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새 대북제재와 지도자의 자세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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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평양 제사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김정숙 평양 제사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미 들으셨겠지만 3일 핵실험을 계기로 11일 유엔에서 새 대북제재안이 통과됐습니다. 결과 석유 수입이 한 30% 정도 줄어들고, 무엇보다 올해 초 석탄수출이 완전히 막힌데 이어 옷 임가공까지 이번에 완전히 막혔습니다. 석탄과 의류 임가공은 북한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고, 전체 액수는 25억 달러 정도 됐는데 이 돈이 하늘로 날아간 것입니다. 그동안 탄광에서 일하면 배급을 안정적으로 받았지만, 이제는 수십 만 명의 광부들이 배급과 월급 받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11일 대북 제재로 피복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수십 만 명도 같은 신세가 될 판입니다. 그들이 부양하던 가족들도 연쇄적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연료 수입을 30% 틀어막았으니 제일 먼저 장마당 써비차 같은 것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겠죠. 돈만 주면 어쨌든 휘발유와 디젤유를 살 순 있겠지만 대신 비싸겠죠. 운송비가 높아지면서 장마당 물가가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지금은 쌀 가격이 5년째 6000원 선으로 안정돼 있지만 앞으론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 라디오를 듣는 분들께 제가 살짝 팁으로 말씀드리면 올 가을 돈이 있을 때 식량을 많이 사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내년 봄 춘궁기 때엔 식량가격이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김정은이 또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하면 제재 강도는 또다시 높아져 마지막엔 기름 한 방울 들어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북한에선 굶어죽는 사람이 나올 수 있습니다. 북쪽의 많은 사람들은 왜 우리가 수소폭탄 만든다는데 세계가 달라붙어 제재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북에선 항상 미국은 핵폭탄 갖는데, 왜 우리만 못 갖냐, 핵을 갖는 것은 우리의 자위적 권리다 이런 선전만 들으니 그런 생각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 드리면, 세계에는 핵무기 규범을 정하는 조약인 핵확산방지조약, 즉 NPT라는 것이 있습니다. NPT는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보셨죠.

1970년대 만들어진 이 조약은 그 당시까지 핵이 없는 비핵국가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앞으로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너도나도 핵무기 만들어 핵 싸움하다 죽지 말자는 뜻이 내포돼 있죠. 처음 만들 때 조약 만료 기간을 25년으로 잡았는데, 1995년에 다시 회의를 열어 조약을 조건 없이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저도 이 조약을 평등한 조약이라 보진 않습니다. 핵 국가들은 비핵국가들의 모든 핵 관련 연구 활동을 감시하지만 정작 자기들의 핵무기를 감축하기 위해선 별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고 감시나 통제받는데도 없습니다.

핵보유국들은 비핵국가들에 평화적 핵발전소 이용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적대국이라 규제가 특히 엄격했죠. 그러니 북한이 이게 억울하다고 제일 먼저 판을 깨고 나갔고, 그게 1993년 핵 위기였습니다. 그 이후 제네바에서 1994년 10월에 북에 경수로 발전소 2개를 지어주고 북한은 핵 활동을 안 하기로 협상을 타결했습니다. 평화적 원자력 개발은 NPT 가입국의 권리인데 그걸 못하게 했으니 원전이란 보상을 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2002년에 북한이 원심분리기에 사용하는 특수 알루미늄을 엄청 많은 양으로 몰래 사간 사실을 미국에게 들켰습니다. 그때 미국 켈리 차관보란 사람이 북에 가서 따지니 북한이 우린 농축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다며 사찰관 쫓아내고 NPT를 탈퇴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6자회담이 시작됐고, 2005년 9.19 합의가 나왔죠. 9.19 합의는 북한이 핵 포기하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포함해 원하는 걸 거의 다 준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또 판을 깨고 2006년 10월에 핵실험을 했습니다. 21세기 들어 핵실험한 첫 국가가 된 것이죠. 그리고 그때부터 대북 제재가 시작됐습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같은 핵강대국 입장에선 우리만 핵이 있어야지, 북한이 핵을 가지면 일본과 한국도 핵을 가지겠다 나설 것이고, 그럼 세계의 전략적 안보 균형이 무너집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북한은 핵 포기하면 보상을 주겠다는 데도 밥상을 엎었으니 나쁜 놈으로 찍히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북한도 억울한 점이 있겠죠. 그런데 평소에 착하게 살아야 동정을 받는 법입니다. 그리고 억울하면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이 냉혹한 세계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일본이나 한국이 돈과 기술이 없어 핵을 만들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하물며 가난한 북한이 지금 최강대국 미국에 핵탄을 날린다고 정면 승부를 거니 미국이 가만있으면 이상한 일이겠죠.

간단히 생각해봐도 반에서 제일 키도 작고 힘도 약한 애가 제일 힘 쎈 애한테 맨날 한판 붙자고 접어들면 결과가 어떨지 뻔하지 않습니까.

미국과 한국에 쏠 수도 없는 핵탄에 자존심 걸고 제재를 감수한다고 하면 결국 죽어가는 것은 북한 인민밖에 없습니다. 김정은은 안에서 왕 노릇만 해서 그런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각이 없습니다. 가장은 가족을 위해 억울해도 참고 눈물도 삼키며 남의 바지가랑이라도 붙들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한국에선 그냥 욱 할 때 참지 못하고 때려 남을 다치게 하면 자기가 감옥에 가고 엄청난 벌금으로 가정도 파탄에 이르게 됩니다.

김정은에겐 인민을 살려야 한다는 가장 의식이 없습니다. 오직 자기 권력을 유지하는 것밖에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사람을 지도자로 섬겨야 하니, 북한은 핵을 가져 기분 좋을 진 몰라도 앞으로 차례질 것은 참혹한 제재뿐입니다. 그깟 핵이 아무리 중해도 북한 인민의 목숨보다 중하겠습니까. 이런 김정은을 지도자라고 따라봐야 여러분의 앞길엔 가시밭길뿐이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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