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에서 사육되는 북한 간부들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6.09.02
kimyongjin_execution_b 사진은 지난 7월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추대 평양시 군민경축대회에 참석한 김용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는 김용진 내각 과학기술담당 부총리의 처형과 최휘 노동당 선전선동부 1부부장이 혁명화를 간 일에 대해 논평해 볼까 합니다.

김용진 부총리는 지난 7월 25일 처형됐는데, 아마 여러분들은 관련 내용을 잘 모르실겁니다. 이런 사람을 죽일 때는 노동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떠드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죽여 버리니까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를 겁니다. 또 김정은의 입장에선 간부들한테 “내게 태도가 불량하거나 삐딱해서 잘못 보이면 누구든 죽여 버리겠다” 이런 걸 과시하려는 것이지 일반 사람들에겐 알릴 필요도 없다고 볼 겁니다. 김용진 부총리가 총살된 사유는 김정은에게 불충하였다는 것인데, 회의 때 특히 김정은이 7차 당대회에서 연설할 때 자리에서 안경을 닦는 등의 행동으로 김정은 눈 밖에 났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자기 연설할 때 끄떡끄떡 졸았다고 죽여 버리더니 올해는 김용진 부총리가 희생양이 됐습니다. 일단 김정은 눈에 찍히면 아무리 평생을 깨끗하게 살아와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자기만 죽습니까. 가족까지 한 순간에 정치범수용소에 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냥 가문이 멸족하는 것이죠. 해가 갈수록 김정은이 자신감을 얻어서 죽이는 사람이 좀 적어질 줄 알았는데 점점 죽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니까 어떤 생각이 드냐면 북한 간부들이 티비에 나오면 닭처럼 보입니다. 주석단에 쭉 늘어선 간부들이 닭장에 갇힌 1번 닭, 2번 닭 이렇게 보이는 겁니다. 닭을 키우는 주인은 김정은입니다. 제삿날이나 잔칫날이 다가오면 김정은이 닭장을 쭉 둘러보다가 ‘오늘은 어느 놈을 잡아서 상에 올려놓지’하고 고민하는 겁니다. ‘이 놈은 아직 알을 좀 낳으니 아직은 죽이긴 일러’ ‘저 놈은 살을 좀 더 찌워서 잡아먹자’ 이런 계산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그래 오늘은 이 놈을 잡아먹자. 요즘 계란을 낳는 것도 신통치 않고, 늙어서 살도 이젠 더 안찌고, 적당히 몸집도 있으니 제사상에 올려놓아도 보기는 좋을거야.’ 이런 식으로 타산하고 한 마리를 고르는 것이죠. 그런 식으로 7월의 제사상엔 김용진이란 닭이 선택된 것입니다. 작년 5월엔 현영철이란 늙은 닭이 선택됐고요.

일단 잡아먹을 닭을 골라놓고 또 계산을 합니다. ‘이놈은 목을 비틀어 그대로 상에 올릴까. 아님 쭉 배를 갈라 닭곰을 해먹을까’ 이러고 말입니다. 용도에 따라 닭을 죽이는 법이 달라지 듯 간부들도 누구는 공개처형, 누구는 비밀처형, 누구는 고사총 맞고 화염방사기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김정은이 제물을 고르는 기준은 ‘이놈이 요새 주인 말을 안 듣고 반항을 한다’고 판단하는 게 하나 있고, 또 하나는 죽여도 아쉽지 않은 제물입니다. 김용진의 경우 충분히 대체 가능한 간부였기 때문에 죽은 것입니다. 충성심이 남다른 것도 아니고, 체제 유지에 큰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한 자리에서 오래 해 먹은 데다 태도까지 삐딱하니 본보기 처형감으로 고른 것이죠.

김정은이는 알 잘 낳는 닭이나 살이 잘 찌는 닭, 햇병아리 이런 닭은 놔둡니다. 가령 최룡해나 김영철, 김원홍 이런 사람들은 절대 죽이지 않죠. 아직 쓸모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들도 결국은 닭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가마 안에 들어가야 하겠지만 아직까진 쓸모가 있다는 뜻입니다.

7월 말에 김용진은 죽이고, 김영철과 최휘는 혁명화를 내보낸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김영철 통전부장은 김정은에 대한 충성 하나로 그 자리에 올라갔습니다. 예전에 오극렬의 작전부에 돌격대처럼 쳐들어가서 몽땅 들어다 김정은에게 바친 것이 김영철입니다. 북한 노간부들이 “너무 어린놈이 김정은에게만 잘 보이려고 하다가 나라 망친다”는 욕을 퍼붓는 게 김영철입니다. 그래도 오직한 충성심을 믿고 김영철은 신임했습니다. 김영철은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혁명화를 다녀왔는데, 이유는 고압적 태도를 보이고 무리하게 통전부의 권한을 확장 추진하는 등 권력을 남용한 죄랍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십시오. 그런 죄가 과연 안경을 닦았다는 죄보다 가볍겠습니까. 그래도 딱 한 달만 혁명화를 하고 돌아왔는데 한 달짜리 혁명화도 혁명화입니까. 그만큼 김영철에 대한 김정은의 신임은 여전히 깊다는 뜻입니다.

최휘는 5월부터 혁명화를 갔다고 합니다. 보나마나 최휘가 청년동맹 간부를 오랫동안 했고, 선전선동부에서도 사상 교육을 담당했으니 4월에 중국에서 식당 종업원 13명이 도망을 친 책임을 졌을 겁니다. 김정은이가 최휘를 불러다가 “너는 청년들 어떻게 사상 교육 시켰기에 한꺼번에 13명이나 도망치고 그 뒤에도 줄을 이어 탈북자나 나오냐” 이러면서 욕했겠죠. 최휘가 언제 복권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김영철처럼 당장 알을 낳아야 하는 닭은 아니니까 최휘는 좀 더 오래 고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북한 간부사회를 닭장에 비유했는데, 맞지 않습니까. 고위간부라 우쭐돼 봐야 언제 잡혀 나가 제사상에 올라갈지 모르는 닭 신세죠. 닭 잡아먹는 놈은 원래 양심적 가책이란 것이 없습니다. 닭은 당연히 잡아먹어야 하는 존재라고 봅니다. 스위스에서 큰 김정은에게 북한 간부들하고 무슨 유대감이 있겠습니까. 그냥 누구 하나 죽여도 아무 가책도 없고, 너희들은 당연히 내가 죽으라면 죽고, 살라면 사는 동물과 같은 존재처럼 보일 겁니다. 김정은만 그런 것이 아니고, 어려서 왕이 된 옛날 폭군들도 다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북한 간부 여러분, 언제까지 닭의 신세로 살려 하십니까.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정말 자기 처지가 불쌍하다고 여겨지시면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처럼 단호히 닭장에서 뛰쳐나와 자유로운 세상에서 사람답게 사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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