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뒤 북한 부자는 어떤 사람이 될까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4.09.19
scientist_apt_305 완공을 앞둔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육자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번 시간에 제가 평양의 개발 유망지역에 대해 이야기해드렸습니다. 그런데 북에선 토지나 주택의 사적 소유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과거 동유럽이 붕괴할 때, 앞서 중국이 개혁 개방할 때를 보면 자기가 살던 집은 다 개인 소유로 만들어주었습니다. 땅도 골고루 나눠주었고요. 지금 북한은 법적으론 주택 매매가 허용되지 않지만 이미 사적으론 주택 매매가 활성화돼 있습니다. 미리 유망한 지역에 집을 사두시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습니다.

지금 북에서 돈 있는 사람들이 아파트보다는 단층집을 많이 산다고 들었는데, 그 소식을 듣고 역시 돈 있는 사람들은 우연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님을 새삼 느꼈습니다. 앞으론 아파트보다는 땅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유리할 것입니다. 물론 조건이 있겠죠. 지금 좋은 동네에 사는 유리한 점들을 포기할 수는 또 없지 않습니까. 가까운 시일 내에 김정은 체제가 무너진다고 생각되는 시점이면 단층집을 사놓고 기다려야죠. 이런 투자의 위험부담은 물론 자기가 지는 것입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쏘련을 포함해 동유럽 붕괴 때 빠른 기간에 부자가 된 사람들을 좀 연구해보았습니다. 앞으로 북한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에는 억만장자 부호들이 불과 10년 만에 수많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 경험을 북한에 도입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러시아는 땅이 넓고 자원이 많은 나라입니다. 러시아의 억만장자들은 나라가 붕괴됐을 때 자원개발을 하는 국영기업을 헐값에 불하받은 사람들이 태반이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자원도 많지 않거니와 그런 식으로 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국영기업이 돌아가는 것이 있어야 재빨리 자기 소유로 해서 자금을 불려 나가지, 지금 북한 국영기업들은 태반이 사실상 고철상태라 넘겨 받아봐야 다시 공장 건설하고 돌리려면 막대한 자금이 들 것입니다. 별로 수지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지하자원이라고 해봐야 석유나 가스처럼 내다 팔면 언제나 돈이 되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우라늄과 같은 전략 자원은 개인에게 주지 않을 것이고, 많은 것이 석탄이나 금광과 같은 것인데, 금광도 채굴해서 금을 얻는 비율이 낮으니 수지가 안 맞고 석탄도 돈 좀 되면 북한 땅에 들어선 새 정부에서 넘겨줄 리가 만무합니다. 소련 같은 경우는 워낙 자원이 많으니 어느 구석에서 개인이 회사를 차려 팔아도 개발해주면 고맙지 하는 심리가 있지만, 북한은 석탄이나 금, 은, 동과 같은 자원들이 손바닥처럼 뻔합니다. 그러니 돈 되는 자원을 정부가 개인에게 맡길 가능성이 적습니다.

북한이 갖고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소련이 개혁개방으로 전환할 때는 해외에서 돈을 투자받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1990년에 한국에서 30억 달러 차관으로 꾸어가는 대신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지 않았습니까. 그때 북한 노동신문에서 소련을 배신자라고 엄청 까대던 것을 기억합니다. 물론 그 직후 소련에서 정변이 일어나서 한국이 준 차관은 최종 22억 달러 정도에 그쳤습니다. 그나마도 몇 년 뒤인 1997년 한국이 IMF 사태에 빠져 외화가 한 푼이라도 아쉬워지자 러시아에게 기한 전에 차관 갚으라고 독촉해서 양국 사이에 얼굴 붉혔다고 하더군요. 푸틴 대통령도 그때를 기억한다면 한국에 대한 인상이 별로 안 좋겠죠.

러시아가 꾼 22억 달러는 이미 갚을 때가 지났지만 별로 갚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절반 정도를 겨우 받아왔는데, 그것도 대개 러시아제 무기로 받아왔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선 돈 대신에 구소련때 생산해 놓은 무기가 엄청 많으니, 그거 좀 넘겨주는 것이 훨씬 나을 겁니다.

그래서 한국이 땅크와 장갑차, 직승기, 공기방석정 등을 받아왔는데, 러시아가 북한에도 주지 않던 T80 땅크 수십 대를 한국에 넘겨주었습니다. 북한에서 제일 좋은 땅크보다 더 좋은 땅크가 한국에 있는데, 이걸로만 아마 북한군 한 개 사단 정도는 너끈히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헌데 한국에는 우리 자체의 기술로 만든 흑표 전차라고,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뛰어난 땅크를 생산합니다. T80 전차는 아무리 북한에서 침 뚝뚝 흘릴 정도로 최신형이라고 해도 여기선 별로인 셈인데, 거기에 운용방식 탄약 등 무기 체계가 달라 더욱 별로입니다.

토지 이야기가 차관, 무기 이야기까지 넘어가니 이야기가 곁가지로 많이 샌 감이 있군요. 아무튼 소련은 개혁 개방할 때 돈 빌릴 데가 별로 없어 고생 많지만 북한은 주변을 돌아보십시오. 아래는 경제 성장의 세계적 모범으로 인정받는 한국이, 서쪽에는 세계 경제 2위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바다 건너에는 중국에 최근 밀리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 경제규모 3위를 유지하는 부유한 일본이 있습니다.

북한이 마음먹고 정책만 잘 세우면 경제 성장의 종자돈을 마련할 곳은 많다는 의미입니다. 이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 여러분들은 잘 모르실 겁니다. 물론 국가가 신용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지금처럼 한국에서 식량을 차관으로 받아가선 갚을 때가 되니 모르쇠로 일관하면 안 되겠죠. 나중에 북한이 발전할 때는 해외 자금을 끌어와 낮은 임금의 노동력과 결합시켜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인이 북에선 부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와 동시에 사는 지역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평양에 앉아있다고 장땡이 아니라 돈의 흐름이 움직이는 지역에 자리 잡아야 부자가 나오는 겁니다. 소련에서 석유가 있는 곳에 자리 잡았던 사람들이 정세가 확 변하자 기업을 인수해 부자가 됐듯이 지금 북한도 사는 곳이 중요한 장점이 될 것이라 봅니다. 또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북한의 지역 발전에 대한 전망은 다음 시간으로 미루겠습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