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주 이 시간 흥겹고 신명나는 선율로 여러분을 찾아뵙는 <재즈, 재즈, 재즈> 시간입니다. 오늘은 좀 경쾌하면서도 신명나는 곡으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들어보실 곡은 색소폰 주자인 아트 페퍼(Art Pepper)가 연주하는 ‘You'd Be Nice to Come Home To' 란 곡인데요. 아트 페퍼의 스윙감 넘치는 색소폰 연주에 피아노를 맡은 레드 갈란드, 베이스를 맡은 폴 체임버스, 그리고 드럼을 맡은 필리 조 존스 등 4명의 한데 어우러져 멋진 재즈의 향연을 벌입니다. 곡을 들어보시면 맨 처음 간략히 피아노 간주가 나간 뒤 아트 페퍼가 원래 선율을 연주합니다. 그러다 곧이어 아트 페퍼가 자신이 연주한 기본 선율을 바탕으로 즉흥 연주를 시작하고 그게 끝나면 피아니스트인 레드 갈란드가 즉흥연주를 이어받고 그 뒤를 이어 폴 체임버스가 베이스로 받혀줍니다. 이어 연주자끼리 서로 간단히 주고받는 즉흥연주를 한 뒤 다시 원래의 선율로 돌아가는데요. 한 치의 어김없이 이어지는 감미로운 즉흥연주를 듣다보면 절로 고개를 끄떡끄떡하게 되는 데요. 들어보실까요?
Art Pepper's You'd Be Nice to Come Home to
어떻습니까? 참 감미롭고 신명나지요. 이걸 연주한 아트 페퍼는 1950년대 미국 서부에서 주로 일단의 백인 재즈 연주자들이 주도한 웨스트 코스트 재즈의 선봉장이기도 한데요. 방금 들으신 곡은 아트 페퍼가 자신의 전성기였던 1957년에 내놓은 ‘리듬 섹션과의 만남’이란 앨범에 들어있는 곡으로 오늘날에도 명반으로 널리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엔 피아노와 색소폰 연주가 곁들인 감성적인 곡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들으실 곡은 ‘My One and Only Love’ 즉 ‘나의 유일무이한 사랑’이란 뜻을 가진 서정 연주곡입니다. 원래 이 곡은 1920년대에 나온 뮤지컬, 악극에 포함된 곡으로 당시 인기있는 대중 작사가인 아이러 거슈인과 동생인 작곡가 조지 거슈인이 만든 것인데 뮤지컬 못지않게 여기에 삽입된 이 노래로 더 유명해졌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한 사람은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 선천적인 시각 장애에도 불구하고 재즈 피아노사에 가장 위대한 재즈 피아니스트라는 이름을 남긴 아트 테이텀(Art Tatum)이고, 색소폰을 연주한 사람은 따뜻하고 감미로운 선율로 1930년대 이후 빅밴드 시절에 인기를 독차지한 벤 웹스터(Ben Webster)입니다. 들어보실까요?
Art Tatum & Ben Webster's My One and Only
여기서 잠깐 이 노래의 가사를 살펴보지요. ‘당신 생각을 하면 봄 날개에 부는 4월의 미풍처럼 제 마음이 노래를 부르죠. 광채처럼 나타나는 나의 유일무이한 사랑이여. 날은 저물어 고혹적인 밤의 적막 속에 그대가 내 팔에 안겨있는 동안 난 부드럽고 가냘픈 그대의 입술을 느끼죠. 나의 유일무이한 사랑이여. 그대 손을 만지면 마치 한 번도 보지 못한 천국처럼 느껴지고, 내가 말할 때마다 보이는 얼굴의 홍조는 그대가 제 것임을 느끼게 해준답니다...’ 이렇게 연정의 가사는 계속 이어지는 데요. 말 그대로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최고의 곡이라 할 수 있겠네요.
# 이번엔 서울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김철웅 씨와 함께 하는 <내가 고른 재즈> 시간입니다.
진행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분을 소개하실까요?
김철웅
: 미국의 아주 유명한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밴드 지휘자인 카운트 베이시를 소개할까 합니다.
진행자: 카운트 베이시 하면 1930년대 이후 미국에 소위 춤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스윙 재즈’ 시절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베니 굿맨에 버금가는 재즈 연주자이죠.
김철웅
: 네, 본명은 윌리엄 베이시로 뉴저지주 레드뱅크 출생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흑인가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는 래그타임주법을 귀에 담아 재즈를 몸에 익혔다고 하네요.
진행자: ‘래그타임’(ragtime)하면 북한 청취자들이 좀 생소하게 느낄텐데요.
김철웅
: 왼손은 규칙적으로 베이스를 치고, 오른 손으로 약간은 엇박자 리듬을 주며 음악의 긴장감을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재즈와 블루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봐야겠죠. 래그타임 주법은 평범한 선율보다는 아무래도 더 신이 나겠네요. 카운트 베이시하면 특히 간명한 피아노 주법을 구사하면서도 악단의 조화를 이뤄내 멋진 연주를 들려줬지요.
김철웅
: 네, 베이시의 피아노 연주는 가볍고 생동감 넘치는 컴핑(comping), 정확한 음의 선택, 템포에 대한 남다른 센스를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든 음악이 다 정확할 수 없지만 다리 역할을 하려면 순간에 얼마나 정확한 음의 선택이 중요한 데 베이시가 여기에 특히 능했습니다.
진행자: 바로 그런 매력 덕분에 카운트 베이시는 1939년 이후 미국의 스윙시대를 주름잡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카운트 베이시의 본명은 윌리엄 베이시인데 ‘카운트’라고 하니까 다소 어리둥절할텐데요. 카운트는 영어로 백작이라는 뜻으로, 그만큼 베이시의 음악이 당대 재즈를 지배해 그런 별명을 나왔다고도 볼 수 있는 겁니다. 즉 베이시 백작의 시대가 왔다고 보는 거죠. 자, 오늘 음악을 소개할까요?
김철웅
: 카운트 베이시의 ‘London Bridge's Falling Down'입니다. ’런던 다리가 무너진다‘는 뜻의 곡입니다.
진행자
: 카운트 베이시는 주옥같은 연주곡들이 많은 데 굳이 영국의 전통적인 동요곡을 택한 이유라도 있나요?
김철웅: 청취자 여러분이 카운트 베이시를 이해하려면 좀 쉬운곡으로 시작해야 하지 않나 해서 골랐습니다. 아주 간결한 연주 속에서 깊은 음의 선택 같은 것이 마음이 맑아졌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