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과 독일의 국민성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5.11.13
siemens_factory-620.jpg 독일 지멘스의 뉘른베르크 산업자동화 단지.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시간 독일 통일 이야기를 했는데, 독일은 분단됐다가 통일을 이뤘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대신 국민성을 비롯해 우리와 다른 점도 너무 많습니다. 그러니까 독일 통일의 교훈이 우리에게 딱 맞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게르만족은 근검하고, 법질서를 존중하고 단결심이 강하다는 민족적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절약 정신은 정말 우리와 너무 대비가 됩니다. 한국 사람들은 독일에 가면 큰 충격을 받는데 독일이 그렇게 부자나라임에도 정말 꼼꼼하게 아끼면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세수할 때 독일 사람들은 물을 아끼느라 꼭 그릇에 받아놓고 합니다. 설거지 할 때도 그릇을 딱 두 번 헹굽니다. 잔디밭에 주는 물은 빗물을 받아서 줍니다.

북한 사람들은 어, 우리도 물을 그릇에 받아놓고 하는데 하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물이 귀해서 그런 것이고, 제가 대학 다닐 때 수돗물을 그릇에 받아놓고 하는 학생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남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수할 때도 설거지할 때도 수돗물을 쫙쫙 틀어놓고 합니다. 그렇다고 한국이 물이 많은 나라냐 하면 우리 역시 물 부족 국가입니다. 오히려 독일이 물이 더 많습니다.

겨울에 독일 가정집에 가면 실내 온도를 보통 18도부터 20도 사이에 맞추어 놓고 사는데 침실은 18도 이하로 유지합니다. 그러니까 겨울에 추워서 항상 세타를 입고 삽니다. 집에서도 책 읽을 때는 탁상등 하나 켜놓고 읽습니다.

북한 사람들도 어, 우리도 춥게 사는데, 그럴 수 있는데, 이것 역시 없어서 그런 겁니다. 남쪽은 겨울에도 집에서 속옷만 입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책을 읽어도 불 다 켜놓고 읽습니다. 물론 독일은 전기세, 물세가 한국보다 비싼데, 이건 자원 절약하느라 일부러 이렇게 가격을 올려놓은 측면도 있습니다.

독일은 거리도 전기 절약 때문에 10시만 지나도 어두컴컴한데, 한국은 12시 넘어 까지 불야성입니다.독일 사람들은 빚지기도 싫어합니다. 독일에 가면 사람들이 신용카드보다는 직불카드라고 통장에 돈이 있는 것만큼 쓰는 카드를 많이 씁니다. 내게 돈이 없으면 카드도 안 씁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외상이라 볼 수 있는 신용카드를 좋아하죠. 당장 돈이 없어도 오늘 먹고 마시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질은 북한 사람들도 똑같습니다. 명절이면 평양사람들 대동강에 나와 한탕 크게 먹고 마시는 것을 보면 마시고 놀기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 기질이 어딜 가겠나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에 사는 조선족도 똑같습니다. 한족이 독일사람 기질이라면 조선족은 한국인 기질이죠. 제가 연변에 갔을 때 현지에서 발행하는 잡지가 “우리 조선족을 논함” 이런 글을 써서 게재했더군요.

그 글을 보니 연변에서 멋진 고급 양복 쭉 빼입고 멋진 차를 타고 노래방에 가서 밤새 노래를 부르고 술 마시고 하는 사람은 영락없이 조선족이랍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실제 돈은 없고, 한국에 와서 벌어 이렇게 실컷 놀다가 돈 떨어지면 또 한국에 돈 벌러 간다는 것이 필자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한족은 허름한 옷을 입고 다니지만, 이렇게 먹고 노는 조선족의 돈을 싹 긁어모아 장롱에 보관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구루마를 끌고 다니면서 파지를 줍는 한족 노인의 집에 가도 장롱에서 몇 십만 위안씩 나온다는 겁니다. 즉 진짜 부자는 한족인데 티를 내지 않고 조선족은 없으면서도 엄청 있는 척하고 산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조선족만 그런 게 아니고 한국인들의 기질이 원래 그럽니다. 조선족은 한족하고 딱 대비가 되니깐 그런 것이고요. 우리 이웃 나라들을 살펴봐도 일본도 독일 민족처럼 절약정신이 강하고 단결심도 셉니다.

하지만 우리는 개개인은 우수한데 단결심이 부족하죠. 그래서 일본 어느 사람이 그랬답니다. 한국인 한 명은 무서운데, 열 명은 무섭지 않다고요. 열 명 모아 놓으면 꼭 싸움이 나고 분열한다는 겁니다. 독일은 법질서도 잘 지키는데, 이것 역시 정에 많이 의존하고, 그냥 안면으로 사정이 잘 통하는 한민족과는 많이 다른 점입니다.

유럽에서 보면 한민족과 비슷한 기질을 가진 민족이 제가 볼 때는 그리스인들 아닐까 싶습니다. 그 사람들 먹고 마시고 즐기는 건 우리 민족과 비슷합니다. 지금 그리스가 국가 파산 직전에 내몰렸는데, 그렇게 어려운 와중에도 유명 해변에 가면 밤새도록 비싼 와인과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망할 때는 망하더라도 그것이 그들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그리스가 지금 유럽 다른 나라에 지원을 해달라고 하죠. 그런데 유럽에서 돈을 제일 많이 꿔준게 독일인데 그 사람들 보기엔 우리가 이렇게 아끼고 절약하고 사는데, 저들은 저렇게 흥청망청 살면서 손 내미니 화가 나는 거죠. 그래서 유럽 안에서 갈등도 생깁니다.

물론 우리 민족이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민족은 기계처럼 정확하진 않아도, 대신 신바람이 나고 흥취가 나면 무슨 일이 닥치던 다 해치웁니다. 오늘 마시고 노래하고 즐겁게 보내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확실히 놀고 가는 게 나쁜 것은 아니겠다는 생각을 저도 해봅니다.

통일을 말할 때 남쪽에 “그거 뭐가 무섭냐, 계획 그따위 없어도 닥치면 우리는 다 해. 뭐든지 되겠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밥을 만들던 죽을 쓰던 우리는 닥치면 해낸다는 뜻이죠. 세계가 ‘한강의 기적’이라고 경탄하는 한국의 발전도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를 내건 우리 민족이 해낸 것입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독일과 똑같을 수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세계에서 민족성이 좋다고 하는 독일보다 우리가 훨씬 더 모범적인 통일국가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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