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의 학교 졸업식

김춘애∙ 탈북 방송인
2016.02.18
yonpyung_school_graduation-620.jpg 2011년 2월 21일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 연평초등학교에서 열린 연평 유.초.중.고 합동졸업식.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곳 남한에서는 해마다 2월이면 졸업식이 있습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초등생이든 중학생이든 대학생이든 누구나 예쁜 꽃다발을 받아 보고 싶은 심정으로 마음이 설렙니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졸업식장의 주인공이었던 그 시절을 추억해 보는 계기가 아닐까요? 화려한 옷차림에 예쁜 꽃묶음을 손에 들고 학교를 졸업하는 자녀들을 위해 학교 정문으로 들어가는 학부모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면서 나도 언제이면 저 대열에 참여해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거든요.

바로 기다리던 그 순간이 저에게도 찾아왔습니다. 며칠 전에 손녀 딸애가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다는 연락이 왔거든요. 왠지 조금은 마음이 설레기도 했습니다만 아침 일찍 저는 꽃단장을 하고 미리 백마 초등학교를 찾았습니다. 순간 저는 놀랐습니다. 제가 평상시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학교 정문 앞에는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꽃물결 치듯 합니다. 제일 예쁘고 향이 좋은 빨간 장미꽃을 구입해 들고 졸업식장인 강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강당 안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제 손녀 딸애가 첫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어 졸업식이 시작되었고 학교장 선생님이 축하 연설이 있었습니다. 작은 키에 당당한 모습 그대로 여 교장 선생님의 축하 연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한 명 한 명 모교를 떠나가는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향해 열심히 그리고 마음껏 달려 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며 한 품에 꼭 안아 주었습니다.

졸업장을 들고 환한 웃음으로 연단을 내려오는 손녀에게 저는 그동안 수고했다고, 그리고 앞으로 중학교에 가서도 열심히 공부해 오늘과 같이 모범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빨간 장미꽃을 안겨 주었습니다. 손녀 딸애는 고맙다고 인사를 합니다.

친할미의 사랑을 처음 받아 보는 손녀딸이라 조금은 서먹해 하는 모습이었지만 내가 보기에도 제일 예쁘고 당당해 보였습니다. 제 마음도 뿌듯하고 대견스러웠습니다. 이어 상장수여식이 있었습니다. 전교 1등을 했다고 손녀 딸애가 상장을 탔습니다.

기념사진 촬영이 있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담임선생님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졸업식 날에는 자장면을 먹는다고 합니다. 며느리는 미리 이름 있는 중국집에 예약을 해 놓았거든요. 하여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우리 대가족은 중국집으로 갔습니다. 자장면에 탕수육을 먹으며 행복해 하는 내 가족을 보며 저는 지나간 추억이 생각났습니다.

너무도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제가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입대하던 그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군에 입대하는 날짜가 졸업식 날짜와 맞지 않다 보니 저는 졸업식에 참가하지 못하고 군에 입대 하였습니다.

신입 병사 훈련을 마치고 전문 훈련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장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고향에서 언니가 보낸 편지였는데 어머님이 제 졸업장을 손에 들고 며칠 몇날 우시었다고 합니다. 저는 언니의 편지를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보초 근무수행 중에 남몰래 보고 또 보고 그리운 부모님 생각으로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부모가 되어 큰딸이 졸업하는 날에는 담임선생님에게 정장을 해 입을 수 있는 양복천을 기념으로 선물해 드렸지만 졸업식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딸은 탈북으로 인해 졸업식을 보지 못했고 아들 역시 뒷바라지 해주는 부모가 없는 탓으로 12살 어린 나이에 벌써 학교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북한에서는 부모들이나 자녀들이나 학교 졸업에 대해 별로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또 우리 아이들은 능력 있고 잘난 부모를 두지 못한 탓으로 인해 좋은 환경에서 깊고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 왔습니다.

부모가 된 심정에서 마음 속 깊이 항상 이런 아픔으로 인해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학교 앞을 지날 때마다 이곳 대한민국 부모들처럼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기에 학교 졸업식에도 꼭 한 번 참석해 보는 것이 늘 소망이었습니다.

북한 학교 졸업식은 달랑 졸업증 한 장을 받아 쥐는 것이라면 이곳 한국에서는 졸업증과 더불어 가족들의 사랑과 온정, 그리고 동창생들과의 우정이 더더욱 커지는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하기에 세월이 흘러 검은 머리가 흰 머리가 되어도 어린 소꿉놀이 시절 추억과 함께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비록 친손자의 졸업식은 아니라 해도 학부모가 된 우리 아이들의 든든한 엄마의 모습과 지난 세월 내 모습을 다시 한 번 느껴 보았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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