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47과 북한의 소년병들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5.06.26
nk_army_shooting_contest-305.jpg 북한의 군종, 군단급 사격 경기.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6.25전쟁 발발 65년이 되는 해라 오늘엔 총 이야기 좀 해드릴까 합니다. 저는 어렸을 적에 총을 많이 접하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총을 갖고 놀았고, 14살에 빽으로 사격도 해봤습니다. 첫 사격 때 어린 애가 뭘 맞추겠냐고 그냥 한번 반동이나 느껴보라고 총을 쏘게 했던 것 같은데, 의외로 첫 사격부터 목표 중심을 정확히 맞추었습니다.

이후에도 16살 때 훈련을 받는 붉은 청년근위대, 나중에 교도에 가서 한 사격에서도 항상 100m 사격 30점 만점에 27점 이상이면 주는 우를 맞았습니다.

북에서 저는 남조선 M16 한번 쏴보고 싶은 소원이 있었습니다. 북에서 듣기론 M16이 더 잘 맞는다고 들었습니다. 대남 특수부대에서 한국 총도 다뤄본 제대군인이 이야기를 하기를 M16은 조성, 조문이 원으로 돼 있어 정확한 사격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 자동보총은 대신 사격 할 때 다음 목표를 미리 곁눈질로 볼 수 있어 전투 사격이 빠르다고 했습니다.

그 정확한 M16을 쏘면 나는 만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남쪽에 와서 10년 넘게 살았지만 아직까지 M16을 쏴보지 못했습니다. 여기 남성들은 제대돼서 40살까지 예비군 훈련이란 것을 1년에 며칠 씩 받는데, 가면 총을 다 쏩니다. 사격하면 몇 점정도 나오나 물어보니, 세상에, 남쪽엔 모두 명사수만 있는지 다들 점수가 아주 우수한 겁니다. 자동보총 사격으론 절대 그런 평점이 나오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M16이 훨씬 더 정확할 것이란 생각이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저 같이 북에서 온 사람들은 예비군에 가입시켜 주지 않아서 사격을 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남쪽에서 귀순해 북에 온 사람을 적위대에 뽑아주지 않는 것이라고 할까요. 여기선 배려 차원이라고 하지만, 대신 저는 한국군 총 한번 쏴보고 싶다는 욕심을 이룰 수 없었죠.

그리고 또 하나, 남쪽에 와보니 M16은 이제는 예비군에서만 쏩니다. 현역은 K2라고 한국에서 자체로 개발한 최신 총을 사용합니다. 정확도가 M16보다 더 뛰어나다고 하더군요. 쏴보진 못했지만 K2 소총과 M16을 몇 번 구경은 해봤습니다. 그리고 이것저것 얻어들은 상식으로 각 총을 장단점들을 비교해 보게 됐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총마다 다 장단점이 있는데, 전투 승패를 결정할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가 그 총에 얼마나 숙달돼 있고, 잘 다룰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이 엄청 발전했지만 총기가 북한 자동보총에 비해 몇 배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전문가들이 점수를 매기면 아무래도 최근에 나온 한국군의 총이 약간 더 나은 것이란 평가를 받을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사용하는 자동보총도 알고 보면 세계 무기계의 명품 총입니다. 참고로 이 총을 세계적으로 모두 AK47이라고 부릅니다. 지금까지 AK47만큼 많이 생산된 총이 없습니다. 중동과 아프리카 분쟁지역에 가보면 모두 이 총을 씁니다. 그래서 20세기에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무기도 바로 AK47입니다. AK47의 최대 장점은 매우 단순한 구조여서 고장이 잘 안 나고, 총기 분해 및 손질이 쉽다는 것입니다. 즉 총 자체는 싸구려인데, 비용대비 효과는 뛰어나다는 점이죠. 명중률이 좀 떨어지는 대신 화력이 좋은 장점도 있고요.

아프리카나 중동 분쟁 지역에서 또 눈에 띄는 점은 소년 병사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사리 분간능력이 떨어지는 10대 소년들이 AK47을 가지고 다니면서 위에서 시키는 대로 사람들을 마구 쏴죽이죠.

저는 그걸 보면서 북한이 떠올랐습니다. 내전으로 막 엉망진창이 된 나라를 빼놓고는, 정부 차원에서 15~16살에 집중 군사훈련을 일주일 넘게 받게 하고, 총까지 쏘게 하는 나라는 세상에 북한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여자들까지 똑같이 과정을 밟고 총을 쏘게 하는데, 여기 한국 여성들은 상상도 할 수 없죠. 그런데 북한에선 15살짜리 여자애들도 군사 훈련 잘 따라가고 총도 잘만 쐈습니다. 남쪽 여성들은 군사훈련은 고사하고 총을 구경도 못한 여성들이 태반입니다. 가끔 여기 여성들도 일주일 정도는 군사훈련을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다만 북한처럼 여성들도 웬만하면 다 군에 뽑아가 7년씩 복무시키는 것은 완전히 미개한 일이죠. 한국도 여성군인들이 있긴 있지만 얼마 안 되고, 철저히 자원한 여성들로 뽑습니다. 여기 인구가 5000만 명이니 북한처럼 여성들까지 군대에 보낼 필요는 없고 남자도 2년도 채 안 되는 21개월만 군 복무를 합니다. 군 복무 기간에 집에도 2~3달에 한번씩 가서 며칠 씩 쉬다 올 수 있는데 11년 군복무 하는 북한 남성들이 들으면 까무러칠 일이죠.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유엔에는 만 18세 미만 군인은 소년병으로 보고 강제 징집과 참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북에 있을 때는 만 16살부터 군에 뽑았죠. 국제법으로 금지된 소년병 징집이 당연한 듯 여기는 것이 북한입니다.

어려서 군대에 뽑아서 먹여도 잘 주지 않으면서 빡 세게 굴리니까 북한 남자들이 키가 크지 못하고 지능발달도 정지되는 것입니다. 전쟁 상황도 아닌데 왜 16살부터 뽑아 11년씩 군에 있게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지요. 한창 젊은 나이에 연애도 하고, 대학도 다니고 할 젊은이들이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때문에 11년씩이나 군대라는 울타리에 갇혀 인권을 유린당하는 것이죠.

북한에선 우리는 11년 복무하며 훈련받고 남쪽은 2년짜리니 싸우면 우리가 이긴다 이렇게 세뇌를 시키는데, 남쪽에 와보니 그건 말도 안 되는 허튼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런지 다음 시간에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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