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함께 다녀온 코스모스 축제

김춘애∙ 탈북 방송인
2017-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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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를 찾은 시민들이 활짝 핀 코스모스를 즐기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를 찾은 시민들이 활짝 핀 코스모스를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주말 코스모스 꽃축제를 다녀왔습니다. 온 동네가 떠나갈 듯이 요란하게 울던 매미 울음소리가 사라진지도 벌써 오랩니다. 아름답게 활짝 핀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한들한들 춤을 추는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비록 아침저녁 기온 차가 심해 아침에는 쌀쌀하지만 낮 기온은 아직도 뜨겁네요. 청명한 가을하늘 높이 뜬 흰 구름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상쾌해집니다.

이번 가을여행은 미운 남편과 아들 그리고 사위들을 뒤에 남겨두고 여성들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며느리 조카까지 합하면 우리 집안의 여성들이 5명이었고 개구쟁이들까지 모두 9명이라 두 대의 차에 나누어 타고 출발했습니다. 강한 엄마들이 모이면 못해낼 일이 없다던데 정말 우리 집안의 여자 다섯이 모이니 두려움과 어려움이 없을 듯도 하네요.

딸들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평택 소풍축제장을 찾았습니다. 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라 큰딸과 큰 손녀딸의 생일이었습니다. 축제장에 도착한 저는 차에서 내리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벌판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넓은 들판이 말 그대로 코스모스의 꽃물결이 바다처럼 펼쳐졌는데 가슴이 시원하고 뻥 뚫린 듯했습니다. 들판에서 안겨 오는 코스모스의 진한 향과 더불어 가을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또한 축제장에는 먹을거리와 지역에서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과 아이들이 놀 거리들이 많았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또 가는 날이 장날이라 너무 좋았습니다.

아늑하고 편안하고 좋은 자리를 잡아 텐트를 치고 해먹 그네도 쳤습니다. 마침 며느리의 차에 모든 것이 있었거든요. 가지고간 음식과 과일을 차려놓고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켰습니다. 생일축하의 노래도 신나게 불렀습니다. 어른들보다도 아이들이 더 좋아하네요. 생일 케이크맛과 더불어 코스모스 향이 입안으로 들어와 더더욱 별맛이었습니다.

넓은 코스모스의 밭길 가운데에 오솔길이 있네요. 개구쟁이들과 함께 오솔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무서움이 없는 개구쟁이들이건만 코스모스 위에 앵앵 날아다니는 꿀벌을 보고는 두려워 걸으려고 선뜻 나서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장난기가 떠올랐습니다.

넓은 코스모스 들판 가운데에 우뚝하게 서 있는 허수아비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손목을 잡아주고 오는 손주들에게는 소원을 들어 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서로서로 앞을 다투어 나섭니다. 개구쟁이들과 함께 동심으로 돌아간 저 역시 괜스레 신이 났습니다. 앞에서 뛰어 가는 손자녀석들을 보는 순간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습니다. 눈에 들어가도 아프지 않을 저 강아지들이 내게는 선남이고 선녀이고 공주이고 왕자입니다.

이런 왕자 공주들이 내 품에 있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뿌듯하고 행복에 가슴이 뭉클하기도 합니다. 순간 이런 노래 가사가 떠올랐습니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길을 걸어갑니다. 기다리는 마음이 초조해져도 단풍같은 내 마음으로 걸어갑니다.

비록 코스모스의 향이 조금은 진했지만 손자들이 뛰어 다니는 그 모습이 마치 한들한들 바람에 춤을 추며 살아 움직이는 코스모스의 한 송이 같았고 그 속에 이 할미가 든든하게 뻗치고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곳, 천국같은 세상에 와 있기에 내 강아지들이 있고 내가 오늘 있었기에 손녀딸애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을 수가 있었고 또 오늘이 있기에 손녀딸애가 작은 고사리 손으로 꽁꽁 모아 놓았던 용돈으로 사주는 자장면도 먹을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나무 잎이 단풍들고 낙엽이 되어 떨어지듯이 인간의 인생도 역시 항상 젊음만이 있을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졌습니다. 내 고향에도 코스모스가 많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보았고 또 학창 시절에는 길거리에 코스모스를 심고 가꾸기도 했습니다.

철없던 시절 코스모스 꽃잎을 한 잎 두 잎 뜯어 날리며 운수타령도 했고 진한 꽃향이 싫다고 응석도 부리고 핀잔도 부린 적이 있습니다. 비록 몇 시간 안 되는 우리 가족, 여성들만의 가을여행 코스모스 축제는 내 인생에 제일 깊은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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