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그 15로 전쟁을 하겠다는 김정은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5.03.27
kim_pose_female_pilot-305.jpg 지난해 11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여성추격기 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지도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작년 11월인가 북한 티비에 나온 장면을 보고 여기 무기 애호가들이 눈이 휘둥그레진 적이 있습니다. 김정은이 여성 비행사를 직접 사진 찍어주는 장면이었는데, 아마 여러분들도 기억하시죠? 문제는 여성 비행사 뒤에 있던 비행기가 글쎄 미그 15였습니다. “저 미그 15가 아직도 날아다닌단 말인가, 저걸 골동으로 팔면 엄청 비싸겠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미그 15는 조국해방전쟁 때 쓰던 비행기였습니다. 그러니까 환갑이 훌쩍 넘은 비행기가 아직 날아다니니 여기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것이죠. 전쟁 때 미군과 한국 공군의 주력전투기였던 F-86, 일명 쌕새기는 1971년에 모두 폐기됐는데 그 맞상대였던 비행기가 지금도 날아다니니 놀라운 것이죠.

비행기는 30~40년이면 폐기해야 하는 줄 알고 있는 여기 사람들은 북한이라면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나 봅니다. 북한은 전쟁 때 쓰던 무기들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죠. 따발총부터 시작해 T34탱크, 미그 15기까지...그냥 부품을 자체로 깎아내고, 목숨 내대고 타라고 하면 또 타야 하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하긴 저도 교도대에 가니까 우리 중대의 포가 6.25전쟁에 참가했던 포더군요.

그런데 가동된다는 것하고 무기로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하고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미그 15를 무슨 목적으로 북한이 아직도 갖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수백㎞ 밖에서 비행기를 포착하고 미사일이 날아갑니다. 그런데 미사일은 고사하고 기관포밖에 없는 미그 15는 그냥 날아오르면 미사일 밥입니다. 혹시 폭탄을 잔뜩 실어 자폭하면 되지 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북한 비행기는 휴전선 넘지도 못합니다.

뜨면 인공위성으로 보지, 조기경보기로 보지, 레이더로 보지, 이렇게 다각도로 보고 미사일이 날아갑니다. 사실 미그15 같은 것은 그걸 추락시키는 미사일이 더 비싸서 아깝습니다만, 총알받이처럼 미사일 한 개와 바꾸어 먹겠다 이러면 할 말은 없습니다. 대신 조종사는 미사일 값 한 개에 죽는 거죠.

그런데 북한엔 전쟁 때 비행기가 미그 뿐 아니라 우뚜바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뚜바가 나무로 만들어져서 레이다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죠. 지금은 스텔스기 시대입니다. 비행기가 레이더에 파리만큼도 보이지 않아도 잡아내려고 애를 쓰는데, 우뚜바는 기관이 쇠가 아닙니까. 기관을 나무로 만들었다면 몰라도, 하늘에 큰 쇳덩어리가 날아오는데, 요즘 그거 못 잡겠습니까. 거기다 속도는 너무 굼떠서 고사기관총으로도 다 잡습니다.

요즘 김정은이 우뚜바에 특수부대를 태워 낙하시키는 훈련에 관심이 있나 본데, 그 비행기에 탄 특수부대도 전쟁이 나면 살아서 땅에 발을 다시 디딜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북한의 무기란 것이 전부 이 모양입니다. 그냥 몰살당하기 좋게 만든 것이죠. 북한 공군의 가장 최신 비행기가 미그 29 아닙니까. 그 비행기가 1984년에 개발된 것인데, 1980년대 말에 북에서 20~30대 정도 사왔습니다. 그때 김일성이 너무 좋아했다고 했죠. 하지만 이후 훈련하다 사고로 이래저래 떨어져서 열댓 대는 남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 비행기는 한국에서 수입하지 않고도 자체로 만듭니다. 남쪽에 FA-50이란 국산전투기가 있는데 공중에서 붙으면 레이더 탐지 거리나 미사일 사거리, 정확도 등이 한국이 훨씬 우세합니다. 국산이 이 정도면 미국에서 수입해 온 100대가 넘는 최신 전투기는 비교가 되지 않지요.

요즘 전투기 별 것 있습니까. 먼저 탐지하고, 멀리서 정확히 맞히는 미사일 있으면 이기는 겁니다. 비행기 자체만 봐도 우월하지만 이쪽은 앞서 말하다시피 인공위성과 조기 경보기까지 있으니 북한에서 비행기가 뜨면 바로 탐지해 미사일이 날아갑니다. 그런데 북한 비행사들이 훈련하는 것은 아직도 꼬리를 물고 선회하면서 적의 뒤에 가서 미사일 쏘는 훈련이나 하는데, 그럴 일이 실전에선 벌어지지 않습니다. 마치 기관총 쏘는 시대에 활 쏘는 훈련하는 격입니다.

제가 확실하게 말하면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의 전투기나 폭격기가 휴전선 넘을 일이 절대 없을 겁니다. 북한 비행사들도 다는 모르지만 전쟁 나면 그냥 몰살된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고 합니다. 비행기가 뜨면 그냥 곧바로 격추돼 죽게 생겼으니, 비행사들은 내가 출격하기 전에 제발 한국 공군이 우리 비행장을 빨리 폭격해서 비행기 다 부셔주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인간적 심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김정은은 무슨 생각으로 미그15기 비행사들 찾아가 사진이나 찍어주고 그럽니까. 요즘 북한 비행사들 제일 떠는 것이 김정은이 훈련하라는 지시라고 합니다. 비행기는 30년이 지나면 고물인데, 북한 비행기들 90% 이상이 고물입니다. 이러니까 훈련 중에 추락하는 사고가 너무 많은 것이죠. 목숨 걸고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목숨 걸고 훈련을 하게 생겼으니 비행사들에겐 자꾸 비행훈련을 하라고 다그치는 김정은이 저승사자처럼 느껴지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좀 있다가 한국은 가장 최신형 스텔스기도 사옵니다. 예전에 미군 스텔스기 조종사가 회고하기를 1990년대엔 한 번씩 겁을 주고 오라는 임무가 떨어져 스텔스기를 타고 김정일이 머무는 별장 상공에 가서 굉음 내주고 왔다고 하네요. 그러면 밑에서 허둥지둥 뛰어나오고 합니다만, 탐지가 안 되는데, 쳐다만 볼 뿐 방법이 없는 거죠.

김정은 별장에도 겁주러 가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때마다 열 받아도 어쩝니까. 미그 15기나 찾아다니며 비행사 사진이나 찍어줘야겠죠. 유사시 뜨는 족족 다 격추될 고물 전투기를 잔뜩 그러안고 입으로는 천하무적 인민군을 떠드는 김정은도 속으론 너무 두렵고 답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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