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혁명 100주년 기념일의 소감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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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궁전 앞을 사람들이 지나고 있다. 볼셰비키 정권의 겨울궁전 급습은 10월 혁명의 발단으로 여겨진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궁전 앞을 사람들이 지나고 있다. 볼셰비키 정권의 겨울궁전 급습은 10월 혁명의 발단으로 여겨진다.
AP Photo/Dmitri Lovetsky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부터 시작해 일본, 한국, 중국 순으로 방문하고 있어 여론의 관심이 온통 그쪽으로 몰려있습니다. 트럼프가 중국과 어떤 합의를 이뤄내는가에 따라 한반도 운명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 뻔하니 중요한 일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요즘 워낙 트럼프 이야기만 쏟아지고 있을 것이니 저까지 또 트럼프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다음주쯤이면 정확하게 트럼프의 아시아 방문 결산을 종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7일로 100주년을 맞은 러시아 10월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원래 10월 혁명은 당시 러시아가 쓰던 구력 즉 율리우스력으론 10월 25일에 일어난 사건인데, 지금 우리가 쓰는 달력으로 하면 11월 7일입니다.

이 때문에 말은 10월 혁명이지만 기념은 11월 7일에 해왔죠. 10월 혁명은 여기 남쪽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북한 사람들은 너무 잘 알죠. 워낙 공산주의를 건설한다고 요란을 피웠고, 외국 영화라고 본 게 쏘련 영화만 봤으니까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예전에 10월 혁명을 다룬 쏘련 영화 봤습니다. 10월 25일밤 중순양함 ‘아브로라’호의 포성과 함께 혁명군이 상트 뻬테르부르크에 있는 임시정부 청사를 공격해 점령합니다.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라는 구호를 내건 볼셰비키 혁명이 성공한 것입니다.

러시아 10월 혁명은 인류사를 크게 바꾼 사건입니다. 이 혁명으로 인류 최초의 사회주의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사회주의 이념은 처음엔 너무나 매력적으로 대중에게 다가왔습니다. 착취계급을 없애고, 누구나 평등하게 살자 이런 구호는 당연히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후 역사는 대중의 기대와는 반대로 흘러갔습니다. 10월 혁명 후 사회주의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벨라루스·캅카스 지역 공화국들이 가세하면서 1922년에 탄생한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 즉 쏘련은 1991년 붕괴할 때까지 약 70년을 존재했습니다.

그 기간 쏘련 사람들은 자국민 2000만 명 이상을 학살한 쓰탈린의 독재를 경험했고, 수천 만 명이 아사한 기근도 겪었고, 지금까지도 푸틴의 17년 장기 독재 하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치명적 약점이 바로 독재에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유산계급을 타도하자고 하니까 프로레타리아 독재를 주장할 수밖에 없는데, 그 독재는 한마디로 숙청입니다. 어디 잘 사는 사람만 숙청합니까. 지도자의 정적을 혁명의 적으로 몰아 숙청하기 딱 좋은 이론이 프로레타리아 독재죠. 결국 이렇게 반대 목소리를 철저히 죽여서 내 말 잘듣는 인간들만 밑에 두면 그게 곧 독재입니다.

10월 혁명은 사회주의 이론이 허황된 것임을 전 세계에 입증했습니다. 사상 개조, 즉 사람의 머리를 개조해 공산주의로 간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인 것도 알게 됐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은 사상 개조 따위에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사회주의 지도자라는 인간들이야 말로 가장 이기적이어서 권력을 한번 잡으면 사유화해서 절대 놓지 않으려 합니다.

그중에서도 김일성, 김정일과 같은 인간들이 가장 사악한 위선적 공산주의자들인데, 자기 살아 있을 때 해먹은 것도 모자라 자식에게까지 권력을 물려줬습니다. 나라와 인민을 자기의 노예로 만들고, 세뇌시킨 것입니다. 지금은 러시아 사람들도 10월 혁명에 대해 떠올리기 싫어합니다. 자랑스러운 과거가 아니라 부끄러움이 더 많은 추억인 것이죠.

10월 혁명 100주년 당일 러시아의 분위기가 그걸 말해줍니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아무런 정부 행사도 하지 않고 공식 성명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없던 날처럼 무시해버린 것이죠. 물론 여기엔 현재 집권자인 뿌찐이 권력자를 타도한 날을 기념하기 불편해한다는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100년 전 10월 혁명의 분위기를 다시 언급하다간 자칫 대중이 “지금은 뿌찐을 몰아낼 때”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뿌찐은 요즘 교묘하게 독재자였던 스탈린을 재평가하고 미화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독재자인 자신을 스탈린과 동일화시켜 위대한 지도자로 부각하려는 것인데, 그 시도는 먹혀들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여론조사에서 러시아인들은 러시아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로 스탈린을 꼽았습니다. 소련 붕괴 직전인 1989년까지만 해도 레닌이 72%의 지지를 얻어 위대한 인물 순위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한 반면 스탈린은 12%의 지지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8년 만에 스탈린이 38%의 지지율로 1위, 뿌찐이 러시아가 자랑하는 위대한 시인 알렉산더 푸슈킨와 더불어 34%의 지지를 얻어 2위를 기록했으며 레닌은 32%로 4위에 그쳤습니다. 대중이란 이렇게 세뇌에 취약합니다.

북한을 보면 특히 안타깝습니다. 10월 혁명이 퍼뜨린 사회주의란 전염병을 앓고 가장 악성 종양으로 변한 것이 바로 북한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한번 세상을 둘러보십시오. 권력을 자기 혼자 해먹고도 모자라 아들에게까지 물려주는 사회주의 국가가 어디 있습니까. 이건 사회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니고, 독재 왕조입니다. 아들도 모자라 지금은 손자까지 대를 이어 통치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로 가던 나라들은 지금 시장경제를 열심히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길을 잘못 들어 날려버렸던 시간을 만회하려면 더 열심히 노력해도 부족합니다. 이런 세상에서 아직도 북한만큼은 기괴한 형태로 남아 버티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이야 말로 21세기의 10월 혁명을 맞아야 합니다. 100년 전 러시아의 민중이 그랬듯이 이젠 북한도 인민이 떨쳐 일어나 김정은과 중앙당, 보위부와 같은 기득권 착취 지배계층을 내쫒고, 누구나 열심히 노력한 것만큼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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