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시대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6.10.07
project_loon_b 구글은 오지에 열기구 같이 생긴 거대한 풍선을 띄워 무선인터넷을 공급하겠다는 '프로젝트 룬(Project Loon)'을 몇년전 부터 수행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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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달 2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독재정권 하의 주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인터넷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열어줄 수 있을까 하는 주제로 흥미로운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여기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아우터넷’이란 이름을 붙인 인터넷 위성 수신기였습니다. 여러분들은 전파탐지기처럼 둥근 모양의 아주 큰 안테나를 생각하실 것인데, 이건 그냥 노트텔의 3분의 1 크기로 작아 보입니다.

이 기계는 안테나로 전파를 수신해 이를 증폭시켜 실내 6m 안에서는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만듭니다. 이미 아프리카 등의 오지에서 이 아우터넷을 이용해 보도, 날씨, 영화, 스포츠 등 각종 정보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아우터넷의 원리는 조선중앙TV 위성 방송 수신 원리와 같습니다. 지금 북한은 TV 전파 신호를 태국 위성을 빌려 각 지역에 있는 TV중계소들에 쏴주고, 이 중계소들은 커다란 위성안테나를 이용해 신호를 받아 다시 지역 집집마다 전파를 보내줍니다. 이런 중계소들이 하는 일을 이 주먹만한 기계가 해낸다 이겁니다. 위성 신호를 잡아서 다시 집안에만 쓸 수 있게 전파를 보내는 것인데 그럼 북한 어느 곳에서도 한국 티비도 볼 수 있고, 인터넷도 할 수 있고, 올림픽도 볼 수 있다 이 말입니다.

누구든 위성 회사와 계약을 맺어가지고 북한을 향해 신호만 쏘면 되는데, 이건 간단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볼 수만 있다면 아마 미국이나 한국 정부에서 위성을 필요한 만큼 빌리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국가가 나서지 않더라도 세계 수많은 정보통신 관련 거대 기업들도 아마 위성을 쏘겠다고 앞다퉈 나설 겁니다.

문제는 이런 아우터넷 기기가 북한에 얼마나 들어갈 것이냐. 또 아우터넷이 집안에 신호를 발신해도 이 신호를 잡을 수 있는 노트텔이나 컴퓨터, 그리고 화면이 큰 최신 손전화나 묘향과 같은 판형 컴퓨터가 얼마나 집집마다 보급돼있냐 이런 것이 관건이겠죠.

하지만 저는 북한 사람들이 재미만 느끼고 입소문만 퍼지면 이것도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제가 보니 2000년대 초반 DVD 플레이어를 집집마다 불과 몇 년 만에 다 장만하더군요. 노트텔도 단 기간에 퍼졌고 손전화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기는 DVD 플레이어 이런 것과 비교할 수 없이 활용가치가 있습니다. 이것만 있으면 남조선 TV를 비롯해 원하는 나라 TV를 다 볼 수 있고, 세계 각국의 돌아가는 소식도 다 알 수 있으며 라디오도 듣고 날씨도 보고 아무튼 이용 분야가 만능입니다.

가격도 그리 비싼 것이 아닙니다. 현재는 수요자가 많지 않아 가격은 50∼80달러대이지만 대량 생산에 들어가면 20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20달러면 중국돈 120원 정도인데 이 정도면 북한에서 거의 모든 집에서 다 살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기기가 보급되면 보위부가 다 잡아낼 수 있나. 아마 너무 작아서 불가능할 겁니다. 물론 좀 걸리는 사람은 있겠지만, 아마 보위부 사람들부터 제일 먼저 갖다놓고 좋아할 걸요.

이런 식으로 외부 정보가 들어가면 김정은 독재체제는 견디지 못합니다. 저는 북한의 안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기는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 과학기술에 있다고 봅니다. 북한 체제를 70년 넘게 지탱해왔던 통제의 방식과 수단이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과거 사례는 많습니다.

1980년대부터 한 20년 동안 북한에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기기는 비디오테이프 재생장치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부피가 큽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퍼진 DVD 기계도 딱지를 붙일 수 있고, 또 검열하기 전에 아파트 전원 차단하고 들어가면 기계에서 보던 CD 뽑을 수 없어 다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2005년부터 중국에서 들어가기 시작한 노트텔은 CD는 물론 USB를 꽂아 재생할 수 있으며 가격도 100달러 미만으로 저렴합니다. 요건 보위부가 골치 아픈 거죠. 단속을 해도 순식간에 감춰놓기 때문에 적발이 힘들었고, 배터리로 보기 때문에 전기를 차단해도 CD나 USB를 뽑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노트텔의 CD칸엔 북한 영화를 넣고, 한국 영화는 USB를 꽃아 보다가 단속반이 뜨면 USB를 숨기고 북한 영화를 CD로 보았다고 우기면 됐지요. 요즘 퍼지는 MP4, MP5는 영화 수십 편이 담긴 마이크로SD칩이 손톱만합니다. 걸릴 것 같으면 그냥 씹어 먹으면 끝입니다. 손전화나 판형 컴퓨터로는 동영상이나 불륜 소설 이런 것들을 서로 전송해 주고받을 수도 있죠.

지금 태양열 전지판이 대거 들어가면서 나라가 전기를 주지 않아도 사람들은 이런 기기를 다 봅니다. 여기에 아우터넷까지 들어가 보십시오. 보위부가 단속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닙니다. 곧 라디오 전파를 통해 인터넷이나 영상 신호를 송신하는 기술도 개발됩니다. 지금 이 라디오 들으시는 분들이 앞으로 라디오 파장을 수신 가능한 판형 컴퓨터만 있으면 남조선 TV와 인터넷을 마음대로 본다는 것이죠. 이걸 어떻게 보위부가 다 막습니까. 세계의 과학기술은 지금 정신없이 변화되고 있는데, 보위부가 무슨 수로 이걸 따라갑니까.

이런 점에서 보면 한 10년 뒤면 북한 사람들은 인터넷을 다 몰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넷을 하면 김정은이 전국의 호화별장들에서 여러분들의 고혈을 짜내 어떻게 호화 호식하는지도 다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북한 정보 개방 관련 전시회가 열린 샌프란시스코는 세계적 정보기업들이 모여 있는 사실상의 세계 정보 기기의 수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샌프란시스코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도시입니다. 미국에 가서 살고 있는 한인 교포들이 19세기 말 미국에 처음 가서 발을 디딘 도시가 이곳인데, 21세기엔 폐쇄된 북한을 여는 첫 발을 내딛는 의미를 만드는 도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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