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악의 수준인 북한의 대기오염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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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함흥시에서 고장난 목탄차가 도로에 세워져 있다.
북한 함흥시에서 고장난 목탄차가 도로에 세워져 있다.
ASSOCIATED PRESS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북에서 ‘내 나라’라는 노래를 참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산 좋고 물 맑은 아름다운 내 나라 여기 내가 태어났고, 자라나는 곳”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그런 교육 받아서인지 저는 북한이 정말 산 좋고 물 맑은 줄 알고 자랐습니다. 더구나 경제난으로 공장 기업소들이 멈춰선 뒤론 오염될 일이 없어 북한의 자연이 더 깨끗해졌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을 떠나 바깥세상을 보니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선진국에는 벌거숭이가 된데다, 묘지만 꽉 차 있는 산은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강물도 마찬가지인데, 북엔 오폐수를 걸러서 내려 보내는 여과시설이 없다보니 정말 도시의 강마다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죠. 산과 강이 그러하다면 저는 공기라도 좋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지난주 독일에서 열린 한 전문가 회의에서 충격적이게도 북한 대기오염은 세계 최악의 수준이라는 수치가 발표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올해 내놓은 ‘세계 건강 통계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2년 북한에서 인구 10만 명당 238.4명이 대기오염이 원인이 돼서 사망했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이 수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공기가 나쁘기로 소문난 중국도 세계 6번째 오염국가에 이름을 올렸는데 여긴 10만 명당 161.1명이 사망했습니다. 북한 238.4명, 중국이 161.1명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남한도 공기 좋은 곳이 아니었는데 172개국 조사 대상국 가운데 132번째로 오염도가 높았습니다. 그런데도 인구 10만 명당 23.2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합니다. 북한의 238.4명에 비하면 딱 10분의 1 수준인 것이죠. 그런데 이 수치마저 따져보면 남쪽 사람들은 억울하게도 북한과 중국의 초미세먼지 때문에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기는 서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한국의 대기오염 방지 정책이 훌륭해서 자체 내에서 오염물질을 방출하지 않는다고 해도 바로 옆에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국가인 북한과 중국이 있으니 방법이 없습니다. 지난 7월에 한국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서 측정된 초미세먼지 중 절반 정도는 중국에서 온 것이고, 북에서 온 것도 9%나 됐습니다. 우리가 배출한 것도 아닌데, 북중 초미세먼지 때문에 수명이 짧아지니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먼지라고 하면 여러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이게 그냥 먼지가 아닙니다. 초미세먼지의 성분은 대다수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같은 유해성분이 대부분이고 카드뮴, 납과 같은 중금속이 섞여 있습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일반적인 먼지는 코털이나 기관지 점막에서 대부분 걸러져 배출되지만 직경이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도 안되는 초미세먼지는 코나 기관지에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몸에 축적됩니다. 기관지에 쌓이면 가래가 생기고 기침이 잦아지고 폐렴과 같은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질 뿐 아니라 온갖 병에 다 걸리게 됩니다.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은 중국의 대도시에 살면 수명이 공기 좋은 곳에서 살 때보다 5년이나 줄어든다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그러니 대기 오염도가 세계 최악인 북에서 살면 수명이 10년은 줄어들겠죠. 그럼 이런 나쁜 초미세먼지는 어떻게 생길까요. 바로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가 탈 때 대다수 나옵니다.

그런데 한국은 원자력이나 석유를 써서 전력을 얻는데 반해 북한과 중국은 석탄을 태워서 난방도 하고, 밥도 지어먹고 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여러분 도시에서 살면 그 느낌 아시죠. 아침마다 집집의 굴뚝에서 나오는 뿌연 연기가 도시에 자욱하게 깔려 불과 몇 미터 앞도 보이지 않고 숨쉬기조차 어렵죠. 그게 바로 미세먼지입니다.

선진국은 규제가 엄격해서 화력발전소에서 거의 연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여과하고, 여과하고 또 여과해서 미세먼지를 잡아내지만, 북한은 규제도 없는데다, 기술수준이 높지 못해 완전 연소하지 못한 오염물질이 연기를 타고 그대로 대기에 배출됩니다.

평양만 봐도 서평양 화력이 가동됐다고 하면 뿌연 연기가 쏟아집니다. 평양화력 주변 평천구역에서 살면 창문에 시꺼먼 먼지가 가득 쌓이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평양화력 뿐만 아니라 북한 대도시의 화력발전소 대다수가 1950~60년대 소련에서 들여온 다 낡은 설비들입니다. 이런 발전소는 선진국이라면 당연히 폐기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디 발전소나 공장들만 그렇습니까. 모든 집이 석탄으로 난방을 하다보니 집집마다 미세먼지 배출소가 됩니다. 이런 경향은 비단 북한이 아니라 석탄을 난방으로 하는 인도나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같은 발전되지 못한 나라의 대도시에서도 똑같이 발생합니다.

여러분들은 먹고 살기 힘든데 그깟 먼지에 신경 쓰냐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먹지 못해 면역이 나빠진 상태에서 카드늄, 납과 같은 중금속이 몸에 축적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엎친 데 덮친 격이 됩니다. 북한의 수명이 남쪽보다 10년이나 짧은 것도 따져 보면 잘 먹지 못해 영양상태가 나쁘고, 약이 없고, 공기까지 나빠서 그런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나라가 발전하면 사람들이 근심 걱정 없이 살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먹고 살 걱정을 하고, 먹고 살 걱정 없는 남쪽 사람들은 대기오염 걱정하며 삽니다. 어차피 인생이란 크던 작던 걱정거리에서 해방될 순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여러분들이 볼 때는 남쪽 사람들의 걱정이 사치스런 걱정처럼 보이겠지만, 북한 인민이 이런 사치스러운 걱정을 하는 날이 온다는 것은 곧 의식주 걱정에서 해방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 인민들도 좋은 세상을 만나 남북이 함께 중국의 공해를 탓하며, 대기오염도 신경 쓰며 사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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