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 기후로 변해 가는 한반도를 생각하면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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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5일 강남대로의 한 횡단보도 앞 그늘막에서 시민들이 햇빛을 피해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다.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5일 강남대로의 한 횡단보도 앞 그늘막에서 시민들이 햇빛을 피해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느덧 초복을 지나 삼복더위 중 가장 더운 중복 더위에 접어들었습니다. 요새 너무 더워서 밖에 나가면 숨이 턱턱 막힐 지경입니다. 서울은 땅이 거의 없이 모두 건물과 아스팔트로 뒤덮여 있어 복사열 때문에 더 더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서울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남쪽에서 여름이면 제일 더운 곳이 대구입니다. 대구는 여름 온도가 아프리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해서 대구와 아프리카의 합성어인 ‘대프리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대구가 더운 것은 분지로 둘러싸여 있어서 열기가 빠지지 않는데, 도심 온도가 50도가 넘는 때도 적지 않습니다. 그 정도면 사하라 사막 가운데 서있는 느낌인데 사람이 나가 서있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사막은 습도가 없어 그늘에 들어가면 서늘한데, 여긴 습도가 높아 숨쉬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서울이 시원하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조금 낫다는 뜻입니다. 폭염일 때 아스팔트 위에 계란을 떨어뜨리면 순식간에 익습니다.

이럴 때는 빨리 통일해서 양강도 같은 곳에 휴양을 가서 여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물론 북한 사람들이 들으면 “우리도 예전보다 훨씬 더 더워져서 견디기 어렵다”고 대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지금 한반도의 기후는 급격히 변화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리 시간에 배운 산 좋고 물 좋고, 사 계절이 뚜렷한 아름다운 3천리 금수강산은 이젠 옛말일지도 모릅니다.

북한은 이미 산이 다 벌거벗겨졌고, 물은 오염됐고, 남쪽도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가 너무 나쁩니다. 여기에 기온까지 올라가 온대 기후가 사라지면 더워서 어떻게 살지 걱정입니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측정된 자료에 따르면 이미 제주도는 아열대라고도 합니다. 제주도에서는 2006년부터 매년 새로운 열대·아열대 식물이 정착해 자라고 있는 것이 발견돼 새로 한반도 자생생물 목록에 이름을 올립니다. 모두 동남아, 아프리카, 남태평양 제도 등에서 살던 열대·아열대 식물입니다.

이런 식물들은 태풍 때마다 제트기류나 태풍에 실려 오거나 철새 몸에 붙어 머나먼 제주도까지 날아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보통 이렇게 날아와 추운 지역에 떨어지면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 죽는데 제주도에 떨어진 열대·아열대 식물들은 하나둘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두려운 사실이죠.

제주도가 이렇게 아열대가 되게 되면 육지는 또 어떨까요. 아직까지는 기온이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도 겨울이 굳건히 버티고 있어 온대 기후의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습니다만, 여름이 길어지는 만큼 겨울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기상청이 1910년대 기상 자료와 지금을 분석해보니 100년 새 여름이 무려 한달이나 늘어났다고 합니다. 여름은 일 평균기온이 20도 이상 오른 뒤 떨어지기까지의 기간을 말하는데 1910년대엔 여름이 80일∼110일 정도였는데, 2010년대에는 110일∼140일로 훌쩍 뛰었습니다. 특히 역대 최고의 폭염이 나타났던 지난해 전국 평균 여름 일수는 133일인데, 이건 1년에 사흘 중 하루는 여름이었다는 뜻입니다. 올해는 아마 이 기록도 추월할 것입니다.

반면에 겨울은 20일 이상 사라졌습니다. 1910년대 부산 72일, 서울 132일이었는데 2010년대 각각 61일, 110일로 반달가량 줄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부산의 겨울은 12월 27일 시작해 49일 만에 끝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두가 눈을 기다리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까지 가을이었던 셈이죠.

이제는 여름의 시작은 6월이 아니라 5월이 됐습니다. 봄의 절정을 이루며 ‘계절의 여왕’이라 불렸던 5월은 언제부터인가 ‘여름의 기수’로 전락했습니다.

2014년 이후 5월 평균기온은 3년 연속 최고치를 갈아 치웠고, 올해도 전국이 30도를 넘나들며 역대 가장 더운 5월 초순을 기록했습니다. 여름에 폭우가 온 뒤 바로 폭염이 뒤따르고 하는 방식도 아열대와 똑같이 되고 있습니다. 습도라도 낮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으니 그냥 진땀이 저절로 나죠.

이런 날에 북한 많은 사람들은 밭에 나가 지금 김매기를 하고 있을 생각을 하니까 정말 가슴 아픕니다. 이런 날은 시원한 곳에서 있어야지 밖에 나갔다간 더위를 먹고 쓰러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 남쪽은 사무실과 가정집마다 에어컨이라는 시원한 공기를 내쏘는 기계가 있어 더위를 모르지만 선풍기에 의존해 살아가는 북한 사람들은 어찌 살겠나 싶습니다.

그래도 북에서 아주 춥던 지역은 더워졌다고 좋아할지 모르겠습니다. 남쪽이 더워서 죽겠다고 아우성일 때 아마 지금 저기 북쪽 청진, 나진 기온은 아마 예전 100년 전의 부산과 같은 기온이 됐을 것 같습니다.

통일이 되면 저는 나진 쪽에 별장을 하나 갖고 싶습니다. 거긴 바다가 정말 깨끗하고 백사장 모래도 너무 곱고 거기에 호수도 많습니다. 한국이라면 으뜸 경치로 쳐줄 곳인데 지금은 가난하니까 그냥 사람 손때 안 묻고 고이 간직돼 있습니다.

그리고 더 북쪽인 러시아 연해주는 과거엔 추운 지방으로 인식돼 있지만 지금처럼 기후대가 계속 위로 올라가면 앞으로 한 세기 뒤엔 과거의 한반도처럼 산 좋고 물 맑은 아름다운 땅이 될지도 모릅니다. 정말 욕심이 나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 연해주가 면적은 한반도의 3분의 2나 되는데 사람은 190만 명밖에 안삽니다. 거의 비었죠. 자원이 넘치는 이곳을 개발하려 해도 러시아는 워낙 땅이 넓어서 동쪽 구석에 와서 살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런 곳에 지금 남과 북이 함께 진출해서 북한은 노동력을 대고 한국은 기술과 자본을 대서 가꾸고 개발하고 하다보면 한 세기 뒤엔 우리 후손들의 터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쪼록 무더운 여름 무사히 나시고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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