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율동영화관과 가상현실로 가는 세계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6.07.22
3DmovieEdit.jpg 안양 희성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내 LG사이언스홀에서 3D 애니메이션 `신나는 우주대탐험'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북한을 위성사진으로 보길 즐깁니다. 보기도 편합니다. 원하는 지역을 찾아 확대하면 간단하게 봅니다. 이런 위성사진은 미국 회사가 제공하는데, 무료로 보는 것은 화질이 썩 좋진 않지만 그래도 승용차도 보이고, 도로 차선 표식까지 다 보이니까 저는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합니다. 요즘 위성 기술로 신발 문수까지 확인한다고 하는데, 그런 정밀한 위성사진은 돈을 내야 볼 수 있습니다. 저야 굳이 그렇게 세밀하게 볼 필요는 없으니 그냥 공짜로 봅니다.

이걸로 요즘 북한 도시들을 보다보니 멋진 건물이 여기저기 생겨나는 게 눈에 띄더군요. 그래서 요즘 온 사람에게 이게 무슨 건물이냐 물어봤더니 ‘입체율동영화관’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영화관이 북한 전역에 14개나 건설됐다고 합니다. 입체율동영화를 남쪽에선 3D, 4D 영화라고 합니다. 기존에 입체 영화는 안경을 끼면 눈앞에서 움직임이 보이지만, 입체율동영화는 의자까지 흔들거리고 하니 더욱 생동하겠죠.

당연히 남쪽도 있습니다. 그런데 남쪽도 그 영화는 시작된 지 얼마 안됐으니 북한 주민들은 어쩌다가 그래도 최신 기술을 향유하는 셈입니다. 노란 안경을 끼고 보던데, 그 노란 안경 여기도 똑같은 것을 끼고 봅니다.

김정은이가 인민들에게 그런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그런데 정신이 팔려서 하하호호 하고 웃다보면 체제에 대한 불만도 해소되지 않을까 이렇게 타산했겠죠. 저는 개인적으론 의자가 막 흔들리는 영화는 별로입니다. 저번에도 미국 영화를 보는데, 바람 부는 장면에서 갑자기 뒤에서 바람이 씩 하고 나오지, 비 내릴 때는 천정에서 빗방울도 떨어집니다. 의자도 흔들거리고 하는데, 그런데 익숙돼 있지 않아서 오히려 영화 내용에 집중이 잘 안 되더군요. 그리고 새까만 영화관 안에서 뿜어 나오는 바람은 과연 깨끗한지,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은 오염되지 않았는지 그런 것에 신경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그런 것은 개인적 취향이고, 젊은 사람들 중에는 입체율동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북한의 입체율동영화관을 보면서 든 생각은 건물은 멋있게 건설됐는데, 저기서 보여주는 영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게 궁금합니다. 북한은 그냥 영화도 돈이 없어 일 년에 몇 편 못 만드는데 입체영화를 찍을 능력은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하려고 하면 흉내는 내겠지만, 제대로 재미있는 것은 만들기 어려울 겁니다.

입체영화는 미국이 발전돼 있어 남쪽도 주로 미국 영화를 봅니다. 저번에 북한 티비에서 입체영화관에서 즐기는 사람들 모습이 나왔는데, 바다 위에 비행기가 날고 뭐 그런 영화를 하더군요. 그것도 외국에서 만든 영화겠죠. 설마 영화 몇 개를 갖다 놓고 계속 그것만 주구장창 틀어주는 것은 아니겠죠. 새 영화가 자주 상영돼야 사람들이 계속 영화관에 갈 것 아니겠습니까.

미국에서 2009년에 만든 입체영화 ‘아바타’ 이런 것은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그 영화 나왔을 때 전 세계에서 난리도 아니었는데, 영화 한 편으로 전 세계에서 무려 28억 달러나 벌어들였습니다. 그게 역사상 세계 최고의 영화 흥행 수입이랍니다. 그 영화는 공상과학영화라 사상성이 별로 없어 북한에서도 틀어줘도 될 겁니다. 이후에도 비슷한 영화가 많이 나왔는데 김정은이가 인민을 진정 위한다면 그런 영화 좀 사서 들여가면 어떨까요. 물론 북한은 영화 제작사가 직접 흥행에 따른 수입을 얻을 수 없는 유일한 국가니까 사고 싶어도 과연 팔아 줄지는 의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과학기술이 너무나 급속히 발전해서 입체율동영화도 한 물 갔습니다. 지금은 가상현실이란 기술로 찍은 영상물이 막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게 앞으로 인류의 영화 관람 습관을 확 바꾸어버릴 것 같습니다.

이게 뭐냐면 특수 안경을 끼고 있으면 내가 그 자리에 가있는 것과 똑같은 경험을 합니다. 가령 전쟁영화다 이러면 내 앞에서 진짜 군인들이 막 총을 쏘고 돌격합니다. 뒤를 돌아보면 우리 편이 나랑 함께 총을 쏘고 옆을 보면 포탄이 꽝꽝 터집니다. 이게 진짜 현실인지 아님 가상세계인지 판단이 안 되서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겠죠. 경기장이라면 앞에선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양 옆에선 사람들이 목청껏 응원합니다.

말로 하면 잘 상상이 되지 않으실 텐데, 한마디로 하면 누군가가 360도로 찍은 영상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공유해 실제 그 현장에 가 있는 것과 똑같은 느낌을 함께 체험한다는 겁니다. 저도 체험해 봤는데, 정말 이건 신세계더라고요. 요즘엔 촉감까지 그대로 전달하는 입는 옷도 나왔습니다. 영화 속에서 옆에서 누가 날 툭 치면 옷을 통해 아픔이 전달되니까 훨씬 더 생동하겠죠.

가상현실 내가 원하는 대로 우주선에 앉아있을 수도 있고, 알프스 산꼭대기에 올라가 있을 수도 있고, 선망하는 여배우를 애인 만들 수도 있는 겁니다. 이 가상세계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평양은 마음대로 가서 찍을 수 없으니 그게 정말 아쉽습니다. 평양에서도 찍는 날이 온다면, 제가 서울에 앉아서도 평양 거리에 앉아있는 것처럼 지나가는 차를 보고, 고개 돌려 길가에서 연인들이 다정히 걸어가는 것도 볼 수 있는데 말입니다. 제가 특수 안경 쓰고 걸어가면 평양거리 걸어가듯이 똑같은 느낌을 받게 될 텐데 말입니다. 제가 가상현실로 북한 도시들을 거닐 수 있다면 통일이 좀 늦게 온다고 해도 참을만할 것 같습니다. 그런 날이 진짜로 오길 기대하며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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