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재벌도 감옥살이 시키는 한국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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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을 나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을 나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달 25일 서울에선 ‘세기의 재판’이라고도 묘사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이 벌어졌습니다. 온 나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이란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삼성은 여러분들도 너무 잘 알죠. 북에서도 삼성 TV라면 최고로 인정해주고 있죠. 삼성은 TV와 같은 가전제품도 만들고 스마트폰도 만들고 아무튼 다양한 상품을 만듭니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에 속한 한 개의 회사이지만, 삼성그룹 매출의 대다수를 벌어들입니다.

북에서 알 정도면 전 세계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회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얼마나 큰 회사냐면, 일단 시가총액이 2900억 달러로 세계 10위인 회사입니다. 다시 말하면 삼성전자를 다 사려면 2900억 달러가 든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1년 수출 규모가 30억 달러도 못 미치는데 북한이 수출 100년 한 돈을 고스란히 다 모아도 삼성전자 못산다는 뜻입니다.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1등부터 9등까지가 모두 미국 기업입니다. 그리고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제일 큰 회사가 일본 기업도, 중국 기업도 아닌 바로 삼성전자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금 삼성전자의 총수로, 북한식으론 ‘최고존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회장인 아버지 이건희는 3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김정일을 죽인 그 병인데요, 이건희 회장은 이후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식물인간 상태라는데 워낙 비밀을 철저히 해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아버지가 쓰러지니 맏아들 이재용 부회장이 회사 경영을 넘겨받았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삼성전자를 압박하면서 문제가 생겼죠. 박근혜는 이재용을 불러서 “최순실의 딸에게 말을 사줘라. 최순실이 만든 재단에 돈 넣어라” 이런 압박을 했죠. 권력을 쥔 대통령이 직접 압박하니 삼성전자가 4000만 달러 정도 들여 말도 사주고, 재단에다 돈도 넣었죠. 아무래도 권력자와 맞서봐야 손해니까, 수천 억 달러를 가진 기업이 수천 만 달러 정도 준 것이죠.

삼성이나 다른 한국 재벌들 입장에선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닙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권력을 가진 자들이 수시로 재벌을 압박해 돈을 뜯어내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가 탄핵되고 구속되면서 이 일이 탄로가 났습니다. 검찰은 삼성이 박근혜에게 준 돈은 이재용의 후계 승계를 용이하기 위해 준 뇌물로 판단했습니다. 이재용은 자기 이익을 위해 뇌물을 준 사람, 박근혜는 뇌물을 받은 사람 이렇게 된 것이죠. 한국 최고의 재벌인 이재용은 올 2월에 구속돼 지금까지 감옥에 6개월이나 수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북에서 남조선을 자본주의 국가라고 하죠. 자본주의라는 것은 돈이 제일 중요하다 이런 뜻이죠. 그래서인지 여기 남쪽에는 “정권은 5년이지만 재벌은 영원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통령 해봐야 5년 하면 끝이지만, 재벌은 죽을 때까지 회사의 왕이란 뜻입니다. 남쪽 사람들에게 대통령하겠냐, 아님 삼성 회장을 하겠냐 하면 아마 대다수가 삼성 회장을 하겠다고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최고의 재벌이 감옥에 갇혀 수의차림으로 수갑을 차고 수십 차례 법정에 불려 다니면서 망신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재용은 “아니, 대통령이 달라고 하는데 어느 기업인이 버티겠냐.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아래 사람들이 실무를 처리해서 나는 준 줄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차 없이 재판부는 5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최고의 재벌로 살다가 감옥에 갇히게 되면 일반인보다 훨씬 견디기 어렵겠죠. 한국 재산 순위에서 이건희 1위, 이재용 2위입니다. 이건희의 재산은 185억 달러로 세계에선 45위쯤 되고, 이재용의 재산은 72억 달러로 세계 200위 안에 듭니다. 감옥살이 하면 그렇게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 한국에선 삼성 총수가 잡혀가면 삼성이 망하고, 그럼 한국 경제도 큰 타격을 입으니 봐주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통령이 돈 달라는데 어떻게 안주냐 하는 동정론도 있습니다. 한국 최대기업인 삼성전자는 30만 명이 넘는 인력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인력은 9만 명 정도고 나머지 21만 명은 80개국에 나가 있는 해외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입니다. 삼성전자 매출의 90%를 외국에서 벌어옵니다.

한국 인구를 감안하면 9만 명이 새발의 피일지도 모릅니다만, 돈으로 따지면 이야기가 다르죠.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매출의 12.3%, 수출의 21.3%, 국가 법인세 납부액의 7.1%를 혼자 담당합니다. 삼성이 무너지면 한국도 흔들거리겠죠. 그런데 좀 웃기는 일은 총수가 잡혀가니 삼성주가가 더 오르는 겁니다. 돈도 더 잘 법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것 봐라. 총수가 잡혀가도 별 문제가 없잖냐. 아무리 돈이 많아도 죄를 지었으면 감옥에 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재용은 이번에 1심에서 5년형을 받았는데, 억울하다고 항소를 해 항소심도 할 것이고, 한국 최고의 변호사들이 변론도 할 것입니다. 올해 말쯤에 이재용이 감옥에 갈지 아니면 억울함을 입증해 석방될지 최종 결정될 것입니다. 이걸 보면 대통령도 감옥에 보내고 최고 재벌도 감옥에 넣는 대한민국이 놀랍지 않습니까. 이게 바로 북한과 민주주의 국가의 차이입니다. 돈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만민평등의 법을 넘을 수 없습니다.

최고 재벌 이재용까지 감옥에 보내는 나라에서 누가 감히 법을 무시하겠습니까. 이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남조선 사람들은 정말 수십 년 동안 권력에 맞서 용감하게 싸워왔습니다. 저는 그 싸움이 앞으론 북조선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사람들도 피를 흘려 민주주의를 쟁취해 김정은에게 수의를 입혀 감옥에 넣고 온 세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판을 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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