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일은 바로 "북한 인민 해방 전선" 창립 2주년이 되는 날이라 우리 탈북자들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날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북한을 탈출한 탈북 군인들이 단합해 독재 정권을 타도하고 2천만 북한 주민들을 우리가 직접 해방하자는 목적을 가지고 만든 모임이었습니다.
또 그날은 북한 공화국 창건 날이기도 합니다. 우리 회원들은 9일 11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김정은의 거짓과 위선에 속지 말자'는 내용의 전단 20만 장을 북한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DVD 300개와 1달러짜리가 들어 있는 전단지 천 개, 프랑카드(플래카드)를 제 손으로 직접 날려 보내는 순간 나도 함께 고향으로 날아가고픈 마음도 있었습니다.
구름 낀 가을 하늘 높이 풍선에 달려 있는 전단지가 매달린 프랑카드가 북쪽으로 훨훨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다시는 고향에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리고 순간 제 고향 평양시 주민들도, 제 가족도 전단지를 몰래 손에 감추어 집에서 식구들과 빙 둘러 앉아 읽고 또 읽고 여러 번 반복해 보고 있을 모습도 한 장의 그림처럼 눈앞에 그려 보았습니다.
고향, 누구나 고향은 다 있습니다. 제가 나서 반생을 살아온 정든 곳입니다. 그리고 부모 형제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고향과 부모 형제들과 생리별한지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좋은 옷을 입고 좋은 것을 먹을 때마다,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마다 언제나 잊혀 지지 않고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고향과 부모 형제들입니다.
저도 언제쯤 전단지처럼 훨훨 고향으로 날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개성을 출발해 오는 열차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머리를 휙 돌려 열차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는데 그 넓은 열차 안에 보이는 사람은 달랑 2명이 전부였습니다. 그 열차를 타고 평양으로 가는 상상을 하고 있을 때, 함께 있던 친구도 열차를 타고 고향으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했습니다.
친구의 손에 있는 한 장의 전단지에는 눈에 확 들어오는 글이 있었습니다. "평화 시기에 300만의 인민을 굶겨 죽이고 수백만의 어린이들을 꽃제비 고아로 만들고 '장군님, 왜 배급을 안 줍니까?' 하고 불평했다고 공개 처형하는 극악한 민족 살인마, 반인륜범죄자, 패륜아, 이 세상 끝까지 쫓아가 끝장내야 될 자가 과연 누구인지, 인민이여 이제는 말할 때가 되었습니다"라는 문장이었습니다.
전쟁도 아닌 이런 평화 시기에 수많은 주민들을 굶겨 죽이고 어린 것이 얼마나 배고팠으면 식량 공급을 주지 않는다고 불평불만을 했을까 하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픈데 그 작은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었다고 하니 더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최근 저는 인터넷을 통해 김정은이 노동자들의 살림살이를 돌아본다고 하면서 대한민국 LG(엘지)에서 만든 텔레비전을 들고 가정집을 방문해 아이들을 안아주고, 쓸어주고, 심지어는 뽀뽀까지 해주는 모습을 봤습니다. 과연 김정은의 그 인자한 모습이 진심이었을까, 거짓과 위선으로 인민들의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다고 어리석게 생각하는 그가 불쌍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한창 공부를 해야 하는 어린이들이 기차역에 떨어진 석탄과 시멘트를 긁어모으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또 산에 올라 나무를 해다가 장마당에 팔아 겨우 한두 개의 빵으로 한 끼를 겨우 연명하거나 장마당과 달리는 열차 안에서 남의 것을 훔치다가 몽둥이에 맞아 죽고 구두 발에 채여 쓰러지는 꽃제비 고아들이 수없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것은 제 아들이 저 없이 직접 북한에서 겪어온 12년 인생이기도 합니다.
80년대 말에서 9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 중에는 제 이름 석자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지금 북한군관 학교에 추천돼 온 군인들 중 한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따로 교육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국가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 교육기능이 상실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공포와 두려움, 배고픔을 안겨주는 북한 당국, 굶주린 작은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북한 당국에 대해 저는 자식을 둔 엄마로서 도저히 용서를 해서는 안 되는 추악한 악당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가을 하늘 북한이 제일 가까운 임진각에서 북녘을 우러러보며 한 장의 전단지와 함께 고향을 그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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