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엄을 길들이는 북과 지키는 남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4.02.21
ilsong_jongil_statue_305 평양 만수대 언덕에 있는 김일성ㆍ 김정일 동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번 시간에 제가 공산주의 구호를 내걸고 인민들을 현혹시켜 결국 독재를 만든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불가능한 것은 인간의 이기심 때문인데, 제일 큰 문제는 바로 통치계층이 이기적이기 때문입니다. 지도자가 이기적이면서 인민의 이기심을 없애겠다고 하니 결국 인민 노예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웰남의 국부로 추앙받는 호찌민은 죽은 뒤 허름한 집 한 채 밖에 남기지 않았습니다. 진짜 공산주의 지도자라면 바로 이래야 합니다. 그런데 김일성과 김정일이 죽은 뒤 뭐가 남았습니까. 전국에 호화로운 별장들이 가득하고, 그 별장마다 5과로 뽑혀온 고운 처녀들이 독수공방하고, 역시 5과로 뽑힌 호위국 병사들이 빈 별장을 지킵니다.

어디가나 보이는 것은 동상과 선전실과 같은 우상화 시설이며 시체를 위해 사람들이 굶어죽는 와중에 막대한 재부와 인력을 동원해 금수산기념궁전이라는 호화궁전을 만들었습니다. 마치 노예들을 수십년 간 채찍질해 피라미드를 쌓고 죽어서도 영원한 파라오로 남으려 했던 고대 이집트의 왕들처럼 말입니다.

인간의 이기심을 극복한 공산주의를 세우려면 무엇보다 통치자가 권력을 이용해 자기 배를 채우는 극도의 이기심을 가질 경우에 이를 어떻게 막느냐가 가장 먼저 앞서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처럼 지도자가 이기적인 독재자로 변해도 이를 제거할 아무 방법도 없으면 사회주의라는 것조차 이룰 수 없습니다.

북한에서 이기주의라는 것을 사악한 본능처럼 묘사해서 그렇지 인간의 이기심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이기심의 또 다른 발로는 바로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 욕구입니다. 잘 먹고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열심히 일해야겠죠. 한국이 이렇게 빠르게 경제를 발전시킨 원동력이 바로 그 정신이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새마을 운동을 하면서 내건 구호가 바로 “잘 살아보세”였습니다. 거창하거나 복잡하지 않지만, 바로 “잘 살아보세”라는 짧고 함축적인 말에 모든 인민이 열심히 노력해서 이곳까지 왔습니다.

이기심은 물론 부정적 면이 있습니다. 내가 잘 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 결국 부정부패가 판을 치고, 법을 교묘하게 이용해 권력자들이 득세하고 합니다. 그건 자본주의의 병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자본주의만 문제가 아니라 지금 북한이 더 문제입니다. 부정부패는 북한이 훨씬 더 심합니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는 바로 이런 병폐를 알고, 엄정한 법치주의를 확립해서 부정한 자들을 처벌하는 제도를 끊임없이 갈고 닦아 왔기 때문에 법을 어기면 대통령을 지내도 감옥에 넣을 수 있지만, 북한은 바로 권력층의 부정부패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선 자본주의 사회는 극도의 개인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썩어 빠진 세상이라고 교육을 합니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간에게는 이기심과 더불어 존엄성이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군 병사들이 이기적이기만 하다면 북한군이 당장 왜 쳐들어 못 옵니까. 전쟁만 나면 나 살자고 모두 도망칠텐데 말입니다.

그러나 몇 년 전 벌어진 서해교전이나 연평도 포격 때 한국 병사들은 북한 병사들 못지않게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온몸에 수십 곳의 파편을 맞아도 숨이 멎는 순간까지 방아쇠를 놓지 않았고, 위생병은 자신이 심한 중상을 입었음에도 총탄이 비오듯 쏟아지는 곳을 뛰어다니며 전우들을 치료하다 함께 전사했습니다. 연평도 포격 때 휴가를 가느라 부두에 가 있던 병사는 포탄이 쏟아지자 전우들과 다시 싸우기 위해 뛰어오다 숨졌습니다. 적의 총탄을 전우 대신 맞는 것은 북한군에만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여기도 그렇습니다. 바로 인간은 존엄과 명예를 귀중히 여기기 때문입니다.

군인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번 주에 한국에선 두 개의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일요일에 이집트에 관광을 갔던 한국인 버스에 자폭테러범이 뛰어들어 한국인 3명이 숨졌습니다. 30명이 넘게 탔는데, 그 정도로 그친 것은 한 남성이 자폭테러범의 앞길을 막고 함께 숨졌기 때문입니다.

월요일에 폭설로 인해 대학생들이 입학환영식을 하던 건물이 붕괴되면서 안에 있던 대학생 열 명이 숨졌습니다. 이중에는 자신은 무사히 밖에 나왔지만 당장 무너져 내리는 건물 속에 다시 뛰어 들어가 후배들을 필사적으로 꺼내다 숨진 학생도 있습니다.

이처럼 큰 사고가 터질 때마다 우리는 자신을 희생하는 평범한 영웅들을 보게 됩니다. 여기는 북한처럼 남을 위해 희생한 사람에게 영웅칭호를 주면서 전 사회가 따라 배울 귀감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위급한 상황에서 남을 위해 목숨을 내거는 것은 바로 우리가 존엄 높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북한의 협박을 받으면서도 여러분에게 진실을 알리는 일을 멈출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인간의 존엄과 비겁해지지 않으려는 용기 때문입니다.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사례는 어느 나라에 가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2001년 미국에서 9.11테러가 벌어졌을 때 희생된 3000여 명 중엔 소방관만 400여명이 됩니다. 인간인 이상 당장 무너지는 건물에 불길을 뚫고 뛰어드는 것이 어찌 무섭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죽는다고 해도 뛰어드는 것이 바로 자기 임무이기 때문에 들어간 것입니다. 모든 국가는 바로 이렇게 어느 분야든 자기의 위치를 목숨 걸고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 든든한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망한 이유는 바로 인정해야 할 인간의 이기심은 무시하고, 지켜야 할 인간의 존엄은 권력을 통해 길들이고, 뺏어가기 때문입니다. 이기심을 무시당하고, 존엄을 빼앗긴 인간, 그것이 바로 노예입니다. 여러분이 노예의 삶에서 벗어나는 날이 곧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가 되는 날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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