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행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가 된 북한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7-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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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한국전력 전기차 충전소가 마련돼 있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한국전력 전기차 충전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생각하고 있는 차에 130년 역사를 가진 볼보 자동차 회사가 내연기관 시대의 종말을 선언했다는 뉴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볼보하면 여러분들도 한번쯤 들어본 차이죠. 전쟁이 끝난 뒤에 김일성을 비롯한 북한 간부들도, 지금 간부들이 벤츠 타고 다니듯이 볼보를 타고 다닌 적도 있습니다.

지금도 안전한 차 하면 볼보를 떠올릴 정도로 세계적인 회사입니다. 이런 볼보가 2019년부터 생산하는 자동차에는 모두 전기 발동기를 달겠다고 이달 초에 발표했습니다. 볼보 사장은 “이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을 뜻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볼보만 전기차 생산을 하는 게 아닙니다. 사실 전기차 생산에는 세계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뛰어들고 있습니다. 한국의 유명한 자동차 현대나 기아 역시 전기차를 생산합니다. 지금 나오는 고급 전기차는 한번 충전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정도입니다.

전기차는 휘발유를 쓰지 않아 연료비 걱정도 없고, 소음도 없고, 공해물질을 내보내지도 않아 친환경적입니다.

하지만 아직 많이 팔리진 않습니다. 가격이 좀 비싼 것도 문제긴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아직 거리 다니면 주유소는 많은데 전기 충전소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다가 배터리가 다 나가면 참 곤란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지만 앞으로 휘발유나 디젤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인류가 이동하는 것은 분명한 대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아직 자가용차도 가져보지 못하고 휘발유 값도 매우 비싼 북한 인민에겐 낯선 말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여러분들이 세계와 떨어져 있는 사이에 해외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실 필요는 있습니다.

전 세계를 휩쓸다가 새 기술을 만나 급격히 사라지는 사례는 얼든지 있습니다. 내연기관의 역사보단 훨씬 짧지만,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인들의 애용을 받던 PC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PC라는 것은 데스크톱 컴퓨터, 즉 여러분들이 말하는 일반적인 ‘콤퓨터’를 의미합니다. 이런 개인 컴퓨터가 스마트폰과 같은 대체제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 2분기 전 세계 PC 판매량은 지난해 2분기 대비 280만대 줄어든 6110만대로 집계됐습니다. 그런데 한 분기만 감소한 것이 아니라 벌써 11분기, 년도로 치면 3년째 연속 역대 최저치를 갈아 치우고 있어 컴퓨터가 안 팔리는 것은 세계적 추세가 분명합니다. 2012년 전 세계 PC 출하량은 3억5600만대였으나 2016년에는 2억7000만대로 줄어들었습니다.

컴퓨터가 팔리지 않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스마트폰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시장 침체가 시작된 2007년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은 시점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후 출시 10년째를 맞고 있는 스마트폰은 2017년에는 PC시장을 고사시킬 정도의 위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작고, 켜는데 5분씩 걸릴 일도 없고, 가방에 넣고 다닐 수도 있고 하니 스마트폰이 편리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PC 시장은 과연 소멸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부흥할 것일까요. 아마 당분간은 완전히 소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빠른 속도와 고성능 화면을 보여주는 면에선 스마트폰보다 PC가 아직은 낫습니다. 하지만 입는 컴퓨터가 나오면 2040년쯤 PC가 없어질 것이란 예상도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아직 북에선 컴퓨터를 갖는 것이 꿈인 시대인데, 바깥세상에선 이미 컴퓨터가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씁쓸한 것은 스마트폰에 밀려 사라지는 것이 PC만이 아니라, 바로 제가 몸담고 있는 신문도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나라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려면 신문을 봐야 했던 시대는 오랫동안 유지됐고, 너도나도 신문을 사보던 시대는 먼 옛날도 아닙니다. 한국의 경우 신문 정기구독률, 즉 매일 신문을 보면서 정보를 얻던 사람이 1996년에 70%였습니다. 그런데 이 수치가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계속 줄어들더니 지금은 12% 정도 됩니다. 불과 20년 사이에 신문 읽는 사람이 거의 6분의 1로 감소한 것이죠. 1주일 간 신문을 ‘매일 읽었다’는 응답은 3% 정도 나오고, 종이신문 읽은 시간은 하루 평균 7.9분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보니 신문 발행부수도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제가 동아일보에 입사한 2003년엔 남쪽의 3대 메이저 매체로 불리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모두 200만 부 넘게 찍어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발행부수가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발행부수 감소는 곧 인쇄매체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집니다.

요즘 사람들은 신문을 보지 않아도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와 같은 전통적인 매체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 뉴스를 봅니다. 신문 기자인 저도 짬짬이 스마트폰으로 뉴스와 신문을 읽으니 말 다한 거지요.

세계적으로 봐도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던 신문사들과, 신문보다 더 타격이 큰 잡지사들이 종이 인쇄를 중단하고 인터넷으로만 소식을 전하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이제는 언론사라면 신문만 찍어선 살 수 없고, TV 방송도 하고, 인터넷도 하는 등 복합적으로 해야 합니다. 동아일보도 TV 방송국을 5년 전에 내왔고, 인터넷도 열심히 합니다. 그럼에도 이제는 특정 언론사가 여론을 좌우지하던 시대는 갔습니다.

이런 세계에서 북한 인민들은 인터넷도 못하고, 간부들만 보는 신문을 한번 집에서 받아보는 게 소원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지도자라는 인간은 미사일 쏘는 데만 눈이 빨개서 돌아치지 농경사회를 사는 인민을 잘 살게 만드는데 관심도 없습니다. 저는 북한 인민들도 빨리 암흑의 김정은 시대를 역사 속으로 보내버리고 세계의 변화에 동참하는 삶을 살기를 희망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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