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도에서의 봄나들이

김춘애∙ 탈북 방송인
2015.04.16
daeboodo_flowers-305.png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방아머리에 핀 진달래꽃.
사진-연합뉴스 제공

봄기운이 짙어 가고 있는 4월도 하루가 바쁘게 흘러갑니다. 집만 나서면 진달래꽃이 만발하고 있네요. 제 고향에서는 진달래꽃이 야산과 산기슭에만 피는 줄 알았었는데 이곳 한국에는 동네마다, 마을마다 또는 길거리마다 활짝 핀 진달래꽃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집밖을 나서 버스에 오르기 전까지 만발하게 핀 진달래꽃이 마치 죽 늘어서 환영이라도 해 주듯 반겨 맞아 줍니다.

어느덧 파릇한 녹색으로 변해 가고 있는 산과 들을 바라보노라면 마음이 시원하면서도 상큼한 향기가 가슴 속 깊이 스며드는 듯합니다. 저 역시 다른 친구들 못지않게 봄을 타는가 봅니다. 요즘 손녀 딸애의 입에서 하늘 높이 훨훨 날아다니고 싶다는 말이 자주 튀어 나오고 있지만 저 역시 어딘가 봄바람에 훨훨 날아 보고 싶은 충동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화창한 봄날을 그냥 보내자니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봄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걷잡을 수 없어 잠을 자고 있는 친구들을 부추겼습니다. 하여 지난 주말에 친구들과 함께 대부도를 다녀왔습니다. 몇 년 전에 친구들과 미나리도 캐고 간장 게장도 먹고 또 대부도에서 멀지 않은 제부도 관광도 한 경험이 있는지라 대부도로 가는 길이 저에게는 그리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전곡 항 역시 친구들과 함께 회를 먹으러 가 보았던 곳이라 반가웠습니다. 우리는 서로 각자 음식을 만들어 가자고 약속 했습니다. 음식 솜씨가 부족한 저는 도라지와 달래 무침에 강남 콩을 섞은 찰밥에 연어 매운탕을 준비해 보온밥통에 담았습니다.

자가용 승용차 안에서 미주알고주알 서로에게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는 수다로 어느새 전곡 항에 도착한 것도 몰랐습니다. 전곡 항에는 마치 주차장처럼 많은 고깃배들이 정착해 있었습니다. 또 주변에는 볼거리들이 많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다낚시꾼들이었습니다. 머리위에는 갈매기들이 빙글빙글 날아다니고 바닷물 비린내가 코를 찔렀습니다. 바다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는 순간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듯 시원합니다.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점심 식사는 전곡 항 주변에는 먹거리 음식점이 많았지만 바닷가에 넓은 공간을 잡아 깔개를 깔고 앉아 서로 각자 준비해 가지고 간 음식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김밥과 약밥에 쑥버무리에 새콤달콤 냉이 무침에 더덕구이, 한 친구는 잡채에 갓김치에 총각김치에 처녀김치, 또 빼 놓으면 안 되는 북한 순대에 오징어순대, 도라지 무침과 고사리나물 그리고 숙주나물 등 그야말로 봄 음식으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였습니다. 짭짤한 바닷가 냄새에 봄나물을 겹치니 그야 말로 잘 어울렸습니다.

친구들은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서서 돌아가는 풍력 발전기를 보면서 우와 하였습니다. 세찬 바닷바람에 풍력 발전기의 날개는 쉼 없이 돌고 돕니다. 한 친구는 이런 말을 뜬금없이 합니다. 전기가 많이 부족한 북한에도 저런 풍력 발전기를 만들어 전기를 생산해 북한 주민들이 캄캄한 암흑 속에서 살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그는 처음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 갔을 때 정전이 없이 환한 전깃불을 보는 순간이 제일 행복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어째서 북한은 저런 것도 만들지 못하며 저런 생각도 하지 못하는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주민들과는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는 쓸데없는 핵과 미사일만 만들지 말고 곳곳에 저런 풍력 발전기를 만들어 전기를 생산하면 북한 주민들은 굶어 죽지 않고 얼어 죽지 않을 것인데, 하는 한탄과 함께 큰 한숨을 쉽니다.

즐거운 점심 식사가 끝나자 저는 한 친구와 함께 가까이에 있는 커피숍에 들려 커피를 구입해 왔습니다. 커피와 과일로 후식까지 마치고 우리는 도매 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갖가지의 젓갈과 해산물을 구입하기도 하고 구경도 했습니다. 한참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함께 간 친구들이 없어 졌습니다. 슬그머니 사라진 친구들을 정신없이 찾고 있는데 한참 만에 나타난 친구들의 손에는 쑥이 들려 있었습니다.

아니 바다구경 왔다가 쑥을 뜯어 가는 사람을 처음 본다면서 우리는 큰소리로 웃어 대기도 했습니다. 떠들썩한 우리들 가까이 해양 경찰대 아저씨가 다가 왔습니다. 웃으시며 어디에서 오신 분들인가 하고 물었습니다. 서울에서 왔다고 답하고 있는데 한 친구가 한반도 지도 맨 꼭대기에서 왔다고 웃으며 답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처럼 또 한 번 크게 웃었습니다. 저는 마냥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작은 시냇물에 떠내려가는 가랑잎 보고도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19세 소녀들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녁 식사는 조금 이른 것 같지만 우리는 호남 9호 횟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미네랄 성분이 많아 봄기운을 돋우어 준다는 주꾸미 볶음을 시켰습니다. 4월에는 주꾸미 철이라 알이 가득 했습니다. 화창한 봄날의 주말, 친구들과 함께 좋은 추억도 만들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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