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전투로 주민을 들볶는 북한

김춘애∙ 탈북 방송인
2016.03.31
seventy_battle_b.jpg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를 승리자의 대회, 영광의 대회로 빛내기 위한 충정의 70일 전투로 천만 군민을 불러일으키는 격동적인 선전화들이 나왔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모두다 70일 전투에로 총 동원하자!” 귀에 들어오는 소리는 너무도 자주 들었던 낯익은 목소리로 외치는 선동구호였습니다. KBS ‘남북의 창’ 프로그램에 나오는 평양 중앙텔레비전에서 방송된 목소리였습니다. 이곳 남한 사람들이 듣기에는 아주 거북하면서도 생소한 목소리와 구호였지만 10여 년 전까지 만해도 저에게는 정말이지 지긋지긋할 정도로 매일 듣던 목소리입니다.

지금 북한에는 36년 만에 열리는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70일전투가 한창입니다. 당 대회라는 말은 사실 지난 6차 당대회에서 내놓은 과제 수행 정형 총화와 또 앞으로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 당 대회 기본 목적입니다. 북한은 지난 80년 12월에 6차 당대회를 하고 지금껏 당대회를 하지 못했거든요.

북한이 오랜 기간 당대회를 열지 못한 것은 그동안 고난의 행군으로 인해 많은 주민들이 경제적 어려움과 굶주림을 겪다 보니 7차 당대회를 할 겨를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올해 당대회를 앞두고 인민들 앞에 뭔가 이루어 놓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70일 전투를 내걸고 주민들에게 깜짝쇼를 벌리려다 보니 또 다시 주민들에게 고통과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은 또 이번 70일 전투에 정치 사상적으로, 노력적으로 총 동원할 것을 호소하면서 장마당의 장사 통제를 조직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민들을 또 한 번 고통과 희생의 길로 몰고 가지 않나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옵니다. 저는 지난날 고향에서 겪었던 당대회 때의 상황이 새삼 떠오릅니다.

5차 당대회가 열렸던 1970년 11월, 저는 중학교 학생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당의 기치 따라’라는 제목의 집단체조에 참가했습니다. 11월 추운 날씨에 살이 다 비치는 얇은 내의에 짧은 치마를 입고 집단 체조를 하느라 추위에 떨며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6차 당 대회가 열렸던 1980년 12월, 군 생활을 하지 않은 남편은 100일 전투에 참가하느라 잠 안자는 약까지 먹어 가며 하루 24시간 그야말로 화선에 나선 전투원답게 당에 충성을 다 했습니다. 그 증표로 노동당에 입당할 수 있었습니다.

5차 당대회와 6차 당대회 때 100일 전투나 150일 전투에 참가했던 그 당시의 북한주민들 생각과 지금 7차 당대회를 앞두고 진행하고 있는 70일 전투에 참가하는 북한 주민들의 생각과 마음가짐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그나마 안정된 생활 속에서 진행되었던 지난 5차 당대회와 6차 당대회 때에는 주민들은 뭔가를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마음가짐이 있었을 것입니다. 즉, 당에 입당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던 만큼 충성을 다해 당에 입당한다는 목표를 이루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지금은 고난의 행군을 통해 수많은 주민들이 굶어 죽고 아직까지도 고난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당원증에서 밥이 나오나? 죽이 나오나?’하는 생각을 모든 주민들이 갖고 있는 게 북한의 현실입니다. 오늘의 북한 주민들에게 ‘70일전투’는 당국의 강한 압박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떠안고 가야하는 주민들에게는 부담스럽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을 북한당국은 알아야 합니다.

북한은 이번 70일전투에 참가하기 위한 충성의 결의모임도 갑작스럽게 새벽 5시에 포치해 주민들에게 무조건 전원 참가하라고 강요했다고 합니다. 이런 것만 보아도 지금 북한당국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날 북한은 주민들의 충성의 결의 모임을 자주 조직했습니다. 기업소 별로 혹은 동 별로 3일 전에 미리 통보하고 일제히 충성의 결의 조직사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충성의 결의 모임은 사전 통보도 없이 갑작스럽게 새벽 5시에 결정을 하고 무조건 반드시 참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또한 북한당국은 이번 당대회를 보다 높은 주민단결을 위한 쇼로 만들기 위해 어려운 생활고를 겪고 있는 북한주민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한미 군사훈련을 마치 북한이 금방 공격이라도 당할 것처럼 선전하면서 주민들을 전쟁 공포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뻔히 들여다 보이는 기만전술을 보이면서 저들의 핵실험과 로켓발사로 우리 남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계의 수많은 국민들이 위협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숨기고 있습니다.

이제는 북한주민들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김정은 독재체제를 할 수 없이 마지못해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북한당국은 알아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독재체제가 완전히 무너질 날은 머지않습니다. 오늘도 70일전투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을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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