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성의 재입북과 먹히지 않는 대남공세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7.08.25
return_nk_defector_b 북한 대외용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TV가 지난 16일 재입북한 탈북여성 전혜성을 출연시켜 남한 종편TV들의 북한소재 프로그램들이 날조극이라고 비난했다. 사진은 임지현이라는 가명으로 종편에 출연했고, 우리민족끼리 TV에 등장한 전혜성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에 남쪽에서 살다 북한으로 돌아간 전혜성이란 여성이 한동안 남쪽 언론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여기 와서 한 3년 살다가 갑자기 몇 달 전 북에 돌아갔는데, 북한 대남용 인터넷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 출연해 남쪽을 비난하고 있죠.

전혜성이 특히 주목을 받은 이유는 예쁘장한 외모로 여기 TV 방송에 여러 차례 출연해 ‘탈북방송인’으로 불렸던 게 컸습니다. 북에 재입북한 사람들은 다 여기서 버티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전혜성의 경우도 과거 이름 없던 시절에 돈 좀 벌려고 인터넷 음란방송에 출연했는데, 그 영상이 그만 세상에 공개돼버린 경우죠. 그런 부끄러운 과거사가 공개됐는데 여기서 얼굴 들고 살기가 어려우니 그만 북으로 확 가버렸습니다.

빛 독촉에 돌아간 사람, 부끄러운 과거 때문에 돌아간 사람, 가족 데려오려다 잡혀서 돌아온 척 하는 사람 등 돌아가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북한은 이런 사람들이 오면 TV에 출연시켜 남조선은 썩고 병든 세상이라고 선전했습니다. “남조선은 지옥이었다, 우릴 사람 취급도 안해주었다, 지은 죄가 있어 머뭇거렸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세 돌아오니 따사로운 당의 품이 품어주었다.” 북에 간 사람들이 하는 말은 대개 이렇게 다 똑같습니다.

전혜성도 요즘 지방을 돌면서 자기를 납치해 간 박근혜는 곧 사형당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핵무장에 미국과 남조선이 사정하고 있다는 강연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강연을 TV에 나와서 왜 못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북한에서 북으로 돌아간 탈북자로 처음으로 내세운 것이 2012년 7월 박인숙 여성이었습니다. 박인숙 여성이 한국에 오자 북한은 음악대학 교원이던 아들과 며느리를 황해북도 시골에 추방시켰죠. 그리곤 보위부가 돌아오면 아들 살려 줄 건데, 안 오면 죽으니까 알아서 하라 이렇게 협박을 해왔습니다.

자식의 목숨을 인질로 삼아 협박하는데 어머니가 어떻게 견디겠습니까. 박인숙 여성은 내가 가서 죽더라도 아들한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이런 절절한 모정으로 목숨 걸고 돌아갔습니다.

북한의 대남기관이 가만 따져보니 박인숙 여성을 죽이기보단 이런 사람이 잘 살고 있다고 선전하면 더 많은 탈북자들이 돌아올 것 같았단 말이죠. 그러다보니 박인숙 여성의 경우는 추방이 풀린 아들과 함께 평양에서 살게 돼 일이 잘 풀린 경우입니다. 그런데 감시 받으며 사느라 마음은 늘 불안하겠죠.

헌데 박인숙 여성이 기자회견에 나온 뒤에 그가 살았던 청진에서 소문이 쫙 퍼졌습니다. 얼굴이 짜들짜들 까맣던 장마당 할머니가 남조선에 갔다 오더니 피부가 허옇고 기름이 좔좔 흐르고, 나이도 십년은 젊어졌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남조선 물이 참 좋긴 하다 이런 소문이 퍼졌죠.

이런 소문이 워낙 믿는 사람끼리 몰래 돌아가니 북한이 그걸 눈치 채지 못한 듯싶습니다. 이후에도 돌아간 탈북자들을 내세워 기자회견을 계속 했죠. 그런데 제가 정확히 기억은 못하겠는데 어느 순간부터 기자회견이 딱 중단됐습니다. 전혜성의 경우도 외국에서만 볼 수 있는 우리민족끼리라는 매체에만 출연시키지 북한 사람들은 그런 여인이 돌아온 줄도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건 딱 보면 북한의 전술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리고 그 변화의 배경은 이젠 탈북자가 북으로 돌아가서 남조선이 지옥이고 장군님이 따사롭다고 아무리 눈물을 흘려봐야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눈이 있으면 보겠죠. 남쪽에서 지옥처럼 살다 왔다는 탈북자들의 얼굴이 얼마나 때깔이 좋습니까. 서울물 2~3년만 먹으면 이설주나 김여정 피부보다 더 좋아지는 거 보이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여기 서울은 성형수술이 세계적 수준입니다. 중국, 일본, 동남아는 물론 저기 중동에서도 여성들이 성형하려 줄지어 밀려오는 곳입니다. 서울에선 턱을 깎고, 눈을 키우고, 코를 높이는 건 일도 아닙니다. 그런 성형을 하게 되면 예전의 모습이 싹 사라지고 미인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전혜성의 경우도 처음에 한국에 왔던 모습하고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높았던 광대뼈는 사라지고, 무서웠던 눈매는 부드러워졌습니다. 전혜성이 만약 고향에 가게 되면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와서 “저 혜성이예요”하면 “아이구나. 남조선에 가더니 시골 촌여자가 영화배우 돼서 돌아왔네” 이러지 않겠습니까.

북한이 재입북 탈북자를 내세우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텔레비에서 선전했는데 다시 남쪽으로 도망쳐 오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알기에만 7명이나 됩니다. 이런 사람들은 가족을 데리러 갔다 보위부에 체포되자 조국이 그리워왔다고 거짓말을 한 경우죠. 그리고 기자회견 적당히 하고 기회를 노리다가 가족하고 다시 도망치는 것입니다. 6월에도 작년에 우리민족끼리에 나왔던 남자가 아내를 데리고 또 도망쳐 한국에 왔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김정은이 좋아서 왔다고 해놓고는 또 도망쳤다면 오히려 선전 안하기보다 못한 감당 못 할 역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재입북자들을 기존 고향에서 집까지 주고 살게 해주는 것도 역효과가 나죠. 남은 사람들은 “탈북하지 않은 우리만 바보네. 나도 나가서 남쪽물 좀 먹어볼까” 이럴 것이 뻔한 것이죠.

결국 북한은 자기 땅에서도 먹히지 않는 선전을 대남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만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에서 기자회견 했던 사람들도 계속 남쪽으로 돌아오는데, 그런 선전이 남쪽 사람에게 먹힐까요.

이젠 좀 재입북자를 내세운 선전을 작작하길 바랍니다. 남북에서 다 통하지 않는 거짓말을 대남기관은 왜 저리 열심히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걸 보면 일등 바보들이 따로 없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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