 의학대학 교수로 있다가 2004년에 탈북한 현인애 씨는 유대인 여성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밝힌 '악의 평범성'에 깊은 공감을 표했습니다. 아렌트는 수많은 유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나치 전범자 아이히만을 바라보면서 "그 행위가 아무리 괴물 같다고 해도 그 행위자는 괴물 같지도, 악마적이지도 않았다"고 탄식한 바 있습니다.

(현인애) 저는 북한에서 친구, 친척 가운데 정치범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을 지키는 사람도 알고 있습니다. 인간적으로는 다 괜찮은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에 의해서 이런 악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참 놀랍습니다. 이것은 북한 사회가 구축해놓은 시스템 때문이라고 봅니다. 북한 주민 모두가 다 노예가 됐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현 씨는 북한 주민들도 구소련 영화를 통해 나치 수용소와 홀로코스트가 국제 범죄라는 것을 안다면서, 홀로코스트 당사자들이 북한 상황을 같은 문제로 인식한다는 사실이 북한에 전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인애) 우리가 이렇게 말함으로서 수용소 수감자를 통제하는 사람은 자신들의 행위가 반인륜적 범죄라는 점을 생각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 처벌받을 것이라는 것을 두려워하고, 수감자들은 자신들이 이렇게 당하는 것이 인권 침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행사를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하는 게 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영국을 방문한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는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시급한 과제이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도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영국 의회인 웨스트민스터 궁에서 열린 '영국 의원들과의 대화' 모두 발언에서 "한국 정부는 힘이 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 대통령은 "저는 북한이 핵을 버리고 주민들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와야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변화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 중국에서 공직자 재산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경제체개혁연구회 가오상취안 명예회장은 최근 관영 인터넷 사이트 '구시진리망'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개혁·개방을 진일보시키는 중요한 조치들이 나올 것이며, 공직자 재산공개 실시에서도 돌파구가 열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 318명은 최근 연대 서명으로 발표한 건의서에서 상하이시 당·정 간부가 공직자 재산공개에 솔선수범해 본인 외에 배우자와 자녀의 고정 수입, 은행 예금계좌, 부동산, 투자 내용 등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