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대북제재와 낙지잡이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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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 정박한 중국 오징어잡이 어선.
울릉도에 정박한 중국 오징어잡이 어선.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 일요일에 또 사상 최대의 초강력 대북제재안이 만장일치로 유엔 안보리를 통과했습니다.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관련 조약을 어기고 있으니 국제사회가 제재를 하고 있는 것인데 미사일 성공했다고 여러분들이 환호할 때마다 제재 수위는 더 높아집니다. 결국 여러분들이 만세를 부르는 동안 여러분들의 삶은 점점 어렵게 돼 간다 이 말인 것이죠.

이번에 통과된 유엔 재재 내용은 이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은 다 들으셨겠지만, 다시 한번 상기해 보면 우선 석탄, 철, 연, 수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시켰습니다. 김정은 집권 초기 쯤에 북한은 석탄을 팔아 15억 달러 정도 벌고, 철광석과 동을 팔아 2억 달러쯤 벌었습니다. 그리고 수산물 수출은 한 3억 달러 수준 됐습니다. 도합 매년 20억 달러쯤 됐는데 이것이 당시 북한 수출액 30억 달러의 3분의 2 수준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걸 모두 금지시킨 것입니다. 광물 자원을 수입하던 최대 국가 중국이 이번 제재에 동참했으니 앞으로 탄광 노동자들이 살기 어렵게 될 것 같습니다. 광물 캐서 배급도 받고 했는데 걱정입니다. 돈 벌려 해외 나가는 길도 막혔습니다. 지금 나가 있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만, 새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재재를 가하면 김정은보단 바닥에서 그날그날 살아가던 탄광, 광산 노동자들과 수산업 종사자들이 큰 피해를 볼 것입니다.

지금이 마침 낙지(오징어)철입니다. 낙지는 북한의 주력 수산물 수출 품목으로 말리거나 냉동시켜 팔았는데 이젠 아무리 열심히 잡아와야 판로가 없습니다. 목숨 걸고 바다에 나가서 잡을 이유가 없어지게 되겠죠. 낙지잡이 한철을 바라고 바다에 붙어사는 사람들이 수십 만 명은 넘을 텐데 이들도 앞으로 생계가 막막해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은 늘 제재를 받으면 그걸 우회하는 구멍을 뚫어서 버텨왔지만, 이번처럼 갑자기 큰 타격을 주면 적응할 시간도 없이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이번 제재 때문에 또 굶어죽는 인민들이 속출할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특히 바닷가가 고향인 저는 이맘쯤이면 눈에 불을 켜고 바다에 나가 낙지를 잡던 고향마을 사람들이 정말 걱정이 됩니다.

저는 이번 휴가를 지난달 말 울릉도로 다녀왔습니다. 속초 같은데 가려 했는데 워낙 날씨가 설설 끓다보니 좀 더 시원한 곳을 찾아 울릉도까지 간 것입니다.

서울에서 울릉도까지는 참 멉니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 가면 경상북도 포항에 도착하는데 여기서 다시 배를 타고 3시간 달려야 울릉도에 도착합니다. 기차역까지 가는데 한 시간, 울릉도 들어가 다시 제가 머문 제일 외진 숙소까지 또 한 시간, 그리고 중간 중간 기다리는 시간도 가지다 보니 새벽 5시 반에 집에서 떠났는데 오후 1시 반에야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북에서야 8시간 가는 거리야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여기선 이 시간이면 중동까지 갈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러니 울릉도는 웬만한 외국 가기보다도 더 먼 곳이죠.

울릉도는 역시 시원하고 바닷물도 맑고, 사람도 없고 해서 개인적으론 좋았습니다. 자맥질해서 돌문어도 맨손으로 잡고, 산소통을 달고 깊은 곳에도 들어갔습니다. 갈 때 울릉도 가면 꼭 바다에서 막 잡아온 산낙지로 회를 떠서 먹어야지 하고 마음 먹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낙지를 오징어라고 하는데, 서울에서도 산 오징어를 팔긴 하는데, 아무래도 며칠씩 오다보니 바닷물이 다 빠져 제가 기억하고 있는 맛이 안 납니다. 그런데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최대 낙지 산지니 바다에서 잡힌 낙지를 바로 가져다 북한에서 먹던 방식으로 회를 칠 수 있거든요. 여기 사람들은 그냥 산낙지를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걸 회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에 오이와 된장도 넣고 고춧가루도 넣고 식초도 넣고 해서 북한식으로 잘 비벼 먹습니다. 서울에서 나만의 요리 비법을 갖고 있는 셈이죠.

그걸 한번 해보고 싶어 저녁에 울릉도에서 제일 큰 저동항이란 곳에 갔는데 글쎄 산 낙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낙지배는 아침에 들어오긴 하지만 울릉도에 낙지가 없다니 이게 웬 말이냐 싶어 관련 자료를 찾아봤더니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2000년엔 매년 울릉도에서 낙지를 만 톤 넘게 잡았는데, 요즘엔 1000톤도 못 잡는다고 합니다. 낙지 즉 오징어가 완전 금징어가 됐습니다.

한국에선 마른 낙지 하면 울릉도 낙지를 최고로 쳐줍니다. 갓 잡아온 낙지를 막대기에 꽃아 울릉도의 서늘한 바닷바람에 말리면 맛이 아주 좋거든요. 그런데 낙지 자체가 잡히지 않고, 울릉도도 더워져서 서늘한 바닷바람도 사라지고 하니까 이 유명한 특산물이 사라질 판이 됐습니다.

울릉도에서 낙지가 왜 잡히지 않냐 봤더니 일단 수온이 과거보다 2~3도 올라가 낙지가 뜨거워 내려오지 않고, 다른 이유는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가 심각해서 씨가 말랐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불법 어로는 북한이 더 심각하고 수온 상승은 울릉도에만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 겁니다. 내 고향 앞바다도 물이 뜨거워져서 고향사람들 낙지 잡으려 더 목숨을 내걸어야 하지 않을지 걱정이 됐습니다. 근해가 뜨거워지면 낙지 잡으려고 밤에 목숨을 걸고 몇 시간씩 더 나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목숨 걸고 잡은 낙지도 앞으로 외국에 수출하기 어렵게 됐으니 앞으로 뭘 먹고 살겠습니까. 이번 대북제재 발표를 보면서 저는 그런 걱정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누구의 말도 안 듣고 깡패짓을 하는데 국제사회가 손놓고 있을 수도 없고 말이죠. 북한 인민을 불쌍한 새우 신세로 만드는 저 김정은이 빨리 사라져야 북한 인민들이 좋은 날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전에 여러분들은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성공했다고 발표하면 환호하기 전에 자신들의 삶을 먼저 걱정부터 하는 습관을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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