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스텔스함 등장이 북한에 주는 공포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4.08.22
f22_fire-305.jpg 미국의 F-22 스텔스 전투기.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쪽에서 19일부터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이 30일까지 일정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 훈련을 엄청나게 비난하면서 온갖 욕을 다 하는데 미국이 조선과의 핵대결에서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하는 논평도 나왔죠. 저도 북에 있을 때 한미 군사훈련만 한다고 하면 언론에서 엄청 떠든 것들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떠들기만 하면 다행이지, 군인들은 전투훈련태세에 돌입해 진지 차지하고 고생 엄청나게 하고, 주민들도 목총 메고 나가서 군사훈련 받습니다.

제가 자랄 때는 ‘팀스피리트’란 말과 함께 컸는데 요즘 애들은 을지프리덤가디언이란 말을 매년 수없이 들으면서 크겠군요. 과거에도 북한은 남쪽에서 훈련만 하면 맹비난했는데, 요즘은 아마 무서움의 강도가 더 커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북한 지도부가 겁내는 것은 미국이 북한 전체 주민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켜서가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김정은 등 수뇌를 하루아침에 그냥 천당이든 지옥이든 옮겨 보낼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언론을 잘 보시면 유독 심하게 반발하는 몇 가지 대상이 있는데, 가령 미국에서 스텔스 비행기나 항공모함이 한국에 들어올 때 거품을 무는 강도가 매우 심합니다.

스텔스 비행기는 설명 안 드려도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으니 북한 상공을 자기 상공처럼 넘나듭니다. 예전에 김정일이 말썽을 피우면 쓱 날아가서 무력시위도 했다고 합니다. 몇 년 전에 미군 스텔스 전투기 조종사가 회고한 이야기인데 북한 하늘에 자주 날아갔었고, 한번은 김정일이 있는 특각 상공에서 바짝 저공비행을 하다가 꽝 하는 굉음을 울리며 상승했다고 합니다. 비행기가 갑자기 속도를 높여 음속을 돌파하면 엄청난 폭음이 나옵니다. 이 소리 들어보신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갑자기 맑은 하늘에서 꽝 하는 소리가 나니까 김정일 특각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와 꽁지 빠지게 대피소로 도망가더랍니다. 미국이 김정일 특각에 비행기 보낼 때는 이미 거기에 김정일이 있다는 것을 다 알고 보낸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갖고 있는 레이더로는 이런 스텔스기를 탐지도 못합니다. 비행기 어디 있는지 알아야 전투기가 대응해서 뜨던, 포를 쏘던 하겠지만 이렇게 그림자처럼 휙휙 다니는 비행기는 왔다 갔는지도 모릅니다. 미국 스텔스기가 한국에 오면 북한은 극도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의외로 이때는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고 조용합니다. 무서운 거죠.

항공모함은 저기 부산에서 평양의 김정일 집무실 창문을 그대로 관통시켜버릴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 등 최신 미사일들이 가득 실려 있습니다. 굳이 비행기를 보내지 않더라도 단추 하나면 끝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도 미국은 마음먹으면 김정은도 제거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습니다. 가령 김정은이 지금 여름에는 송도원 별장에 박혀서 물놀이하는 것도 다 보고 있고, 평양에서 원산 갈 때 직승기 타고 가는 것도 다 압니다. 그냥 미사일 한발이면 끝나지만 북한이 망해서 복잡해지는 것이 싫으니까 내버려 둡니다. 그런 미국이 피를 흘리면서 전쟁을 왜 하겠습니까.

그런데 미국의 군사력 발전을 보면 북한의 오금이 점점 더 움츠러들 일만 계속 이어지니 참 불쌍한 일입니다. 최근 미국이 최신형 구축함을 건조해 올해 태평양 지역부터 배치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군함이 글쎄 스텔스 군함입니다. 조그마한 비행기 정도가 아니라 이제는 대형 구축함도 스텔스화를 이룬 것입니다. 이 군함 크기가 1만5000톤급인데, 북한에서 제일 큰 구축함이 1500톤 급이니 10배나 더 큽니다. 그런데 전부 자동화가 돼 있어서 승무원은 북한 구축함의 180명보다 더 작은 150명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큰 군함이 레이더에는 작은 어선 정도로밖에 안 보인답니다. 그나마 최첨단 미국 레이더로 보니까 어선처럼 잡히는 것이지 북한의 레이더로는 보이지도 않을 겁니다. 제가 옛날 북에 있을 때 첫 스텔스 비행기인 F-117을 보고 놀랐는데, 이건 내가 갖고 있는 비행기의 생김새와 크게 달라 무슨 박쥐나 가오리처럼 생겼더군요. 그 F-117도 이제는 다 은퇴하고 이제는 더 좋은 스텔스기들이 나왔습니다.

스텔스 구축함도 기존에 갖고 있는 배의 모양과는 크게 달라 마치 외계 함선 보는 것 같습니다.이 스텔스함에 실린 함포는 사거리가 무려 185㎞나 됩니다. 미사일도 아닌 포탄이, 정확도도 미사일 못지않은데, 그렇게 먼 거리를 날아갑니다. 185㎞면 저기 원산이나 함흥 앞바다에서 포를 쏘면 포탄이 평양 김정은 집무실까지 들어갑니다. 아음속 포탄이어서 위력도 엄청 나는데다 자동화돼서 목표 좌표만 입력하고 단추를 누르면 저절로 장탄되고 저절로 발사되는데 분당 발사속도도 엄청 빠릅니다.

북한은 이제 스텔스기 신경 쓸래, 항공모함 신경 쓸래, 스텔스함까지 신경 써야 할 겁니다. 미국의 군사력은 이 수준에 왔는데, 1960년대 만들어진 고물 미그기를 고장 나 추락할까봐 벌벌 떨며 타는 신세에 하룻강아지처럼 미국 앞에서 허세를 부리는 것을 보면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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