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는 남편과 함께 작은딸의 결혼 준비 때문에 평택으로 향했습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마을버스를 타고 개봉 지하철역에 내려 지하철로 갈아탔습니다. 버스에서 내릴 때와 지하철을 갈아 탈 때, 차표를 내거나 교통 요금을 내는 전자 기계에 교통카드를 갖다 댑니다. 그러면 기계에는 "감사합니다. 환승입니다" 라는 말이 초롱초롱하게 울려 나옵니다. 오늘은 웬일인지 이 인사가 새삼스레 저의 귓전에 들려 왔습니다.
매일 매일, 버스와 전철을 타면서 신기했습니다. 얼마만큼 가면 기본요금에 교통 요금 100원이 더 첨부되고 또 더 멀리 가면 200원이 첨부되고, 우리가 평택 전철역에 내렸을 때는 1,500원이 더 첨부되었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어쩌면 저렇게 사람보다도 더 정확할까?' 참 신기하다고 했더니 남편은 이렇게 설명을 해줬습니다.
교통 카드 안에 반도체 소좌 같은 것이 있어 검사 장치를 통과하면 자동으로 신호를 보낸다는 겁니다. 그리고 검사 장치는 지하철이나 버스 요금을 정산하는 중앙 컴퓨터에 입력이 돼 있어 누가 어디서 탔고 어디서 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래서 돈이 더 첨부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같은 원리로 버스나 지하철은 교통 카드를 가진 승객이 새로 타는 것인지 환승, 즉 갈아타는 것인지도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은 서울의 지하철 노선은 8개나 되고, 하루에도 570만 명의 유동인원이 움직인다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저는 신기해서 어떻게 당신이 잘 아는 가고 물었습니다. 남편은 처음 이곳 한국에 왔을 때 지하철 공사장에서 일했는데 그 때 주워들은 얘기라고 했습니다.
저에게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교통카드와 얽힌 이런 기억이 있습니다. 교통 카드를 찍고 버스에 올랐는데 기계가 '잔돈이 부족합니다.' 하는 겁니다. 조금 창피했습니다. 속으로 쫑알쫑알 저렇게 다른 사람까지 다 들리게 크게 말하는 전자 기계를 속으로 한참을 욕했습니다. 하여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버스나 전철을 탈 때면 잔돈이 얼마인가부터 살펴보는 것이 습관이 돼버렸었습니다.
내 고향 평양에도 마분지로 된 기차 통근권이나 버스 통근권이 있고 지금도 저의 입에서는 통근권이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올 때도 있습니다.
기차 통근권은 평양에서 승호리나 강동에 있는 사람들이 평양 시내 공장 기업소에 출퇴근 할 때 주로 쓰이는데, 기차를 탈 때마다 안내원이 개찰구에 나와 지켜 서서 아침 출근 시간과 저녁 퇴근 시간을 맞추어 까만 연필로 표시를 해주고 있습니다. 또 지하철은 10전짜리 동전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그 동전을 바꾸려고 줄을 서야 했습니다.
버스는 제가 고향에 있을 땐 통근권을 가지고 버스를 탈 때마다 차장에게 보였는데, 요즘은 버스표를 기업소나 공장에서 출근 날짜에 따라 내어주고 버스를 탈 때마다 한 장씩 뜯어 통에다 넣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곳 남쪽에는 이제 직접 돈을 내고 타거나 지하철 표를 사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교통 카드를 이용하는데, 평양의 장성택이 이곳 서울에 왔다가 교통 카드를 보고 놀랐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정말 첨단 과학으로 만든 신기한 장치입니다.
교통 카드도 여러 가지로 되어 있습니다.
수시로 충전해서 내가 넣어놓은 돈 만큼 쓰는 선불 교통카드, 또는 한 달 동안 사용하고 한 달 뒤에 쓴 만큼 돈을 내는 후불 카드가 있습니다. 그리고 모양도 여러 가지입니다. 작은 원형으로 되어 있는 것도 있고 손 전화기에 달고 다니면서 쓰는 것도 있고 심지어는 손전화기 속에 내장된 것도 있습니다.
이렇게 교통 카드 하나도 국민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다종다양하게 돼 있어 설명을 다 못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또 65세의 노인과 장애인은 이런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이곳 남한에는 발전한 컴퓨터와 반도체 기술이 이런 버스와 지하철뿐만 아니라 주민 생활 전반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그 혜택으로 주민들의 생활은 점점 편리해져 갑니다. 과학으로 무기만 발전시켜봐야 우리 생활에 뭐 그리 큰 혜택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과학의 발전은 그것을 발전시킨 인간들의 생활에 도움이 돼야 진짜 그것이 잘 사용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서울에서 김춘애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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