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광주 무등산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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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저는 세계적인 명산이라고 불리는 광주 무등산에 다녀왔습니다. 아침 일찍 KTX 열차를 타고 광주역에 도착했습니다. 한참 비가 내려 저는 은근히 걱정을 했습니다. 무등산은 바위와 절벽이 유명하다는 말을 들은 데다 비가 내리고 있어 혹 가파른 벼랑길을 어떻게 올라 갈 수 있을까 하는 조금 당황스러운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광주역에 도착하니 낯이 익은 얼굴이 보였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갈 차에 올랐습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간단하지만 조금 특색 있는 김밥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는 김밥을 자주 먹지 않는 편이었지만 그날 먹은 김밥은 조금 특색 있는 김밥인 것 같습니다. 차는 무등산 도립 공원을 지나 어느새 정상으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무등산은 북쪽으로는 나주, 남쪽은 남령 산지의 경계에 있는 해발 1187m의 산으로 갈수록 산세가 수려하고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절경이 펼쳐졌습니다.

마치 숲속 장글(정글)로 들어가는 기분이기도 했습니다. 어미 까투리가 새끼들을 거느리고 길 한가운데로 나와 길을 막고 있어 차가 한참을 기다리기도 했고 작은 다람쥐가 재빠르게 지나가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알록달록 예쁜 옷을 입은 꿩도 있었고 빨간 산딸기도 눈에 띄었습니다.

차 안에서 들은 군인 장병의 말에 의하면 무등산 정상에 군사 시설이 있어 완전 개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주민들은 조금 아쉬워한다고 말했습니다. 무등산 정상 개방을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광주시는 군 당국과 혐의해 46년 만에 처음 개방했고, 처음 개방했을 때는 광주 시민들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3만 명의 등산객들이 몰려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일 년에 몇 번, 군 당국의 협조를 얻어 등산객들이 정상에 오를 수 있지만 천왕봉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고 그 아래인 지왕봉과 인왕봉에서만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덧붙여 말해 줬습니다.

무등산 정상은 다른 산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있었습니다. 특히 큰 바위들이 많았는데 모양도 특별하게 생긴 바위들이었습니다. 세찬 비가 멎고 보슬비가 내렸습니다만 구름과 안개 속을 달리던 승합차는 비에 젖은 돌들이 미끄러워 끝내 정상에 다 올라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중 내려오는 차를 기다리며 차에서 내려 잠깐 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저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탄성이 터졌습니다. 그야말로 구름을 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치 제가 선녀가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잠시 잠깐 흰 구름이 지나고 날이 개는 순간 광주 시내가 언뜻언뜻 나타나곤 했는데 영화에서도, 화보의 그림으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습니다.

서로 손전화기를 들고 사진을 찍었는데 찍으려면 그 모습이 휙 사라지고 다시 찍으려면 또다시 휙 사라져 버렸습니다. 저는 마치 꿈이 아닌가 하고 손으로 얼굴도 꼬집어보았습니다. 여러 번 반복 하는 과정에 겨우 사진 한 장을 찍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차 소리가 났습니다. 저희를 마중 나온 차를 보는 순간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큰 대형트럭 버스 한대가 우리를 태우기 위해 내려왔습니다. 버스의 이름은 뽀럭이라고 하는데 8톤짜리 대형 트럭으로 버스를 만들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대형버스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가는 순간 저도 모르게 '우아' 하는 탄성의 목소리가 튀어 나왔습니다. 마치 백두산에 오지 않았는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깎아지른 듯한 높은 절벽이 제 앞에 우뚝 서있었는데 백두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하면서 힘들고 어렵게 몇 년 동안 공사를 한 끝에 세워진 정일봉의 바위보다 더 크고 높은 절경을 가진 웅장하고 화려한 바위였습니다. 저는 그 바위를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주 시내 뿐 아니라 주위에 있는 모든 시가지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이 절벽은 마치 우리 대한민국의 기상을 온 세상에 자랑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지휘관은 무등산이 오래 전 화산에 의해서 생긴 산이라 돌과 바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광주 시민들은 이곳 무등산에 올라 산의 정기를 받곤 한다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무등산은 보면 볼수록 장엄하고 웅장하고 그 절경 또한 우리만 보기엔 너무도 아쉬웠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무등산 밑에 있는 돌담백반 집에 들려 간장게장을 먹었습니다. 그저 평소 먹는 밥과 찬이었지만 무등산의 그 맑은 자연의 공기와 함께 먹는 저녁 식사는 정말 별미였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