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엄마의 꿈

2009-04-27

산과 들이 파릇파릇 파란 녹색으로 변했습니다. 아파트 정원에도 진분홍색 철쭉꽃이 만발해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벌판에는 벌써 모내기 준비로 물줄기가 여기저기서 찰찰 흐르고 있습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봄이지만 누구에게나 똑같이 오지는 않는 듯합니다. 아침 일찍 잠에서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사람들, 또 꿈 많은 사람에게 봄은 먼저 찾아오나 봅니다.

저는 지난 주말이 맏사위 생일이라 금요일 저녁 회사가 끝나기 바쁘게 평택으로 달려갔습니다. 벌써 평택 사위를 맏사위라고 불러야 할 때가 왔네요, 얼마 안 있어 둘째 딸도 출가하면 저는 남쪽에서 두 번째 사위를 얻게 됩니다. 이제 남쪽에서 새로 생긴 가족이 남편에 사위 둘, 손녀까지 넷이나 됩니다.

부천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평택으로 가는 저의 마음은 마냥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엊그제 금방 본 손녀 애가 벌써 눈앞에 안겨 왔습니다. 평택에 도착해, 토요일 점심 때. 저는 손녀를 안고 평택에 있는 대형 상점을 찾았습니다. 먼저, 저는 인형을 파는 매대와 아기 옷 매대에 들렸습니다. 손녀는 이것저것 만져 보더니 아기가 요강 타는 연습을 하는 인형 아기를 사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주저 없이 손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옷 매대에서도 손녀가 고사리같이 작은 손으로 자기 맘에든 것을 집었습니다. 팔불출 같은 말이지만, 손녀가 집어드는 옷들은 그야말로 뭔가 아는 애가 고른 듯 마냥 예쁘고 귀여웠습니다. 제가 손녀를 들고 “정말 어쩜 이렇게 잘 고르냐”고 추켜세우는 통에 옷을 파는 판매원과 지나는 사람들이 한바탕 웃기도 했습니다.

아이 옷과 장난감. 장을 보고 우리는 점심을 사먹기로 하고 대형 상점 안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별다를 바 없는 냉면과 비빔냉면이었는데, 그렇게 맛날 수가 없었습니다. 한 잔의 술을 마셔도 좋은 사람들과 분위기 좋은 곳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마시면 좋은 약주가 되지만 싫은 사람과 안 좋은 기분으로 마시면 술 한 잔에 체기가 있고 암 덩어리가 된다는데, 사랑하는 가족과 먹는 냉면이어서 더욱 맛이 좋았습니다.

사위 생일에는 작은 딸 내외와 마을 근처의 한적한 식당을 찾았습니다. 조용한 시골에 자리 잡은 식당이라 분위기가 서울말로 ‘짱’이었습니다. 서운하게도 남편과 아들이 빠졌지만, 그래도 저는 너무도 열심히 사는 아들과 남편이 항상 고맙습니다. 한창 식사 중에, 둘째 딸은 아직 결혼 전인데 벌써 엄마가 둘째 사위도 잘 챙겨 줘야 한다고 다짐을 받는 통에 우리 가족은 한바탕 크게 식당이 떠나갈 듯이 웃었습니다.

이런 행복한 우리 가족, 금쪽같은 우리 아이들이 저에게 있어서 정말 그 무엇에 비할 바 없는 큰 재산이랍니다. 모두 부족했던 탓으로 고향에선 마음껏 무엇이든 해주지 못했던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족하다는 단 한 가지 죄로 해달라고 조르면 아이들에게 욕과 매질을 안겼고 생일이면 해 줄 게 없어 겨우 돼지고기 1킬로 그램을 시장에서 사다가 미역 아닌 배추, 시래기를 넣고 국을 끓여 주었고 그렇게 좋아하는 떡도 제대로 실컷 먹게 해주지를 못했습니다. 그나마 중국에 나와서, 또 이곳 남쪽에 와서야 제대로 먹일 수 있었습니다. 아들 아이는 중국에 나와서도 너무 굶은 탓에 뭐 하나 제대로 먹질 못했고 태국에 와서야 닭튀김을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떤 엄마가 제 아이에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음식을 골라 먹이고 제일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교육을 받게 해주고 싶지 않을까요? 이런 엄마들에게 북조선 땅은 정말 지옥과 다름이 없습니다. 우리 고향 엄마들도 배불리 먹이고 좋은 옷 입히고 해주고 싶은 대로 다 해줄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마칩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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