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북한, 축구하듯이 만하면...

0:00 / 0:00

사랑하는 북녘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축구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지난주에 보니 북조선 축구대표팀이 브라질 리그 팀과 친선경기를 가졌는데, 0대0으로 비겼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축구대표팀이 프랑스에 나가서 현지 훈련을 했습니다. 프랑스 팀과도 경기 했고 아프리카 콩고 팀과도 했는데 모두 0대0으로 비겼습니다.

당연히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꾸 해외 경험을 쌓는다면 내년 세계축구선수권대회 즉 월드컵 본선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북한에 있을 때 축구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남쪽에 와서 보니 이곳 사람들도 축구를 매우 좋아합니다.

한국에 와서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세계적 수준의 축구경기를 마음껏 보는 데 있습니다. 축구 경기라 하면 북에서 생각하건대 국가 간 경기만을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진짜 재미있는 것은 유럽의 리그 경기들입니다.

요즘에는 영국, 에스빠냐, 이탈리아 리그들이 유명합니다. 리그란 것이 뭐냐 하면 북에서 보면 압록강축구팀, 이명수축구팀 하는 식으로 각 축구팀끼리 붙는 경기를 말합니다.

유럽 사람들이 축구 경기를 좋아하다보니 축구팀이 매우 많습니다. 영국에만 전문 축구팀이 수백 개가 됩니다. 그런데 팀별로 수준이 차이가 나니 가장 실력이 좋은 팀 20개를 추려서 1부 리그라고 하고, 그 다음 수준의 축구팀 20개는 2부 리그라고 하는 식입니다.

북조선 대표팀이 이번에 나가서 경기를 치른 프랑스 팀은 2부 리그 소속이니 프랑스에서 그냥 40등 안에 드는 축구팀일 뿐입니다. 지난 주 평양에서 경기를 치른 브라질 팀도 3부 리그 소속이니 브라질에서 40등부터 60등 사이에 드는 축구팀일 뿐입니다. 리그 경기는 각 나라에서 매주 주말마다 벌어집니다.

자본주의는 돈이 있으면 좋은 선수를 사올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니 돈이 많은 축구팀은 세계 각 나라에서 잘 하는 선수들을 사올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누구나 잘 아는 로날도는 브라질 선수이지만 이탈리아 리그 팀에서 뛰고, 지금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높은 선수인 호나우드는 뽀르뚜갈 선수이지만 영국에서 뛰다가 지금은 에스빠냐 리그 팀에서 뜁니다.

그러니까 돈만 많으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들을 비싸게 사다가 세계 1등 팀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리그 축구팀의 경기를 보면 환상입니다. 브라질이나 이탈리아 대표팀 경기 못지않게 수준이 높습니다.

좋은 선수들이 좋은 팀에서 높은 임금을 받고 뛰다보니 한국의 실력이 좋은 선수들도 외국에 나가 뜁니다. 특히 여러분들도 아실 박지성 선수는 세계에서 가장 쎈 팀을 꼽으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에서 뜁니다.

북조선 선수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홍영조, 최명호 선수는 로씨아 팀에서 뜁니다. 물론 북조선 선수는 보위지도원이 현지에 나가서 함께 생활합니다. 사고 칠까봐 혼자 내놓기 무서우니 그런 거죠.

북조선 대표팀을 보면 총련에 소속돼 있는 정대세 선수는 일본 리그에서 뛰고, 안영학 선수는 남한 리그에서 뜁니다. 그러니깐 안영학 선수 같은 경우는 선수 생활의 대다수를 남조선 선수들과 보내다가 국가 대표팀 경기할 때만 북조선 대표팀이 되는 것입니다.

올해 북조선 대표팀이 월드컵에 나가자 저도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여기 사람들은 저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남과 북이 축구를 하면 어딜 응원하냐고요." 저는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참 곤란합니다. 그래서 그냥 약한 팀이 이기길 바란다고 합니다.

전번에 아세아 조별 예선 남과 북의 경기 마지막 날 여기 사람들은 텔레비 앞에 마주 앉아 열심히 한국팀을 응원합니다. 그런데 북조선 팀이 잘 버티다가 마지막에 그만 꼴을 먹었습니다.

그 순간 여기 사람들은 "와"하고 환호를 지르는데 저는 너무 아쉬워서 "아휴~"하고 저도 모르게 비명이 나왔습니다. 제 옆에 있던 어떤 기자가 "역시 넌 북한 사람이야"이럽니다. 제가 아쉬웠던 이유는 한국 팀은 북조선 팀을 굳이 이기지 않아도 월드컵 나갈 확률이 컸는데, 북조선 팀은 이번 경기를 지면 정말 앞에 힘든 경기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반대의 경우였다면 저는 한국팀 응원했겠죠.

다행히도 북조선 팀은 높은 정신력을 잘 발휘해서 끝내는 월드컵에 나가는데 성공했습니다. 북조선에서 늘 세계축구선수권대회를 보면서 우리는 왜 못 나가냐고 안타까워했는데, 그 체증이 다 풀린 기분입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이번에 북조선 축구팀의 수준이 높아져서 월드컵 나가게 된 결정적 비결은 축구는 대담하게도 문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로씨아에서 뛰는 홍영조 선수나 일본에서 뛰는 정대세 선수, 남조선에서 뛰는 안영학 선수가 북조선 축구팀을 월드컵에 나가게 만든 1등 공신입니다. 이 선수들이 없었다면 이번에도 엄두도 못 냈겠죠.

옛날 같으면 일본이나 남조선의 선수가 북조선에서 뛴다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북조선 선수가 외국 다른 팀에서 뛰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런데 이 선수들이 해외에서 이미 선진 축구 경험을 했으니 세계와의 격차가 많이 줄어든 것입니다.

한국은 2002년에 월드컵 4강에 올랐습니다. 그 이전에도 본선에 5번 나갔는데 매번 조별예선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계속 문을 두드리니 여섯 번 만에 4강이 됩니다.

문을 열고 계속 도전하면 수준이 올라갑니다. 북조선도 1966년에 이미 월드컵 8강에 오른 자랑스러운 경험이 있습니다. 이제부터 하면 됩니다. 남조선이 세계 10위 경제강국까지 올라갔었고, 축구도 4강까지 했는데 같은 민족인 북조선이 어찌 못하겠습니까.

어디 축구만 그렇습니까. 과학기술도, 경제도 세계와 계속 접촉하고 계속 도전하고, 문호를 열고 그러면 북조선도 반드시 좋은 날이 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