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는 북한 어민들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7-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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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키타(秋田)현 유리혼조시(由利本莊市) 해안의 방파제에 표류해 있는 목조 북한 어선.
일본 아키타(秋田)현 유리혼조시(由利本莊市) 해안의 방파제에 표류해 있는 목조 북한 어선.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일본에 표류해 온 북한 선원들이 무인도에 올라가 도둑질을 하다가 잡힌 사건이 화제가 됐습니다. 사연을 자세히 설명하면, 지난달 29일 일본 홋카이도 앞바다에서 일본 해상 경찰이 목선 한 척을 발견했습니다. 순시선이 다가가자 갑자기 배 위에서 움직임이 다급해지고 사람들이 바다에다 TV와 냉장고 이런 걸 첨벙첨벙 처넣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어민 10명이 타고 있는 이 목선을 끌고 항구로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일본 경찰에 또 비슷한 시각에 신고가 접수됐는데, 홋카이도 어느 무인도에 있던 대피시설이 다 털렸다는 겁니다. 일본은 표류할 경우를 대비해 무인도에도 등대와 비상용 대피소를 다 지어놨는데 여기 설치한 TV와 냉장고, 발전기 이런 것들이 다 사라졌다는 것이죠.

북한 배에 올라가 보니 발전기는 무거워 미처 버리지 못했고 딱 증거가 나오니까 선원들이 “우리가 다 뜯어온 게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경찰이 어로공들에게 배에서 내리라고 하니 이들은 싫다 이러는 겁니다. 그래서 경찰이 강제로 배에 올라가 한 명씩 끌고 올라오는데 막 소리를 지르고 여러 명이 달라붙어 끌어내면 극렬하게 저항하고 버둥거리고. 이 장면이 일본 TV에 다 나왔습니다.

조사해 보니 이들은 청진에서 한 달 전에 출항했다가 표류한 어로공들이었습니다. 이 한 겨울에 날바다에 한달이나 표류하면서 죽지 않은 것은 참 기적입니다. 그런데 무슨 힘이 남아서 경찰이 끌어내니 그렇게 또 버둥거리는지 참. 그냥 일본에 올라가 고기 좀 먹고 기력을 보충하고 가면 될 걸 말입니다.

어민들이 발전기랑 TV랑 뜯어온 건 딱 보면 상황이 뻔히 그려지지 않습니까. 한 달 표류하다가 섬을 보고 만세 부르며 올라갔겠는데 사람은 하나도 안보입니다. 헌데 이런 무인도에 TV와 냉장고, 쌀이 갖춰진 집도 있는 겁니다. 그것도 북한에서 최고로 치는 일본 TV나 냉장고니 얼마나 탐이 납니까. 그러니까 다 뜯어갖고 배에 올라간 것이죠. 속으론 아마 “와, 일본은 빈 집에도 이 비싼 TV나 냉장고를 놔두네”하면서 감탄했을 겁니다.

저는 그 심정 압니다. 저도 2000년대 초반 탈북해 중국에 갔는데 밤에 어느 밭머리 오두막에 들어가니 그 안에 레자도 깔려 있고, 이불도 있고, 가마도 다 있었습니다. 저도 이 어민들처럼 ‘야, 중국 진짜 잘사네. 북한 같으면 이런 거 반반하게 훔쳐간 지 옛날일텐데’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레자나 이불 정도가 아니고 북한에서 그 귀한 일본산 TV와 냉장고, 발전기 이런 거니 뜯어가고 싶은 심정 이해는 됩니다. 또 북에서야 이렇게 뜯어가는 거 당연한 일이죠. 일본이야 머니까 이번이 처음이지만 러시아는 이미 이런 문제로 골치 엄청 썩이고 있습니다. 북한 어민들이 몰래 러시아 영토까지 올라가 밤에 상륙해서 다차라고 불리는 빈 별장들을 털어가는 겁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한달이나 표류했던 사람들이 지금 사는 가 죽는 가 그게 중요한 판에 물건 훔쳐갈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배가 고장 났는데 그거 훔쳐 어떻게 돌아간다고, 참 인간의 탐욕은 이럴 때도 어김없이 나타났습니다. 이걸 보면 옛날에 본 발자크 소설에서 꼽새크 영감이 생각납니다. 숱한 돈을 쌓아놓고 한 푼도 안 쓰고 있다가 죽어가는 순간조차 금전이 땡 하고 떨어지는 소리에 눈이 반짝 빛났다는 그 꼽세크와 다른 바가 뭡니까.

어쨌든 이 어민들은 현재 모두 일본 경찰에 잡혀 있는데, 한 명은 건강이 나빠져서 병원에 입원했고, 나머지 3명은 절도죄로 재판을 받을 예정이며, 나머지 6명은 추방시킬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왕 한달이나 표류하다 기적적으로 일본에 온 거 그냥 일본에 남던 가 한국으로 오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가봐야 나라 망신 시켰다고 가만 두겠습니까. 북한 가족은 나중에 중국을 통해 연락해 돈 보내주면 되죠.

이 사람들이 그래도 참 운이 참 좋은 게, 이렇게 다 살아서 일본까지 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것이죠. 해마다 이맘때면 숱한 북한 선박이 표류하다 일본 앞바다에서 발견됩니다. 매년 해마다 40~80척 정도의 북한 목선이 일본 해안에서 발견됩니다. 하지만 올해 11월엔 11월 역대 최다인 28건이 발견됐습니다. 올해 종합적으론 80척 이상 발견될 것으로 보이고, 표류 어선에서 북한 선원의 백골도 60구 이상 발견됐습니다.

이달 7일에만 북한 난파선이 무려 5척이나 발견됐는데, 이중 시신과 함께 발견된 한 목선엔 ‘조선인민군 제 뭐뭐뭐 군부대, 배번호 594-56843, 관리자 조천일’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조천일이란 어로공이 사망한 것이죠.

북한은 누가 죽었는지도 파악도 못합니다. 배가 나갔다 돌아오지 않으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일본까지 해류를 타고 떠오려면 대개 석 달이 걸리는데, 저기 경상도 앞바다 근방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해류를 타고 일본 연안 쪽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발견된 표류 선박은 아마 사고 난 배의 수십 분의 1밖에 안될 겁니다. 나머지는 발견조차 되지 못하고 시신은 고기밥이 됐겠죠.

일본에서 발견된 시신은 북한이 가져갈 생각을 하지 않으니 대개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합니다. 이런 백골은 화장해서 일본 무연고자들이 가는 묘로 보내는데 그래도 일본이니까 이런 묘에라도 묻어주는 겁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김정은은 “수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인민생활 향상에서 더 큰 전진을 이뤄야 한다”며 자그마한 목선에 탄 어부들을 계속 바다로 내몹니다. 더구나 기가 막힌 것은 자기 바다는 중국에 팔아먹어 싹쓸이해가게 하다보니 정작 북한 어부들이 물고기를 찾아 쪽배에 의지해 풍랑거친 먼 바다까지 나와야 한다는 점이죠.

이런 가슴 아픈 비극이 김정은이 사라질 때까지 매년 반복될 것이라 생각하니 정말 안타깝고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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