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과 독감 예방주사

김춘애∙ 탈북 방송인
2016.10.21
vaccination_hospital-620.jpg 쌀쌀한 가을 날씨를 보인 10일 서울시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직원들이 독감 예방 주사를 접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침저녁 쌀쌀한 기온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포근하고 따스한, 긴 소매 옷을 찾아 입게 합니다. 아침에 내린 비로 인해 기온이 뚝 떨어졌네요. 벌써 독감예방접종의 계절이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감은 면역이 약해지면서 외부로부터 침투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 급성 호흡기 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요즘처럼 밤낮 기온차이가 심하고 아침저녁 쌀쌀해 지는 환절기에 흔히 발생하는 질병의 하나입니다.

11월에서 다음해 4월까지 독감이 유행되기에 10월부터 미리 접종하는 것이 아주 현명한 조치라고 합니다. 하기에 정부에서는 만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에게는 무료로 예방 접종을 실시해주고 있습니다. 흔히 독감은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면역력이 약한 나이가 많은 고령자, 그리고 만성질환자들이 폐렴과 같은 증증 합병증으로, 심할 경우에는 사망에 까지 이르게 되기 때문에 전 세계 의학자들은 독감의 심각성에 대해 주목하고 많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 도장을 찍고는 아래층에 있는 병원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독감 예방 접종과 함께 폐렴예방 접종을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사실 조금은 우스운 일이지만 주사실 앞에서 나 자신도 모르게 잠깐 주춤 했습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 왔거든요. 잠깐 뒤 아기를 안고 나오는 아기의 엄마의 모습에서 순간 지나간 우리 아이들을 키우던 그 시절을 잠시 잠깐 추억해 보기도 했습니다. 조금 뒤 간호사의 부름에 들어갔습니다.

어여쁘게 생긴 간호사님이 두 개의 주사기를 손에 들었습니다. “조금은 아플 거예요”라고 하는 간호사의 친절한 목소리와 함께 주사약이 투약되었습니다. 아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고요. 아주 조금은 가시에 찔리는 듯 아프네요. 예방 접종을 마치고 주사실을 나오는데 40대 중반 즈음 되는 한 여성이 나이 많은 어르신의 손목을 잡고 독감 예방 접종을 위해 들어가는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내 고향 북한에서는 무상 치료제라고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예방 접종도 무료로 실시한다고 합니다만 나이가 50이 되면 예방 접종을 의무적으로 해주지 않습니다. 70이 된 저의 아버님 역시 감기로 며칠을 앓다가 갑자기 폐렴의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하셨지요.

사실 이곳 남한에서는 요즘 70이면 청춘이라고 합니다. 정년퇴직이 된 나이건만 건강을 위해 아직 직업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는 분들이 수다합니다. 그분들에게 물으면 한결같이 20대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마음은 아직 꽃다운 20대라고 당당하게 큰 소리로 자랑합니다.

120까지도 건강하게 살수 있다는 어르신들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이곳 남한의 어르신들처럼 규칙적으로 건강검진을 제대로 받고 살았다면 또 해마다 독감예방 접종을 제대로 받고 폐렴예방 접종을 받았다면 저의 아버님도 아마도 조금 더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그리고 많이 해 보게 되었습니다.

어르신의 주사바늘 자리를 비벼 주는 여성을 보면서 다정한 고부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더더욱 부럽기도 합니다. 이곳 한국에서는 예방 접종뿐만 아니라 2년마다 건강검진도 나이에 관계없이 남녀노소 관계없이 누구나 무료로 해주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미리 규칙적인 건강검진을 받게 되니 큰 병을 사전에 방지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예전 저의 부모님들의 나이가 되어가는 요즘에 저는 부쩍 친정부모님뿐만 아니라 시어머님도 이 좋은 세상으로 미리 모셔 왔었더라면 건강한 몸으로 살아 계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문드문 드네요. 누구나 나이가 들면 한 번 가는 천국이라 하지만 마치 이 못난 불효자식 때문에 조금 더 일찍 가시지 않았나 하는 자책감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예방접종을 했다는 말에 개구쟁이 손자녀석들이 할미의 등 뒤로 슬그머니 다가와서는 두들겨 주고는 좋아라 달아납니다. 손자들 앞에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아프다는 응석도 부려 봅니다. 닥쳐 오는 추위에 독감기와 폐렴으로 고통을 겪고 있을 내 고향 주민들을 생각 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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